매해 1월은 무기력하다. 인스타그램 피드들은 각종 새해 다짐들로 가득하다. 나 빼고 다들 반짝반짝 에너지로 가득한 것 같다. 목표가 거창한지, 소소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하려는 의지가 자체가 아름답다. 그리고 그들이 아름답게 느껴질수록 아무런 목표가 없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올해도 구정까지는 새해의 유예기간이라고 생각해 본다. 새해 인사는 설날에 하는 것이니까, 구정까지는 아직 올해가 안 끝났다고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침 친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친구가 말했다.
“은미야, 새해 계획 세워서 구정 지나고 만날까? 지금 새해 아닌 거 알아? 아직 띠 안 바뀌었어. 음력으로는 아직 새해 안 왔거든. 원래 구정 지나야지 새해라니까?”
역시 똑똑한 내 친구. 진짜 새해는 구정이 지나고였다. 음력으로 띠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으면서, 구정이 지나고 나서 진짜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도 기특하게 느껴졌다. 아마 구정이 지나고 나서는 개학과 개강이 시작되는 3월이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순환하는 계절 속에서 시작점은 언제일까.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내리는 비를 머금고, 가을에는 열매 맺고, 겨울에는 헐벗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 속에서, 그리고 매일 돌아오는 시간의 순환 속에서 진짜 시작은 언제일까. 한 해가 바뀌는 1월일까, 봄이 오는 3월일까. 누군가에게는 9월이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 올해는 시작점 없이 견디고 인내해야 하는 과정의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
나의 1년의 시작은 3월, 마무리는 다음 해 2월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모두가 반짝반짝할 때 무기력하게 보내는 두 달이 아니라,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생긴 두 달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싹을 틔울 준비를 해야겠다. 마치 내가 요리를 할 때와 비슷하다. 10년째 초보 요리사인 나는 적당한 요리를 빨리 만들고 싶어 가스레인지에 불부터 켜고, 냄비를 올려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허겁지겁 따라 하면 요리가 재미가 없다. 결과 또한 당연히 그저 그렇다. 어쩌다 맛이 괜찮은 요리가 완성된다 한들 다음에 그 과정을 다시 재현하기는 힘들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 전 냉장고를 열어보고,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재료를 다듬고, 어떤 요리를 할지 상상하는 시간도 요리의 시간인 것이다.
모두가 반짝반짝하는 1월에 조금은 무기력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당신과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