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나 Oct 14. 2022

2021.03

3월 4

#엄마가남긴글들

엄마는 나에게 정말 무수히 많은 편지와 카드, 쪽지를 써서 건네주었다. 편지에 적힌 20년도 더 된 날짜를 보면서 이게 어떻게 아직도 남아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엄마의 편지를 귀하게 여겼기에 어딘가 챙겨두거나 상자에 넣어두었겠지 싶다.


부분 부분 다시 보면서 늘 엄마가 해준 말이 나의 정신세계와 인생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느낀다. 

내 생일이 다가오면서 엄마 생각을 더 자주 한다. 누군가는 돌아가신 뒤 첫 명절이 가장 힘들었다고도 

또 돌아오는 자기 생일도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3월 24

#슬픔과부재의공감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펀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원금 비보장에 일단 평가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는데 내 생일쯤 상환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은행에서 찾으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다. 


어제, 오늘에 걸쳐 아빠, 나, 언니, 남동생 등 모든 상속인의 인감증명서와 도장을 들고 은행에 찾아갔다. 서류 처리를 하는데 은행 직원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며 말을 걸었다. 

“어머님이 많이 아프셨나요? 저도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이런 처리 저 혼자 다 다녔었거든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나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구청에 사망 신고하러 갔을 때나 돌아가시고 난 뒤 일을 처리할 때 생각보다 정말 금방 처리되어 놀랐고 정말 남의 일로만 여기며 차갑게 처리하는 이들도 있어 조금 더 힘들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다. 어딘가 기록되어 있는 엄마의 마지막 서류 등을 정리하며 한 번 더 울컥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내가 감정의 교감이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더 서운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같은 일을 겪고 공감해주는 분을 만나니 그간의 시간을 잠시나마 말할 수 있었고 서로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말을 엄마 2주기 전 듣고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마지막에 건넨 “이제는 저 찾아오세요!”라는 직원의 말에도 고마웠다. 그분이 그런 말을 건네지 않았으면 같은 공감은 할 수 없었겠지. 일부러 이야기해준 마음이 고맙다. 한마디의 말에 마음이 녹고 뭉클함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12.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