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버림

개구멍

#버림2

by 책 커피 그리고 삶

지금은 잘 찾아볼 수 없지만 어릴적 살던 동네에 개구멍들이 몇군데 있었지요. 덩치 큰 사냥개가 드나들 수 있는만큼 큰 틈이었기에 초등학생인 나도 자주 이용하던 길이었습니다. 어릴적 굳이 먼길을 돌아가기 보다는 조그마한 개구멍을 통과하는게 훨씬 빠르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자주 이용했고 할머니에게 들킬때마다 한소리 듣곤 하였습니다.


“그런데로 다니면 큰 사람이 될 수 없어.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녀..”


하지만 빨리 갈 수 있다는 수월함에 기어이 그 조금마한 구멍으로 자주 다녔습니다.


주말에 빵을 사기 위해 옆 단지 아파트 입구를 자주 지납니다. 그럴 때마다 만약 옆단지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길로 연결되어 있다면, 굳이 빙 돌아서 가지 않고 직선거리로 빵가게와 상당히 가까워지지요.


옆단지 아파트를 지날때마다 어릴적 종종 애용하던 개구멍이 생각납니다. 아마 좀 더 빠르게 가고자하는 욕망이 정도(正道)가 아닌 길로 가도록 유혹하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살다보면, 스스로 개구멍을 원할 때가 있습니다. 좀 더 편하기 위해 원칙을 어기고 그 편리함과 수월함, 그리고 빠른 것에 스스로 정당화 하지요.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되면, 어느순간 익숙해지면, 잘못된 것임을 알더라도, 오히려 잘못된 길이 막힐 때,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빼앗긴 기분이 들지요.


결국 개구멍은 어릴적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도 인생 전체를 바라보았을때는 언젠가 버러야 할 길이지요.


세월이 지나 지금 나이가 되니, 이제야 할머니의 말뜻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수월함을 추구하지 말고, 사람으로써 올바른 길을 가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 조금씩 게을러지고 수월함만을 찾으려는 내 마음속의 개구멍을 버려봅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https://youtu.be/NWrP-QXc0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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