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설날, 봉안담에서.
#로사리아의선물
2019년 4월 26일로부터 1369일었다는 오늘.
올봄이 엄마의 4주기다.
설이나 추석 ㅡ 엄마와 아빠가
‘당연히’ 곁에 있는 시간을 지나,
엄마의 부재를 마주하며 몇 번의 명절을 보내고 있다.
큰 존재의 부재는, 상실은
온 가족이 함께 겪는 일이기도 해서
어떤 애도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에틋한 사이가 되기도, 보다 너그러운 마음이 되기도 한다.
엄마 모신 곳에 가면 나는 언제나
천주교 예식을 이어가게 되는데 그래서 멍하니 있거나, 슬픔에 빠져있을 수만 없었다.
가족 안에서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애도하는 여정의 리더(?)였던 지난날.
개인적인 슬픔을 이곳에 적으며 나는 내 슬픔을 관찰할 수 있었다.
왜 이곳에 적었을까를 돌아보면,
블로그나 완전히 오픈된 공간 보다, 나를 아는 이들이
대부분 팔로워였던 이곳이 나에겐 안전하게 느껴져서 였던 것 같다. (이 주제의, 글의 시작은 인스타그램이었고 지금도 그곳에 가장 글이 많이 있다.)
그리고 돌아보면 지난날의 그 기록과 슬픔의,
슬픔 너머 반짝이던 순간의, 감사의 기억을 글로 사진으로 나누며 나는 스스로, 그리고 언니, 동생, 올케와도 글을 통해서 어떤 마음을 교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엄마 모신 곳에서의 가족 사진들.
슬픔의 장소이지만 따로 또 같이
웃을 수 있는 우리가 된 시간에 감사하다.
어쩌면 또래 중에, 동료,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겪은
이 시간을 개인적으로, 가족적으로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부재 이후를 살아가는 가족도 있다는.
장례식 이후의 애도의 과정,
여정이 삶을, 존재를 더욱 존엄하게 만든다.
세상을 떠났지만, 존재했던 이를,
우리 각자를 이곳에 있게 한 이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설날.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와 보호를 청하며 어제오늘을 보냈다.
-
슬픔 보다 그리움이 더 깊고 진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리움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지난 시간 체험했고, 앞으로도 느끼게 될 예정이다.
-
산소도, 봉안담도 다녀온 뒤에는
나를, 우리를 말없이 든든히 응원하는 지원군을
마주하고 오는 기분.
-
시간을 잘 엮고 정리해서 올해 11월, 위령성월에 책이 되도록, 그 이후 장례식, 부모님 등의 주제로 글쓰기 워크숍도 꼭 갖고 싶다. 나에게 큰 용기의 원천이 되어준 분들을 만나고 온 설날.
1월, 올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출발선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