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4
이제 시작인 라자암팟의 다이빙에, 벌써 놀라는 건 너무 성급한 반응이었다.
어느 곳이든 나이트 다이빙은 다이빙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언제나 설렘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 줄이 짧아질 때처럼 오묘한 긴장감을 준다.
라자암팟에 온 이후 이미 몇 번 되지도 않는 다이빙에서 본 화려함으로, 나이트 다이빙을 앞두고 피어나는 기대는 긴장감을 압도했다.
낮에 이미 직접 본 라자암팟의 멋진 생물들도 좋았지만, 책에서 보면서 늘 '이렇게 생긴 녀석들이 있단 말야?'라고 놀라워했던 많은 생물들이 이 동네 밤바다 속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라자암팟은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나이트 다이빙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플람보얀 커틀피쉬(Flamboyant Cuttlefish), 우리말로는 대략 불꽃 갑오징어라는 녀석을 본 거다.
책에서만 볼 때는 '오오 정말 화려한 갑오징어로군.' 정도였는데, 직접 본 이 녀석은 화려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오징어나 문어가 색깔이 변하는 건 언제 봐도 신기하지만, 이 플람보얀 갑오징어는 색깔이 화려해서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효과를 보여줬다.
또 재밌었던 건 블루링 옥토퍼스(Bluering Octopus). 우리말 이름은 푸른 고리 문어라는 녀석인데 새끼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작은 녀석이 색깔이 화려하다. 엄청나게 강한 독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녀석이라, 제주도 근해에 발견되면 뉴스에도 출연하시는 귀한(?) 몸이시다.
근데 이 녀석을 열심히 보고 있자니, 가만히 머무는 동안 손(?) 끝을 세우고는 방울처럼 계속 달랑달랑 흔들고 있는 거다. 대체 이 녀석이 왜 그러나 궁금해하니, 아내 Sophy가 "산호인 척 위장하려는 거 아냐?"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릴 한다. (그런데 나중에 다큐멘터리에서 보기로 정말로 그게 산호인척 하려고 흔드는 거란다!)
또 역시나 귀여운 녀석이 있었는데 밥테일 스퀴드(Bobtail Squid)라고 불리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오징어다. 뭐야? 재밌었던 녀석들 모두 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이런 애들이잖아? 내 취향이기도 하지만 얘네들은 정말 신기하거든.
아무튼 이 녀석이 귀여웠던 거는 그 작은 손으로 모래를 쇼쇼쇽 파고 들어가서는 딱 두 개의 손으로 모래를 쓸어서 멘둥멘둥한 머리를 덮는 모습이었다. 그냥 봐도 웃긴데 너무 작다 보니 귀엽기까지 한 거다.
이게 다 사진은 물론이고, 미천한 고프로 동영상으론 실감이 안 난다는 게 문제다. 직접 본 나만이 내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건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누구나, 또는 언제나 갈 수 없는, 혹은 가더라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나마 보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DP1Hfqc4H_4&list=PLi35QMfevvWS9A268B9WG24ZKoY_NFvo9&inde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