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 세종도서 선정 소식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하려 합니다.
제가 쓴 책 <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가 2025년도 세종도서(구 문화부 우수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총 4,628종의 책이 접수되어 그중에서 423종이 선정되었다고 하니, 약 11:1의 경쟁률을 뚫은 셈입니다. 3년 만에 세종도서 선정작을 배출했다며 함께 기뻐해 준 제이펍 출판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실 이 기쁨을 나누기에 앞서, 저는 책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해 먼저 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발자가, 왜 하필 '글쓰기' 책을 내셨나요?"
저는 오랫동안(졸업 후 거의 30년) 개발자로 외길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개발자의 삶은 '논리'와 '구조'와의 싸움입니다. 단 하나의 문법 오류, 단 하나의 논리적 비약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세계에서 오직 기계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좋아하고 계속하다 보니 깨닫게 된 점이 있습니다. 코딩과 글쓰기는 놀랍도록 서로 닮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딩이 '기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논리적 세계관을 가진 언어라면, 글쓰기는 '사람'을 위한 가장 정교한 언어입니다.
두 행위 모두 명확한 '목적(기능 구현/메시지 전달)'을 가지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구조(알고리즘/개요)'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자(사용자/독자)가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료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치기 됩니다.
제가 글쓰기에 매료된 것은, 어쩌면 이 두 세계가 가진 '논리적 아름다움'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중, 챗GPT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동료들은 경이로운 기술과 코딩 도구의 등장에 환호했지만, 글쓰기를 사랑하는 저의 또 다른 자아는 '위기'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던 글쓰기마저 AI가 대체하는가?' '나는 이제 생각하는 능력과 쓰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보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원리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개발자로서, 저는 챗GPT가 인간을 대체하는 '만능 작가'가 아니라 '대단히 유능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파트너는 사용자가 얼마나 명확하게 '요구(프롬프트)'하고 '의도(기획)'를 심어주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생각과 태도였습니다. 저는 이 강력한 도구를 두려워하기보다, 개발자가 논리의 언어로 기계를 다루듯, 모두가 이 AI를 '나만의 글쓰기 코치'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기술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삼아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코드를 짜던 제가 '챗GPT 글쓰기'라는, 어찌 보면 낯선 조합의 책을 쓴 이유입니다.
이번 세종도서 선정은 제 개인의 영광이라기보다, '기술과 인문학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라는 이 시대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저의 작은 답변이 공감을 얻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국가로부터 '전국의 도서관에 널리 보급할 만한 좋은 책'이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앞으로도 '개발자'라는 정체성과 '작가'라는 정체성, 그 경계에서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기술의 언어와 사람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글로 답하겠습니다. 아마도 책은 요즘의 제 별명인 '연쇄출간러'처럼 두 가지 정체성이 공존하는 이상 계속 생산될 것 같습니다. 저는 거침없는 생각과 쓰기의 머신이니까요.
저의 고민과 탐색의 결과물을 기꺼이 세상에 내어준 출판사와, 무엇보다 책상 위에서 묵묵히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가 '기술을 활용한 글쓰기'라는 인문학적 접근에 대한 저의 고민이었다면, 개발자로서의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에도 천착해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AI를 당장 '일잘러'의 도구로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실무에 바로 쓰는 일잘러의 챗GPT 프롬프트 74가지>라는 결과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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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코딩을 전혀 모르더라도 AI와 대화하며 '내 아이디어를 직접 서비스로 만들 순 없을까?'라는 탐구는, 새롭게 출간된 <바이브 코딩 (커서 AI와 클로드 코드로 누구나!)>이라는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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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기술과 사람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제가 발견한 것들을 꾸준히 나누겠습니다.
<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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