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맹덕

판세를 읽는 승부사이자 삼국지의 최고 영웅

by 다니엘 조

지금으로부터 약 1800여년 전 세계인들, 특히 동북아시아의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일련의 사건들이 중국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은 피비린내나는 전쟁과 권력 투쟁 때문에 생지옥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 시대를 중국의 삼국시대라고 부른다. 훗날 삼국시대가 끝나고 세워진 사마씨의 진나라 때 진수라는 역사가가 그 역사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니 그 책이 바로 '삼국지'이다. 하지만 진수가 지은 삼국지는 우리가 아는 그 '삼국지'가 아니다.


아마 학교나 학원에서 한국사나 역사 시간에 한국의 고대 삼국 시대를 배우면 '삼국지위지동이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고 듣게 될 것이다. 그 '삼국지위지동이전'이 진수가 지은 '삼국지'의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만화로 보고 또 자라서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보거나 게임으로도 만나는 그 '삼국지'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원말명초 나관중이 중국 각지에 떠돌던 삼국시대의 전설과 소문, 무용담들을 모아서 소설로 각색한 '삼국지연의'인데 이 제목을 줄여서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삼국지'가 된 것이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자기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자오위핑 교수가 지은 삼국지 인물 분석에 대한 책들을 읽어왔는데, 이제야 마지막 인물을 접해보게 되었다. 한때는 만화나 드라마에서 악한 캐릭터로 묘사되곤 했지만 지금은 삼국지 인물 중 최고의 영웅이자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로 조맹덕, 조조를 만나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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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을 버릴지언정 세상 사람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

조조 - 여백사 일가를 죽인 뒤 도주하면서..



이 책에서는 조조의 일대기를 따라가면서 그가 보였던 처세술들을 하나 둘 소개해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알려주고 있다. 삼국지에서 그려진 조조의 일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조조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준 사건들이 크게 몇 가지가 있다. 독자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바로 여백사를 죽인 사건, 관도대전, 서주 공격(서주대학살), 적벽대전, 합비 전투, 위왕 등극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이 사건들을 토대로 해 조조의 처세술과 판세를 읽는 법, 그리고 인재들을 다루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삼국지의 영웅들 중에서 조조는 명백한 금수저이자 재벌에 속한다. 실제 역사를 보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지금으로 금수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만 본다면 소설 삼국지에서 본 돗자리 장수 유비와 그를 따르는 관우와 장비는 과연 뭘까 하면서 현타가 올지도 모를 일이지만 소설은 허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실제 역사에서 등장하는 유비는 요즘으로 친다면 명백한 금수저다. 황실의 자손인데다 명망있는 학자에게서 수업을 받았으니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친척에다가 지방에 명망있는 교수 밑에서 수업을 들은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조조는 더 그렇다.



옛날의 금수저나 지금의 금수저나 하는 행실이나 인식은 그렇게 차이가 없는 가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재벌 자녀들이 어느 클럽에 가서 흥청망청 쓰고 때로는 마약에다 성상납까지 저질렀다는 뉴스 기사는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후한 말 당시 금수저인 조조도 마찬가지였다. 누가보면 이렇게 망나니처럼 놀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도 절친이자 화북 지방 금수저인 원본초(원소)와 함께 말이다. 그렇다고 영웅은 초반에 이렇게 놀아야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니 내용을 곡해하면 안된다. 이렇게 영웅들은 방황을 하면서 또 부딪쳐보면서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조 자신은 자기의 절친인 원소와 훗날 화북 지방을 놓고 싸워야될 운명이 될줄 알았을까?



책의 절반부는 적벽대전 전까지 조조가 자신의 기틀을 닦아 나가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조조가 펼친 모든 처세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여백사를 죽인 일과 서주목 도겸이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는 명분으로 서주를 몰살시킨 일은 물론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조조는 세간 사람들이 악행이라 비난할 일들도 기꺼이 욕을 먹어가면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자신과 자신의 조직, 나아가 모두에게 유리하게 되게끔 조성했고 자기 자신을 성장시켜 나갔다. 이렇게 성장세를 올리던 조조가 큰 변곡점을 맞는 순간이 등장하니 바로 적벽대전이다. 대륙의 북쪽을 손에 넣었는데 의기양양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조조도 마찬가지였다. 남쪽만 평정하면 조조는 그야말로 중국의 실세가 되는 셈인데 자만심이 앞서고 만 것이다. 꾀가 많기로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조조인데 그 조조마저 주유와 황개의 고육지계에 당했고 대륙 통일은 후세에 과제로 남겨주고 말았다.



적벽대전이 워낙 스케일이 커서인지 나중에 조조의 휘하 장수인 장료, 이전, 악진과 손권의 부대와 합비에서 벌인 전투가 눈에 잘 띄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지금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예상치 못한 손권의 공격으로 합비가 위기에 처했는데 더욱이 합비를 지키고 있는 장수들이 실력은 뛰어나지만 소위 단합이 잘 안되고 서로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친다면 자기 조직에 갑자기 일이 터졌고 이를 수습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지금 밑에 있는 직원들 상태와 분위기가 말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이 상황을 겪게된다면 정말 골치아픈 상황이다. 물론 조조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나간다.



마치 눈이 굴러오는 듯 하구나(袞雪)


조조 - 한중 원정 중 포강의 물결을 바라 보면서...



조조는 이렇게 영웅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영웅이자 문학가이며 멋진 아버지였다. 조조는 소위 건안문학을 대표하는 문학가 중 한 사람이며 단가행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특히 삼국지 관련 다큐멘터리를 비롯해서 영화 '조조 : 황제의 반란'에서도 잠깐 나온 '곤설(袞雪)'이라는 글씨는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조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이 정도인데 그 아들들은 어떨까? 참고로 조조의 장남 조앙은 장수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아버지 조조의 피난을 돕다가 조조가 아끼던 장수 '전위'와 함께 전사한다. 그래서 삼국지 후반에 등장하는 조조의 아들들이 조비, 조창, 조식, (조웅), 조충이 있는데 이들 또한 한 실력한다. 조비는 정치에, 조창은 무공에, 조식은 문학에, 조충은 수학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특히 조조는 막내인 조충을 무지 아꼈다고 한다. 조충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꽤 있겠지만 조충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한번쯤 학습지나 책에서 접해보았을 것이다. 바로 그 유명한 '코끼리 무게 측정' 일화이다.



어느 날 왕궁에 코끼리가 들어왔다. 왕은 저 코끼리의 무게가 궁금해서 신하들에게 저 코끼리의 무게를 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저 코끼리를 달 수 있는 저울이 없어 신하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런데 어떤 소년이 나타나 코끼리를 항구로 데려가더니 배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꺼낸 후 저 코끼리를 태웠다. 코끼리를 배에 태우고 나서는 배가 물에 잠긴 위치를 표시하더니 코끼리를 배에서 내리게 했다. 그러더니 그 소년은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표시를 한 곳까지 배가 잠기도록 물건을 채워넣어

그 물건들의 무게를 재어 합하면 저 코끼리의 무게가 됩니다.'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조조와 그의 막내 아들 조충이다. 하지만 이 수학 천재는 어린 나이에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조충의 사인은 병사이지만 조조가 후계자를 조충으로 점찍어 형인 조비가 의도적으로 제거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조충이 죽은 직후 조조가 조비에게 한 말과 조비가 위황제에 등극하고 나서 '조충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고 발언한 것을 그 증거로 들기도 한다.



아무튼 조조는 중국의 삼국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 조조 말고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삼국지 이야기는 시작하면 할 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등장한다. 그리고 도중에 그만 두기도 참 애매한 때가 많다. 지금 상황이 그런가보다.때로는 간웅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끝내 만인의 영웅이자 승부사로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는 조맹덕, 조조는 시공을 초월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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