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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n 05. 2023

꿈에 그리던 코모도.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구나...

코모도 리브어보드 - 1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다이빙 투어인가. 그동안 다이빙 여행보다 인문학이나 맛집 탐방 여행 쪽으로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이빙 여행은 예전에 비해 조금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그런데 거기다 코로나 판데믹까지 터지는 바람에 이렇게 오랜 기간 다이빙을 못하게 될지 몰랐지.


이제야 조금씩 코로나가 풀리는 틈을 타, 그리고 Sophy의 뽐뿌에 힘을 받아, 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시는 노마다이브의 코모도 투어를 덜컥 예약해 버렸다.


하지만 그리도 고대하던 오랜만의 다이빙 여행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같이 가기로 했던 Sophy는 회사일로 휴가를 취소해야 했고, 코로나 때문에 항공 노선도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투어 단톡방에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는 얘기를 보니, 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출발 일정을 하루 당겨 버린 것이다. 당혹스럽지만 이게 뭐 우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이 항공 일정 하나 바뀐 것의 여파는 구석구석 퍼졌다.


안 그래도 휴가 길게 쓴다고 눈치 보던 걸 하루 더 내야 했고, (1주일이면 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인도네시아 국내선 연결편 일정도 변경해야 했고, 인도네시아 현지 숙박과 리브어보드 배의 승선 일정도 바꿔야 했다. 현지 숙박과 배 일정은 노마다이브에서 알아서 잘... 해 주리라 믿었고...(엄청 고생하셨다지.) 인도네시아 국내선 연결편 일정 변경이 남았는데, 이게 또 사람 속을 드륵드륵 긁어댔다.


인도네시아 국내선은 A 항공사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것이었는데, 닥쳐서 알아보니 여기가 고객서비스로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곳이었다... 뭐, 이런 일 생기면 환불 같은 건 그냥 포기하는 게 속편하다고. 일정변경 메뉴가 없이 취소를 하고 재구매를 해야 된다네? 왜? 게다가 취소라고 돈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뭐? 크레딧으로 돌려준다고? 뭐 하나 물어보려면 챗봇 뺑뺑이의 쳇바퀴에 지쳐서 핸드폰을 집어던질 지경이 되더라. 항공료가 그냥 냅다 포기하기도 애매한 액수라, 떠나는 날까지도 고객서비스 메일 응답이 안심할만한 내용으로 올지, 또 공항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공사 발권 카운터에 이것저것 물어보며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에는 '에라,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노력도 하지 말 걸!!!' 하고 끈기가 미덕이라 생각했던 본인이 원망스러워질 지경이었다. (내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리. A 항공사...)


환불 뺑뺑이 돌리던 A 항공사의 AI 챗봇.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그래서 영문으로 해 보고, Refund를 들어가 봤지만... 돌아돌아 선택은 결국 "No, I want to leave it" 뿐. 이놈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걸 거야.




오랜만의 여행으로 설레는 맘으로, 일찍 가야지 하고 아침에 나왔더니... 버스 배차 시간이? 뭐야? 왜 아침 8시 부근 배차 간격이 두 시간인데?
혹시나 두 시간 만에 온 버스에 자리가 없는 건 아닐까 걱정은 했지만, 이제 막 여행 문이 조금씩 열리던 시기라 그렇게까지 붐비는 때는 아니었다.
허허허. 이렇게 한산한 인천공항이라니.
지나다니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디 가는지 궁금할 지경
어라? 그래도 관광객들이 모이는 항공편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얼마만의 비행기인지...
이렇게 한산한 면세구역. 문제는 면세점들조차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던...


출발하는 날 인천 공항 게이트에 모인 이번 투어의 일행들을 만나면서 여행 느낌이 돋아났다. 그런데 그 느낌 심상치가 않았던 것이...


태연히 얼굴을 마주 보던 K님은, 하마터면 오늘 여행을 못 올 뻔했단다. J 강사가 본인 교육생이라고 조금이나마 관심을 더 가져줬던 게 한 사람 구한 셈이었지. J 강사가 K님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예요?"라는 당연한 물음을 던졌을 때, "집이야. 연포탕 만들고 있어. 맛있게 잘 된 거 같아."라는 해맑은 목소리의 대답을 들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을까. 항공 일정이 하루 앞당겨진 여파였던 것일까? 아무튼 J 강사는 당장 공항으로 달려오라고 다그쳤고, 그나마 다행히 전날 짐을 싸 놨던 K님은 연포탕에 미련을 둔 체 짐만 들고 택시를 타고 다행히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했다는 거다.


이번에 처음 만나는 L님은... 함께 오기로 했던 배우자가 어제 코로나 확진이 걸려버리는 바람에 같이 못 왔다고?!?! 여행 일정 닥쳐서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나마 노마 강사님이 이번 리브어보드 배랑 얘기해서 다음 투어에 어찌어찌 끼워올 수 있도록 했다지만. 이놈의 코로나 정말...




그러나 저러나 가긴 가는구나, 코모도.

오랜만의 여행이라고 Sophy가 시원하게 지른 비즈니스석인데, 혼자 가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 좀 많이...


비즈니스석인 건 좋긴 하다만... 왜 또 혼자 가게 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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