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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03. 2023

불안감은 결국 보안검색대에서

코모도 리브어보드 - 2

오래간만에 물 건너온 땅에는 비와 어둠이 가득하다. 시원하지만 축축한 공항 실내의 공기가 잊었던 남쪽나라의 느낌을 되살려 주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도착한 외국, 자카르타. 비가 오는 저녁.


출발하기 전에 알아봤던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과 입국 신고를 위한 스마트폰앱은 공항에 도착하고서도 여전히 어떻게 쓸지를 모르겠고, 공항직원은 모든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서류 작성을 요구했다. 다행히 서류 작성을 마치고, 가져온 예방접종 증명서를 보여주니 큰 어려운 없이 입국 절차는 통과.


스마트폰 앱 안내가 있었지만 무용지물. 결국 펜으로 쓴 신고서와 한국에서 준비해 온 서류들로 패스. 다행히 일행 모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실내임에도 약간 덥고 습한 공기가 역시 남쪽 나라에 온 것임을 실감하게 해 줬다.




다음 행선지는 노마강사님의 손에. 그저 뒤만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어찌어찌 우리를 맞이하러 온 호텔 직원과 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고도 외진 곳을 방황하는 듯한 풍경에 마음을 놓지 못하던 일행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코너를 돌고 나니 번듯한 호텔이 턱! 하니 나타났다. 그제서야 다들 일말의 안심을 한 것 같다.


원래 이런 인솔 투어는 인솔자만 졸졸 따라다니게 되어 있지... 오늘 머물 호텔 담당자를 만나러 어디론가 떠돌아다녔다.


무사히 호텔 담당자를 만나 버스를 타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바깥 풍경들이 너무 외진 느낌이라 모두들 술렁이던 때...


갑자기 나타난 번듯한 호텔 건물과 깔끔한 로비를 보고는 모두들 안심


하지만 나의 근심은 어째서인지 깊숙이 남아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생긴 녀석들이 가득한 꿈을 꾸질 않나, 천둥 치는 건 줄 알았던 구르릉대는 비행기 소리도 밤 내내 온전한 잠을 방해했다.


호텔에서 내다본 바깥의 풍경. 이때의 뭔지 모를 나의 불안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이다.




가슴속 근심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예고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카르타에서 코모도로 가는 국내선.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또 뭔 일이 생겼다.


문제는 보안검색대. 내짐을 좀 보잔다. 왜? 왜? 내 짐에 뭐가 더 있으려고?


이것저것 뒤적이며 유심히 보던 공항 직원이 무언가를 집었다. 이건? 카메라 조명용 암이랑 드라이버 공구인데... 이게 무슨 문제냐고 물으니, 조명용 암을 들고 자기 머리를 툭툭 친다. 엥? 이게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냐? 정녕코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보안검색대에서 문제삼은 내 물건들. 직원들은 "괜찮다"라는 판단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애매하면 일단 돌려보내는 듯. 들고 가는 짐에는 금속으로 된 물건은 항상 조심해야겠다.


이거 참... 어처구니가 없네. 국내선은 수하물 무게 깐깐하게 따진다고 캐리어에서 작고 무거운 걸 뺀 게 얘네들이었는데, 큰 실수였네. 그냥 짐무게 비용을 더 내는 게 나았었겠군!


결국 내 짐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혼자 작고 무거운 쇠붙이 물건들을 들고 티켓팅 창구로 달렸다. 작은 물건들이라 저기 보이는 포장센터에서 새로 포장을 해 오란다. 여긴 또 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건데? 무슨 급X 마려운 것처럼 가만있지 못하고(그렇다고 넉살 좋게 새치기도 못하고) 발만 동동대다 포장을 마치고는... (나중에 깨닫기를 포장 서비스 갔을 때 나의 비행기 티켓은 티켓팅 창구에 홀로 남아 있었다... ㄷㄷㄷ)


작은 물건들을 포장해야 해서 온 수하물 포장센터. 여긴 또 왜 줄을 서 있는데?


다시 티켓팅 창구로 갔는데... 음? 왜? 왜? 직원이 또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데...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직원은 영어를 거의 못했고,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 봐도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의 거리는 좁아질 줄을 몰랐다. 왜? 왜? 뭐가 문젠데? 시간은 가지, 내속은 타지... 뭐가 문제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직원을 부른다. 제발... 왜 이런 거야? 새로 온 직원은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음? 직원이 돈을 내란다. '설마... 그런 거야?' 그래그래, 알았다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당장 내 주지. 빨리만 처리해 줘.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오해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수하물 비용이었을 뿐) 그러고는 또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네? 좀 쉽게 갈 수 없을까? 다른 창구로 가더니 뭘 쓰고 어쩌구 하더니... 뭔가 서류가 하나 나왔다. 그러고는 이제 됐다고. 물건 부쳐줄게라고 한다. "끝이야?"라고 두세 번 확인해 물은 다음 게이트로 뛰었다. "나 검색할 짐도 없다구.


그렇게 포장해서 다시 온 티켓 창구. 그런데 이 직원이랑 얘기하기가 도통 쉽지가 않다... 진짜 울고 싶을 지경


발을 동동 구르고 진땀이 나긴 했지만 결국 끝내고 받은 서류. 정말 된 거지?


다행히 문 닫기 전에 탑승구에 도착했고, 쭈뼛 서 있던 내 머리카락들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후... 제발 좀 편하고 즐거운 여행 좀 다녀오면 안될까?




비행기 자리에 앉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비는 계속 오고 있네...


자리에 있으니 승무원이 와서 이걸 나한테 주네? 아까 티켓 창구 직원이 쓰고 가져갔던 거 아닌가?


                     

축축하고 왠지 모를 음울의 기운이 있던 자카르타를 떠나...


파랗고 파란 하늘과 바다가 나타났다. 이제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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