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2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넓고 깔끔하고 시멘트 냄새가 가득한 소롱(Sorong)의 공항. 건물 문을 열고 나서니, 대기하고 있던 리브어보드 직원들이 우리를 반겨 준다. 벌써부터 리브어보드의 즐거움과 평온함이 느껴져, 지금까지 쭈구리로 있던 가슴팍이 확 펴진다.
차를 타고 10분 남짓 만에 도착한 항구.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지만, 어차피 바다로 나가는 몸, 깨끗한 물로 샤워나 하자는 기쁜 맘으로 비를 맞으며 승선용 보트를 탔다.
우리가 탈 리브어보드 배의 이름은 "블루만타". 리브어보드를 그렇게 많이 타 보지는 못했지만, 이전의 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깔끔하다.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은 거냐고 Angela 강사님께 물어보려니, 이미 두 눈이 똥그래져서 "우와~ 이 배 진짜 좋아.ㅎㅎㅎ" 하면서 입을 벌리고 있다. 그렇게나 좋은 배구나...
리브어보드는 비교적 먼 바다를 나가는 다이빙을 위한 거라, 첫날은 보통 이동에 시간을 쓰는 편이다. 그러면서 짐 정리와 다이빙 장비 준비 등을 하고, 오랜만의 평온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푼다. 그래서 알고 있던 일정에도 첫날은 다이빙 계획이 없었는데, 일정을 알리는 화이트보드에는 늦은 오후 한 번의 다이빙 계획이 잡혀 있다. 벌써부터 두근 거리누나. 오예~
들뜬 마음으로 다이빙 장비를 정리하는데, 이게 웬 걸, 비디오 촬영과 나이트 다이빙에 쓸 라이트가 안 보인다. 후엥~ 안 챙겨 왔나 보다... 흐흑... 혹시나 혹시나 뭔가 빠뜨린 것이 없을까 몇 번을 생각하며 챙긴다고 해도, 이렇게 너무 당연한 것들을 빠뜨릴 때가 있다. 체크리스트라고 만들어 놓은 것도 있지만, 다 알고 익숙한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만들어 놓기만 하고 보지 않는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투어의 사진들은 모두 녹색 파란색만 가득한 어두운 사진들 뿐이다... ㅠㅠ)
배가 열심히 첫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동안, 리브어보드 여행의 첫 일정이 시작된다. 승객과 배의 크루들끼리 간단히 인사하며 서로를 소개하고, 배의 구조, 각 장소 별 지켜야 할 규칙, 배에 있는 동안의 규칙과 매일의 스케줄, 비상벨이 울릴 때의 행동 수칙 등을 듣는다. 그리고, 다이빙은 어떻게 그룹을 나누고 어떤 순서로 할지, 낙오되거나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할지 등도 얘기한다. 리브어보드를 몇 번 다니다 보니 첫날의 이런 절차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상 탈출구는 다시 한번 걸어가 보면서 눈에 익혔다.
아침부터 달려 늦은 오후, 드디어 라자암팟의 첫 다이빙이다. 열심히 왔어도 아직은 본격적인 라자암팟은 아니라 한다. 첫 다이빙은 늘 그렇듯이 좀 밋밋한 편이다. 위치도 변두리이고, 컨디션 체크를 위해서 얕고 평이한 지형과 조류가 없는 곳에서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다이빙을 한다" 자체에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어라? 요거 봐라? 첫 체크 다이빙 치고는 뭔가 재밌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