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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15. 2021

맹그로브 숲 다이빙

라자암팟 리브어보드 (Raja Ampat Liveaboard) - 5

맹그로브란 열대 지방 해안에 퍼져 있는 나무들의 숲인데, 밀물 때가 되면 나무가 있는 곳은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가 되면 갈쿠리를 꽂아 세워 둔 것처럼 보이는 뿌리가 얕은 물 위로 드러나 보이는 나무들이다.

바닷물에 나무 뿌리들이 잠겨있는 이것이 맹그로브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꽤 자주 나오는데, 그 이유는 갯벌을 이루는 중요한 자연환경으로, 해안의 토양 유실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작고 어린 바다 생물들이 숨어 살기에 적합한 구조라서, 신기한 것도 많고 재미난 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 수중 생물들에게 숨을 곳을 제공해 준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해안을 지나는 차창을 내다보면서도 얘네들에 대한 관심이 좀 있다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모르는 사람에겐 그냥 아무것도 아닌 풍경으로 보이겠지만.

나도 바깥으로 신기해하기만 했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다이빙을 마치고 배로 돌아오는 길에 맹그로브 숲에서 잠깐 다이빙을 할 거란다. 여기는 가끔씩 바다악어 (Saltwater Crocodile. 악어 중에서도 제일 덩치가 큰 녀석이다.)가 오는 곳이라 못 가는 경우도 많다는데, 지금은 괜찮은 시기라 갈 수 있는 건 행운(?)이란다.

'오옷? 맹그로브 숲 속을, 그것도 물속을 볼 수 있다고?'

거참 궁금함을 멈출 수가 없구나.



다이빙을 마치고 배로 돌아오던 우리의 보트 (딩기 Dingy라고 한다.)는 어떤 섬의 해변으로 다가갔다. 그냥 평소에 오가며 보던 그런 숲으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모르고 지나치면 그냥 숲이며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사실은 그 속에 갖가지 풍경을 품고 있는 곳이다.

수면 위는 그냥 숲으로만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이런 풍경
나뭇잎 사이로 내려 비치는 햇살이 풍경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준다.


한 번 "맛보기"로 잠깐 둘렀다 오자는 곳이라, 이전에 썼던 공기탱크를 메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얕은 맹그로브 숲의 뿌리와 그 사이사이의 작은 물고기들의 물결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 떨어지는 햇빛의 오로라들. 이걸 사진으로 담겠다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얕은 물속에서 렌즈를 위로 쳐들었다가, 뭔가 맘에 안 드는 듯 몸을 비틀더니, 급기야 물구나무를 서기에 이르렀다.

멋진 풍경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분주한 다이버


숲 안쪽의 물은 얕기 때문에 스쿠버 장비를 메고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스쿠버 장비를 벗고는 오리발과 마스크만 쓰고 들어갔다. 스쿠버 다이빙 때는 스노클을 잘 안 챙기는 편이고, 이때는 아직 프리다이빙을 배우던 중급 수준이라 스쿠버 다이빙 투어 오면서 스노클 쓸 일이 있을 줄 몰랐다. 그래서 숨을 쉬려면 거북이처럼 고개를 삐죽 쳐들고는 "호옵~ㅃ"하고 잠깐 공기를 들이마셔야 했고, 그 적은 한 모금의 숨으로 맹그로브 숲의 뿌리 사이를 오다니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

물이 얕아서 초보자에겐 오히려 잠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수족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게 어디랴. 아무나 오기 힘든 이 맑고 깨끗하고 평온한 물속 숲의 일부가 되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만 해도 나에겐 큰 행운.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을 담그기까지 하였으니, 비밀을 알게 된 기쁨과 함께 신비로움의 커튼 속에 대한 호기심이 하나 줄어든 것 같은 아쉬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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