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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Aug 06. 2023

바다개

이른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저 멀리서 바다개가 보입니다. 내가 다가가지만 죽었는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진짜 죽은거 아냐..?’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대어 봅니다. 그제서야 깜짝 놀라 옆으로 이동하지요. 이내 다시 앉아서 쉽니다. 한국이라면 내가 잡아서 라면에 넣어 먹을 수도 있는데,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바다개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사람들이 귀찮게 하거나 잡아버려 살아있는 생물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위험한 해변인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개에는 소중한 삶의 터전인가 봅니다. 마치 직장에서 많은 힘든 일이 있어도, 주변에서 나를 신경쓰게 하여도, 거기가 나의 삶의 터전이라 떠나기 어려우듯 말입니다.


아마 바다개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울 것입니다.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도 들판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가 곁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꾸 뒤를 돌아보지요.


성인이 되서도 활동반경은 넓어져도 그러한 습성은 벗어나지 못하지요. 다만, 그 대상이 부모가 아닌 자기 나름의 기둥, 마음의 안식처를 만들지요. 그것이 가족이 되었던, 집이 되었던 자신이 되돌어갈 하나의 거점을 만들어 놓지요.


그런 점에서 바다개나 사람들이나 생물적 귀소 본능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끔은 자신의 운명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영역을 벗어나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큰 물고기가 넘치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바다개들이 있지요.


나의 마지막 모습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진정한 자유로운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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