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3
서울에서부터 날아서 굴러서 둥둥 떠서 온 먼 길이 이제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없을 줄 알았던 첫날의 다이빙까지 하고, 게다가 상상으로만 그려 보던 라자암팟의 바다의 진수를 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아니, 더 좋을 수가 있다. 어스름 저녁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배의 야외 데크에서 맥주와 칵테일과 안주의 시간을 가진다. 이거 너무 호사롭잖아?
남은 일정은 대부분 나이트 다이빙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석양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기분을 내는 것도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첫날부터 부지런히 만끽해야 한다. 여기서는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다구.
하지만 역시, 모두들 피곤함을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 여기 시간으로 9시가 되니 모두들 사라져 버리고, 부지런 떠는 나만 내일 스케줄표를 보면서 신나 하고 있다.
본격적인 라자암팟의 진수를 보게 될 둘째 날의 다이빙. 이 배의 가이드인 세드릭이 이런저런 잡다 물건으로 우리가 다이빙할 바다의 지형을 만들어 설명해 준다. 여기서 이렇게 설명을 듣는다고 물에 들어가서 연결 짓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는 건 새롭기도 하고, 정성 들인 안내를 받는 기분이 들어 꽤 감동적이다.
첫 번째 포인트는 "Sardines Reefs". Sardine, 즉 정어리의 산호초라는 뜻이지만, 세드릭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포인트에 어떤 생물 이름이 붙어 있으면 얘네들은 안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한다.
첫날 체크 다이빙의 감동이 무색하게도 둘째 날의 다이빙부터 신이 난다. 와... 라자암팟이라는 곳이 진짜로 대단대단한 곳이었구나를 실감한 다이빙.
두 번째, 세 번째 다이빙 역시 놀라운 풍경과 예쁜 생물들이 무심한 듯 펼쳐져 있었다.
어제 처음 보고 너무 좋았던 워베공 상어(Wobbegong Shark). 책에서는 그렇게 신비한 생물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막 나오다니! 어제는 너무 숨어 있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아예 그냥 배 내놓고 자는 고양이처럼 널부러져 있구나!
와... 이렇게 나오다 보면 나중엔 좀 심드렁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어림없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웬걸, 이제 나이트 다이빙을 들어갔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