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간의 유럽 부부 여행 - 19. 오스트리아 빈 - 4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과 클림트. 그리고 황금빛 키스.
그림이야 워낙에 포스터, 액자, 머그컵, 에코백, 엽서, 달력 등등 어디 미술품이 쓰이는 곳이라면 안 나오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당연히 눈에 익어 있고.
그다음에 알고 있었던 것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애? 살아있는 동안에도 미술가로서 명성을 날리면서 부유했을 뿐만 아니라, 여자 관계도 꽤 복잡했다는 얘기 정도를 들었었지. 그래서 Sophy가 클림트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리고 들은 얘기가, 세계에서 임대 전시가 안 되는 미술품이 셋 있는데, (3대 무엇무엇이라고 하면 보통은 일본에서 만든 얘기가 아니던가...) 그 세 개의 미술품이 바로 모나리자와 게르니카, 클림트의 키스라는 얘기였다. 진위 여부야 알 수 없지만, 유명 작품을 다른 곳에서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그 작품이 있는 그곳에서 직접 보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친다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경험해야 할 것 중에 No.1이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보러 가는 것이겠지.
우중충했던 어제의 날씨가 조금씩 풀리는지, 파란 하늘에 솜뭉치가 몽실몽실 떠 있는 빈의 거리. 날씨만으로도 기분이 사는데, 깔끔하고 복잡하지도 않은 것이, 왜 늘 이곳이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곳은 벨베데레(Bevedere) 궁전이라고 하는 곳이다. 지금은 클림트를 비롯한 많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궁전은 하궁(Lower level)과 상궁(Upper level)이라는 두 개의 건물로 나눠져 있고, 클림트의 키스와 다른 주요 작품들은 하궁에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하궁만 본다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전부를 돌아볼 예정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는 전시관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던 때라, 기억에 남은 것은 책에서 봤던 그림들의 "실물"을 봤다는 것, 흐릿한 감흥, 그리고 생각보다 거대했던 진품의 크기, 그런 것들이다.
전시관을 들어서서 얼마지 않아 "키스"의 분위기가 뒤덮인 큰 방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었고, 사람들의 눈길에 아랑곳없이 그림의 두 주인공은 100년 넘게 탐닉한 키스를 하고 있다.
키스의 주변에도 낯익은 그림들이 많이 있었고, 이들 역시도 크고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유명 작품 옆이라고 빛이 바래는 비운을 겪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래층에는 클림트가 그린 거대한 벽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아직 다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베토벤 프리즈 특별전 같았는데, 화려하고 농밀한 분위기의 키스와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 웅장하고 장엄하긴 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은 기괴한 느낌이 없지 않은데, 다시 생각해 보니 사람이 하나둘만 있는 다른 유명 작품들에 비해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그림을 봐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궁의 클림트의 작품들을 열심히 둘러보고는, 이제 상궁으로 향하는 길.
…
…
하늘도 파랗고 여유로움이 풍기지만, … 상궁은 왜 이리 멀어 보이나? 그러구… 가는 동안에는 널찍한 정원만 있을 뿐 그늘도 없고, 볼 것도 없고, 쉴 곳도 없다. 이탈리아와는 분위기가 다른 궁전이다. 흠… 그래서 Sophy가 그렇게 얘기하는군. “한 때 부자였지만 망한 왕국” 너무 더워서 한 얘기인 것 같지만, 뭐 틀린 얘기도 아니구만.
다음 갈 곳은 미술사 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