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魚座

물고기 자리

by Inan Son

魚삼


없던 인력(引力)이라도 그 순간, 생겨난 것인지, 그저 작은 진동으로 떨고 있던 한 덩이의 한쪽 골짜기에서 하이얀 점액질의 덩어리가 흘러나오는데, 이보는 바로 그 찰나에 제 자신이 눈 내린 겨울 산에서 빠져나오는 듯도 싶고, 바닥이 얼은 호수 한가운데를 지나다가 예보 없는 탓에 깨진, 예상치 못하게 얕은 얼음 속, 차디찬 물로 깊이 빠져, 나가를 버렸거나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뭐 그런 괴이한 장면이 두 눈을 뜨고 있음에도 이보의 염두 안에서는 휘리릭 휘리릭, 초당 서른여섯 장씩으로 분명히 느껴져, 귓전으로 바짝, 익히지도 않은 이보법(耳報法)에 놀라서 그만 또 한 번 벌린 입을 다물고, 재잘거리는 염두를 뒤로 단단히 단속하고 나서야, 끈적한 액체 위로 바싹 다가가 자신의 코를 디밀어 낯 설은 액상의 정체를 밝히라며 킁킁 묻고 있었는데, 액체에서는 심하게 삭히는 냄새였는지, 그저 내중 썩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꽃이라도 피우려 애를 쓰는 꽃망울 앓이의 지독함인지가 풍겨 나와, 이보를 그만 바닥에 털썩 앉게 할 만큼 강력하기도 한 모양이라, 가만 보니 이보의 털썩 주저앉은 탓은 단지 그 냄새가 지닌 냄새로서의 강력함 뿐만은 아닌 것도 싶어, 이보의 동태를 잠시나마 기다려보았더니, 헌데 잠시 샛길로 되들어 걸어보자면, 하이얀 점액질을 흘리는 한 덩이의 육체란, 분명 이보만한 크기의 물고기였음이 분명하다는 닷.




座삼


그만. 비가 그쳤다. 다 울었나, 우리 다님, 눈물 쏙 다 빼내셨나보다. 감은 눈 안에 잠들었던 아이가 한시잠시 나와 놀다가 앉을 사이 없이 눈꺼풀 사이에 주름진 길로 서둘러 접혀들고, 보면 새벽인가. 천지간(天地間)이 왼통 푸르게 어둡다. 해는 아직 이고 달은 닭이 삼켜, 해도 달도 켜지 못한 어둠 가운데로는 누가 뿌린 건지 모를 푸름이 간신히 중첩된 풍경들을 그림자로만 겹쳐놓았다. 저만치가 길이겠구나, 아 그 옆에 조만치가 길가에 뒹굴지도 못하고 박혀있던 돌덩이들의 무덤이구나. 그럼 그 뒤로 까무총총하고 희끄덩한 게 산이로구나. 습기 뱉다 체(滯)했나, 꾸덕해진 바랑에 미련 부스러기 주섬이는데, 그 산이 볼록했다가 오목하며 다가온다. 분명, 산이 다가 온다. 싶었는데, 그림자는 어둡고 푸른 기운에 미끄러져 산이라 여긴 먼 그림자를 벗고 느긋한 출렁임을 타고 넘어, 철썩, 도란(濤瀾)이 갯가에 자빠지는 소리를 낳고는 모가지에 힘을 풀어 스러져 버렸다. 아흐, 스러진 그림자 위로 습기 찬 신소리에 막히었던 귀에는 들릴까 말까하는 만큼에 옅은 신음이 흘렀는데,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쥐난 다리를 잡고 보니, 그림자는 역시나 웬걸, 땀을 흘리고도 있었다. 요즘 귀신들은 땀도 흘리는 모양일세라. 제길, 겨우 비를 피했나 싶었는데 이젠 땀일세. 구시렁대던 입은 이제 씩씩댈세, 그림자를 들쳐 업고, 배부른 나무 아래로, 아직 붙였던 궁딩이 온기라도 남은 옴팡진 구석에로 기대어 뉘어볼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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