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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Nov 10. 2020

와... 이게 라자암팟...

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3

서울에서부터 날아서 굴러서 둥둥 떠서 온 먼 길이 이제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없을 줄 알았던 첫날의 다이빙까지 하고, 게다가 상상으로만 그려 보던 라자암팟의 바다의 진수를 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아니, 더 좋을 수가 있다. 어스름 저녁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배의 야외 데크에서 맥주와 칵테일과 안주의 시간을 가진다. 이거 너무 호사롭잖아?


남태평양을 앞마당 삼아, 붉은 석양을 조명 삼아 우리만의 조촐하지만 호사로운 칵테일바


남은 일정은 대부분 나이트 다이빙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석양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기분을 내는 것도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첫날부터 부지런히 만끽해야 한다. 여기서는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다구.


하지만 역시, 모두들 피곤함을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 여기 시간으로 9시가 되니 모두들 사라져 버리고, 부지런 떠는 나만 내일 스케줄표를 보면서 신나 하고 있다.


첫날의 저녁. 정찬스럽게 나오긴 하지만, 퀄리티는 쏘쏘...
본격적인 라자암팟 다이빙이 시작될 둘째 날의 다이빙 일정




어린 시절 소풍날 아침처럼 일찍 눈이 떠져서 일출을 보러 나왔다. 뭐... 별 건 없다.


본격적인  라자암팟의 진수를 보게 될 둘째 날의 다이빙. 이 배의 가이드인 세드릭이 이런저런 잡다 물건으로 우리가 다이빙할 바다의 지형을 만들어 설명해 준다. 여기서 이렇게 설명을 듣는다고 물에 들어가서 연결 짓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는 건 새롭기도 하고, 정성 들인 안내를 받는 기분이 들어 꽤 감동적이다.


"요렇게 솟은 봉우리가 있는데, 여기를 왼쪽에 끼고 돌 거예요." 식으로 설명해 주는 가이드 세드릭


첫 번째 포인트는 "Sardines Reefs". Sardine, 즉 정어리의 산호초라는 뜻이지만, 세드릭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포인트에 어떤 생물 이름이 붙어 있으면 얘네들은 안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한다.


어제에 비해 물이 맑고 시야가 훨씬 좋아졌다. 물고기들도 덩달아 많이 보이고.
여기 찍고 돌아보면 찍을 게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는 여기가 바로 라자암팟
보통은 "Flatworm"이라고 부르는 민달팽이. 그래도 이 녀석은 예쁜 편이라 무려 "글로리어스"란 이름이 붙은 녀석인 듯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Yellow Leaf Fish
산호와 물고기들의 물량이 다른 어느 곳보다 월등하다.


첫날 체크 다이빙의 감동이 무색하게도 둘째 날의 다이빙부터 신이 난다. 와... 라자암팟이라는 곳이 진짜로 대단대단한 곳이었구나를 실감한 다이빙.


두 번째, 세 번째 다이빙 역시 놀라운 풍경과 예쁜 생물들이 무심한 듯 펼쳐져 있었다. 


어제 처음 보고 너무 좋았던 워베공 상어(Wobbegong Shark). 책에서는 그렇게 신비한 생물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막 나오다니! 어제는 너무 숨어 있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아예 그냥 배 내놓고 자는 고양이처럼 널부러져 있구나!


너무 대놓고 나와 있어서 오히려 놀란 워베공 상어(Wobbegong Shark)
우린 그냥 구경하고, 이 녀석은 그냥 잔다.
덕분에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이 신묘한 수염을 볼 수도 있었다. 고양이 눈 같은 작은 눈도 보이고.
별로 괴롭히진 않았지만 계속 얼쩡댔더니 귀찮은 듯 슬금슬금 일어나 무심한 듯 다른 데로 가 버리더라. 시크하긴.
워낙에 풍경이 알차다.
아무 곳이나 대고 찍었는데 나오는 사진이 이 정도
산호에 몰래 숨어 있는 피그미 해마. 눈빠지게 찾아야 보이는데, 그랬다가 또 사라지고 그런다. 화질은 옛날 고프로라...
항상 예쁜 갯민숭달팽이
"피카추"라는 별명이 있는 까만 점이 있는 노란 갯민숭 달팽이
끊임없이 팔랑대는 작은 민달팽이를 제대로 찍으려면 비~싼 장비와 진득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와... 이렇게 나오다 보면 나중엔 좀 심드렁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어림없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웬걸, 이제 나이트 다이빙을 들어갔더니...




워베공 상어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그린 걸 로그북에 붙였다. 첨에 별생각 없이 그렸다가 다 그리고 나선 아쉬웠지만... 또 그리긴 귀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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