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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an Son Feb 13. 2016

3월에는 놀아보자고 떠나는 2월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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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라고하면 까만 색안경의 참을 수 없는 디제잉. 참을 수 없어. 제풀에 참을 수 없는 디제잉을 멈추고 물러났지만 빙빙 돌리던 손매가 새롭기도 새로워서 뭐 참을 만해. 들을 만해. 웃어 볼만해. 야유와 환호를 한 귀로 모아 들어버린 까만 색안경은 땀을 닦고 이제는 문 닫을 시간. 아침마다 질질, 저녁까지 징징. 밤을 벌떡 세울 클로징은 우는 땅콩이었어라. 비리링~ 돌아보지 말지어다. 닥치라고 하고 돈 룩 백. 말을 듣지도 말고 돌아보지를 말어라. 입을 닫고 귀를 막고 돈 룩 백. 돌아버리지를 말라고만. 들리었다. 헌데, 이런 제길 할 소리는 뭐 말라 비틀린 거냐.

"아유 해피?"

예에! 란다. 지랄들 난다. 결국에 여기도 행복 따위냐! 대체 뭐 그리들 행복에 목메어 사는 거냐 말이다. 불행이 빨래 줄에 줄줄 널려 추욱 늘어져 있기를 백만 날인 걸. 슬픔이 어린 애 발뒤꿈치에서 스믈스믈 그 몸뚱이를 거슬러 오르는 소리가 행진곡풍으로까지 들리는 걸, 여전히도 행복을 묻는 거냐. 소리라도 한 번 꽥 질러보니 혁명이나 행복이 바지락 껍질 까지듯 확확 열릴 줄을 아느냐. 조금만 불행하고 조금만 행복하면서 조금만 살아도 되는 거 아니냐. 씩씩! 씩씩하지도 못할 말을 돼지콧김 뿜 듯하며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알 수 없게 돌렸던 발걸음을 다시 내려 무대를 째리는데, 그랬는데, 이런 그것은 카리스마 잃은 귀 때기의 이명이구나. 알아듣지 못했고 잘못 들어 잘못 알은 거로구나. '아유 해피?'가 아니고 '아유 레디?'였구나. 이건 신경쇠약이다. 나약한 감정들이 복합체로 묶였구나. 제기랄 위크 유나이티드(Weak United)여. 빌어먹을 콤플렉스 킹덤이여. 옆집의 개 이름으로도 쓴다는 '해피'란 말에 지지리도 못나게 반응하는 안티 해피 콤플렉스여. 제 껍질도 찢어버리지 못하고서야 그 행(幸)과 불행(不幸)을 무슨 수로 찢는다는, 짓는다는 말이냐. 놀란 가슴을 보고 솥뚜껑을 떠올리는 꼴이란. 출출하다. 염두의 굴욕이 식도를 따라 졸졸 빈 위장으로 흐른다. 더없이 출출하기만 하다. 전철이 끊기기 전에 떠나야하는 또 하나의 치욕에 남는 말은 유치한 반사. '너나 잘해라.'

오오 행복이여, 그저 그대를 미워하였다 말하기 보다는 사모하였음이어라. 지금 이리도 그대에게 고백하노니. 제게도 오소서. 강림하소서. 우는 땅콩이 닥치라고 할 적에 그냥 닥칠 것을. 후회하며 훌쩍. 뉘우치며 훌쩍. 고추냉이의 일갈을 받아드리며 또 한 번 훌쩍.

하며 지친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오르다가 그만 미끌, 이제 끝이로구나. 자빠지면 부서져 산산이 조각 날 몸뚱이여. 늙은 심장이여. 나약한 감정이여.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겠소. 하는데 이런 웬걸, 이리도 푹신한 것은 그만 자빠진 얼굴이 깊고도 깊은 어느 골짜기 위에 구름에라도 걸리었구나. D컵의 여신이여. 자연산의 풍만한 부드러움이여. 극락이로다. 이건 싸대기를 각오하고서라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리라. 본다. 보인다. 오오!

"이쁜 여자 하나 없어."

동구권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싸대기 일발 작렬. 쌍코피도 따라 작렬. 한다.

그래도, 당케 쇈!(Danke schon!).

허공을 달리던 몇 방울에 피가 그녀의 흰 봉우리 위에 앉는 게 마지막 풍경처럼 보였다. 전망 좋은 밤이로다. 달이로다. 달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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