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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an Son Feb 11. 2016

3월에는 놀아보자고 떠나는 2월의 노래는

3


슬슬 북을 달리는데, 한 잔의 레몬스쿼시를 두 입에 나눠 마시는 한 커플은 담배도 나누어 피우는데, 곁을 스치는 건 오호라 단발머리. 아까 그 머리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기다란 목덜미에 화장실이 급해요. 감상을 불허하는 바쁜 걸음. 따라가면 좋겠네. 삼칠 가르마에 눈썹이 짙은 이국적 사내는 양손에 과일 안주를 들고 분주한 발걸음을 옭다가 그만 철썩. 급하기가 이를 데 없는 단발머리의 옆구리에 벌떡 오른 아랫도리가 붙었구나. 고뇌하는 방광의 자율신경들이 외친다. 쌀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그럴 때, 피존 밀크는 딩동 이는 거라. 곧이어 쎄리 달리겠지 하는 예감은 어겨지지 않아 아쉬웠어도 쇳소리를 얹은 보이스는 딩동. 통(通)을 하였구나. 삼칠 가르마가 단발머리를 부축하고 화장실을 향하고 있다. 갑자기 단발머리의 다리가 불편이라도 한 건지. 아 걱정되는 구나 젖어드는 아랫도리여. 부디 화장실엘랑 휴지가 만발하기를. 폭포소리 우렁차기를.   

빨간 구두아가씨 잠시의 틈을 노려 자리를 꾀어 차고 다리를 심하게도 꼬았는데, 대체 여자들에게 빨강이란 뭐지? 외허허. 쇳소리 보이스가 빨간 구두아가씨의 꼰 다리에 힘들어가게 하는 모양. 싼다! 싸.


"안 들려, 크게 말해죠옹~"

여기서 들리냐고? 전화를 들고선 이는 아마도 이곳을 찾아 달새를 찾아오는 중이나 아닌지 역시나 밖으로 나서시는 꼬락서니가 맞을 거라고 달새를 찾는 게고, 복도 많아라! 우리의 문 버드(Moon Bird)님. 쉬이익쉬이잇. 세에엑세에엑. 해도 달새야. 얼굴은 돌리지 말라고 해줘. 웃지는 말라고 해줘. 아이를 낳아달라고 해줘. 손바닥을 맞겠다고 해줘. 찬물 좀 달라고 해줘. 흔들어 깨워달라고 내 팽개쳐달라고 해줘. 이건 초승달로 떠나는 첫 번째 꿈이라고 해줘. 말해줘, 만월로 추락하는 눈물의 꿈이라고 해줘. 사실 이건 시라노의 유언일 뿐이라고 해줘. 닥치고 들어만 달라고 해줘. 속눈썹 닮은 조각배를 타고 점안(點眼)을 향해 물길 밀고 나가는 땡추의 잡스런 설(說)이라고 해줘. 이런 말 잊어달라고 해줘. 그래도 한번만 빨아달라고 해줘. 헤헤.    

눈물 같은 수오는 잠에 들었을꼬? 책의 미로를 들려줘야 하는데. 오늘쯤에는 구더기나 애벌레의 옛날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아기 물고기였나? 아아아 헤헤이. '라디오 대가리'스러워서는 아니고 '추운 놀음'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쇳소리가 부드러워지면, 어쩌면, 수오도 폭이나 잠이 들 새소리 되겠네. 되려 무대가 보이지 않는 건너 테이블에 신사숙녀는 그저 제 앞에 용무들로 미소 날리기에 바쁘신데, 빨간 구두아가씨 갑작 자지러지네. 또 문자와쑝. 브릿지 자연도 스럽고. 16마디 지나면 8마디에 드럼이고 8마디에 베이스고 달새도 맥주병을 들고. 반복과 차이. 조직된 시간과 행간의 여백사이로 접문(接吻)을 시도하는 청춘이라. 담배연기 뿜으며 깊이도 들여 마셨던 숨을 뱉는 고로. 입과 입을 오가는 연기라. 한껏 머리를 치세운 수탉 한마리가 온 몸에 찡을 박고서 두리번두리번. 쌈닭을 찾으시나 전쟁 통에 잃었던 암탉을 찾으시나. 그저 고추장이 필요해, 달달한 고추장. 문득 수탉 곁으로 고추장스런 옌네가 다가와 취한 눈을 흐느적, 수탉에게로 밀착하고 수탉의 벼슬을 보고도 한참이나 꿈꾸는 눈빛을 날려. 그만 수탉은 꽁무니를 슬금슬금 무대 위로 빼고 가네. 낄낄대는 버니와 달새와 빨간 모자가 입과 귀를 모으고 최선을 다해 말을 해대는데, 저들의 최선은 그저 그만으로도 감동이기도 하야. 언제 저리도 친하였던가. 귀를 기울여보면 아 이런 잉글리시로구나. 빌어먹을.


우헥. 저 멀리 오늘의 최강녀 등장. 온통 빨간 스타킹. 쭈욱 뻗은 각선(脚線)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다. 인근 스물여섯 눈깔의 아해(兒孩)들이 빙글거리는 구나. 고개는 회전 금지래도 말을 안 들어. 진짜 빨개. 당신은 최강이오라는 뭇한 시선을 감지한 양으로 어느덧 흐느적. 피존 밀크도 어느새 흐느적이오. 어느덧 어느새. 해도 빨간 스타킹의 쏘옥 들어간 무릎이 탐스럽지 아니하지는 않아. 고개만은 돌리지 말아주오. 정들라 그리워라. 뭐 무릎을 감탄하던 차에, 에라 이놈 봐라. 자마이칸 고추냉이의 등장. 큭켁큭. 오랜만. 척 악수를 나누었더니 어느새 소리가 달리네. 달새가 달리어오네. 담배가 필요하다네. 지나가는 처남1이 범(凡)을 달고 오네. 페인터가 오네. 무대 위엔 빨간 가죽잠바에 노랑대갈이 달리네, 하며 손을 들어 박수를, 목을 들어 고함을 짝짜기 워워 하네. 저 아이는 여자네. 여자였네. 뚜우뚜우.


"형 뭐하세요. 이런 델 다 오시구?"

"으흥, 달새가 불러서...는 아닌데 어찌 오게 되었어."

"잘 돼 가시죠?"

"뭐 그럭저럭. 무진 걱정하며 산다."

간만에 왔썹! 어쩌구, 답을 하기도 뭐한 인사로 저쩌구. 그렇고 그런 적도(赤道)의 사연들을 핑계로 느닷없는 혁명론으로 일갈휘지(一喝揮之)하니. 왜 이 놈에게 혼이 나야는 건지. 아픈 허리에 늙은 무릎으로는 줄행랑을 놓을 수도 없고. 해서 그저 고추냉이의 매운 말을 맛보고만 섰다가 이제 제 3막을 기다리며 담배 일발 장전할 적에 얼룩말 한 마리 다가와 털썩 무릎위에 앉는 줄만 알고 기뻐했는데, 그건 아니잖아. 그럴 리가 없잖아. 골키퍼 등장 잊지 않으시고 거친 몸뚱이를 자랑하며 외투 벗어 헐벗은 얼룩말을 덮어씌우는 센스. 멋스레 곁에, 맛스레 앉으시며 아이고, 하신다. 그래 가버려라, 서기엔 허리 아픈 청춘 따위.

고추냉이의 연설이 막을 내리고 다행하게도 그 맛이 자메이칸 스타일이라 체하지는 않겠고.

"나 킹덤으로 가요. 취직했어."

"개자식."

"응, 왕국의 개가 되어 보는 거야."

"무슨, 넌 원래 개잖아."

간만에 낄낄도 거린다. 혁명을 외치다가 킹덤으로 팔려가는 고추냉이의 옆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보여서 싸대기를 한대 팍! 깨갱~인다. 싸대기에 눈물 찔끔이며 고추냉이가 하는 말은.

"집도 주고 차도 준데."

"혁명이 실패했더니 왕국으로 스카웃이 된다?"

"뭐 그 왕이 이쁘지는 않더라."

"왕국의 아나키스트가 되는 겐가?"

"아나키 인 유케이."

"그래, 아나키 앤 유, 케이오다."


건배. 헌데 킹덤이 지금은 꽤나 오래 전부터 퀸덤이 아닌가?

나라 전체가 왕이라는 보호막을 유지하며 가장 그럴 듯하고 멋들어지게 그 정복자의 역사에 콘돔을 씌워주는 나라. 동시에 조지 오웰의 나라. 아나키스트가 도심 한 복판에서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콘돔을 느끼고 그걸 찢어보겠다고 발악하는 나라. 어쩌면 자마이칸 고추냉이에게는 무척이나 잘도 어울리는 나라. 너무 오래전에 가보았던 나라. 새벽까지 취한 펑크 창녀가 등짐을 맨 방랑객에게 '피프티 파운즈'라고 외치던 나라. 개를 끌고 다니며 하시시를 나누어 주던 거지와 접시를 닦는 나이지리아의 청년이 큰 종(鐘) 옆에 끼고 맥주를 건네주는 풍경사이로 롤스로이스가 미끄러져가는 나라. 문제의 중심에서 그 문제를 풀고 있는. 거기에 비하면. 비교하자면. 비교하기에도 서러울 만큼 발기되지 않아 콘돔이란 걸 끼울 수도 없는. 보호막이 필요할 만큼 팽창하지도 못하고 고개 숙인 나라는, 나라는.              

무에 그리 심각도 하신지 빨간 구두아가씨가 고개를 팍! 숙이고, 너 혹시 우는 거니? 했더니 누군가 확성기를 쥐고 뭐래니? 어라 빨간 모자네, 하는데 너 저리 안가! 하는 달새의 목소리. 역시 달새는 타이밍이 좋아. 어깨동무를 하신 달새는 맥주로 달리는 게고 또 칭찬이나 솔솔 듣는 거삼? 버니가 확성기를 이어 받고 휴식시간입니다. 모두 함께 담배일발 버닝. 왓더퍼킹 Q&A냐. 지금은 폭력의 휴식시간이다. 고개를 들라. 너라는 이름의 나라여. 광장에서 추방되어 밀실의 좌절도 금지당한 이여. 이제 그만 고개를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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