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Jan 25. 2021

라자암팟의 불타는 밤

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4

이제 시작인 라자암팟의 다이빙에, 벌써 놀라는 건 너무 성급한 반응이었다.

어느 곳이든 나이트 다이빙은 다이빙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언제나 설렘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 줄이 짧아질 때처럼 오묘한 긴장감을 준다.

라자암팟에 온 이후 이미 몇 번 되지도 않는 다이빙에서 본 화려함으로, 나이트 다이빙을 앞두고 피어나는 기대는 긴장감을 압도했다.


낮에 이미 직접 본 라자암팟의 멋진 생물들도 좋았지만, 책에서 보면서 늘 '이렇게 생긴 녀석들이 있단 말야?'라고 놀라워했던 많은 생물들이 이 동네 밤바다 속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라자암팟은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나이트 다이빙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플람보얀 커틀피쉬(Flamboyant Cuttlefish), 우리말로는 대략 불꽃 갑오징어라는 녀석을 본 거다.


책에서만 볼 때는 '오오 정말 화려한 갑오징어로군.' 정도였는데, 직접 본 이 녀석은 화려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오징어나 문어가 색깔이 변하는 건 언제 봐도 신기하지만, 이 플람보얀 갑오징어는 색깔이 화려해서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효과를 보여줬다.


말로만 듣던 플람보얀! 몸통의 빨갛고 까맣고 푸르스름한 빛이 최면이라도 거는 듯 어른어른 거리는 모습이 일품!


또 재밌었던 건 블루링 옥토퍼스(Bluering Octopus). 우리말 이름은 푸른 고리 문어라는 녀석인데 새끼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작은 녀석이 색깔이 화려하다. 엄청나게 강한 독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녀석이라, 제주도 근해에 발견되면 뉴스에도 출연하시는 귀한(?) 몸이시다.


근데 이 녀석을 열심히 보고 있자니, 가만히 머무는 동안 손(?) 끝을 세우고는 방울처럼 계속 달랑달랑 흔들고 있는 거다. 대체 이 녀석이 왜 그러나 궁금해하니, 아내 Sophy가 "산호인 척 위장하려는 거 아냐?"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릴 한다. (그런데 나중에 다큐멘터리에서 보기로 정말로 그게 산호인척 하려고 흔드는 거란다!)


화려한 외관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독을 가지고 있는 블루링 옥토퍼스.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다.


또 역시나 귀여운 녀석이 있었는데 밥테일 스퀴드(Bobtail Squid)라고 불리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오징어다. 뭐야? 재밌었던 녀석들 모두 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이런 애들이잖아? 내 취향이기도 하지만 얘네들은 정말 신기하거든.


아무튼 이 녀석이 귀여웠던 거는 그 작은 손으로 모래를 쇼쇼쇽 파고 들어가서는 딱 두 개의 손으로 모래를 쓸어서 멘둥멘둥한 머리를 덮는 모습이었다. 그냥 봐도 웃긴데 너무 작다 보니 귀엽기까지 한 거다.


밥테일 스퀴드. 독성 대신 귀여움으로 승부!


이게 다 사진은 물론이고, 미천한 고프로 동영상으론 실감이 안 난다는 게 문제다. 직접 본 나만이 내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건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누구나, 또는 언제나 갈 수 없는, 혹은 가더라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나마 보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DP1Hfqc4H_4&list=PLi35QMfevvWS9A268B9WG24ZKoY_NFvo9&index=8

라자암팟의 밤 풍경을 동영상으로


스펀지(해면) 안에 숨어있는 작고 하얀 랍스터


말미잘 위에서 흘러가는 물결에 먹이 그물을 치고 식사 중인 포슬린 크랩


산호 안에 가만히 거꾸로 떠 있던 고스트 파이프피쉬


말미잘 위의 작은 크랩. 이런 곳에 사는 많은 갑각류(게, 새우 등)들이 위장을 위해 자기네들 사는 곳의 모양과 색깔을 닮아 있다.


말미잘 위의 투명한 새우. 움직이면 그래도 좀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윤곽 잡기도 쉽지 않은 듯


가늘고 길면서 싸리비처럼 생긴 앞발을 가진 Hydroid Crab. 저 손으로 먹이를 걸러 먹던가?


비교적 평범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새우


Twin-spot Lionfish라는 녀석. 우리가 흔히 아는 Lionfish랑은 조금 다르게 생겼다. 그리고 다른 Lionfish와 달리 빨리 움직인다.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던 Walking shark

 

매거진의 이전글 와... 이게 라자암팟...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