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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Mar 09. 2024

말레이시아 여행(쿠알라룸푸르) 1

쿠알라룸푸르로 출발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은 평소 다른 여행에 비해 많이 무계획적이었다. 아마 10년 여행 중 가장 무계획이었던 것 같다. 입국절차와 간단한 주의사항(공항 구조, 온라인 입국 신고서 등), 그리고 다녀올 장소만 선정하고 생각나는대로 지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장 만족한 여행이었다. 지난 여름 끄라비에 비해, 이번 여행은 너무 편안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당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얼른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여행의 만족도를 높인 것도 있었지만 확실히 이번 여행은 항상 동경하던 배낭 여행객 스타일에 가까웠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 몇시에, 어디를 간다'가 아니라 '이 기간동안 여기를 둘러보겠다'라는 마음은 나의 여행을 훨씬 여유롭게 만들었다. 늘어지게 호텔방에서 쉬다가 씻고 슬금슬금 나와서 이동하는 일정이라 예전에 비해 훨씬 덜 목표지향적인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내가 여행이 참 좋았다는 것을 나의 정수리 머리숱이 많아진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에 급격히 진행된 정수리 탈모가 여행을 다녀온 후에 확실 개선된 것을 느꼈다. 여행하는 동안 가족도, 직장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생각했기에 충분한 수면을 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을 다녀온지 두달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여운이 남아 이번 여행을 회상하곤 한다.

[ 말레이사아 여행 사진 중 한장을 고르라면 페낭에서 찍은 딱 이 사진이다 ]



▣ 말레이시아 소개와 전체 일정

말레이시아에서 방문한 도시는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남쪽 말라카와 북쪽 페낭이다. 오르내리는 일정으로 이동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이지만 이슬람교가 가장 많다. 말라카와 페낭에서는 이른 아침 확성기로 이슬람 종교 관련 기도문을 크게 틀어놓아 호텔에서 쉬고 있는 나의 단잠을 깨우곤 하였다.


다종교라는 점에서 이슬람 사원, 불교 사원, 힌두교 사원 등을 볼 수 있는데, 한 나라에 이렇게 많은 종교와 다인종들이 모여 사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인종간, 종교간 갈등이 있을 것 같지만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이러한 갈등을 느낄 수 없었고 그랩 기사에게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했지만 큰 트러블 없이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는 중인듯하다.


이 나라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서로 갈등이나 문제가 많이 있을거 같은데, 서로 잘 지내는가요?

서로의 문화에 대해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 저는 중국 식당에 가서 나를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등이 살지만 모두 말레이시아인이니(같은 말레이시아 사람이니 인종 상관없이) 나도 중국인이라고 농담삼아 말합니다.

그랩 기사의 말을 듣고 빵 터졌고 (한국에서는 못 느끼지만)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많아서 그런지 현지 사람들은 나를 처음부터 한국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명도 없었고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하였다. 그만큼 이 사람들속에서 나의 존재는 외국인이 아니라 그냥 현지인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문화 유적도, 예술작품도 아닌 술값이었다. 생맥주 한잔에 10,000원에서 14,000원... 술을 잘 못먹는 나로서는 다행스러울 수 있지만 이번 여행 동안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술값만 8만원 정도 지출되었다. 식비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 교통수단과 쿠알라룸푸르에서 숙소 추천

말레이시아에서 이동시 그랩(Grab)을 추천한다. 시간대에 따라 가격변동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다(시내에서 이동할 때, 20링깃(대략 5,500원~6,000원) 안쪽에서 다 해결하였다). 다만, 쿠알라룸푸르의 경우, 지하철도 잘 되어있어 이동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2~3링깃).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가는 부킷빈땅 인근 지역인데, 가격대비 숙소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부킷빈땅보다는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한 그 주변 숙소를 추천한다.



▣ 여행준비(경비)

- 항공권(에어아시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 위탁 수화물만 포함 55만원

- 숙박은 일반 호텔로 총 22만원(9박)

- 해외유심은 E심으로 준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속도가 느려짐(끄라비에서는 잘 사용함)

- 현금은 대략 40만원정도 환전/ 전체 130만원 정도 지출함

- 이중에 4일 정도 로드 bar 생맥주를 마셨는데, 술값이 8~9만원 정도...(여기서 1년만 살면 자연스럽게 술을 끊을 듯)



▣ 주요관광지 구글맵 표시

구글맵으로 주요 관광지를 정리






▣ 새벽에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당연하겠지만 쿠알라룸푸르 직항은 시간대별로 요금 차이가 있다. 항공료를 조금 줄이는 방법으로 중국 경유도 생각해 봤지만 20만원 차이에 중국 경유는 너무 피곤하고 경유시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아(뭔가 까다롭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싫어서) 그냥 직항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덕분에 새벽 2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당일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항공료가 점점 비싸지는 느낌이다. 지난 여름 태국 끄라비를 다녀올 때도 이보다 싼 가격에 예약했는데.....


새벽에 도착하였기에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공항철도, 버스, 택시, 그랩 픽업 서비스 등 방법은 많지만 새벽이라 철도, 공항 버스를 제외하면, 이동 금액이 3~4만원대라 공항 노숙하고 아침에 이동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체력 안배를 생각하여 픽업 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가장 저럼한 픽업 서비스를 찾아보니, 트립닷컴에서 27,000원이라 저렴하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첫인상은 매우 '넓다'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대까지 한참 걸어야 하고 평소 다른 나라 입국심사와 달리 '몇일 머무느냐', '어디에서 머무르냐' 등 질문을 많이 하였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옆에 보니, 다른 외국 사람도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나만 그런건 아닌 듯하다. 미리 온라인으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치고 예약한 택시로 향하는데, 그랩과 픽업 서비스 차량을 타는 곳과 일반 택시를 타는 곳이 구분된 듯하다. 매번 처음 다른 나라 공항에 도착하면 약간의 긴장감과 복잡한 생각에 허둥대는데, 픽업 기사님이 전화를 하였고 당췌 내가 영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니 일반 택시를 타는 지점으로 차를 끌고 오셨다. 여기서 E심을 구입한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데이터 유심을 구입했다면 전화 통화가 어려웠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한 30~40분 정도 한참을 이동하였다. 첫날 숙소로 Chow kit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저렴한 호텔로 예약을 하였는데, 입구에서 고양이가 나를 반겨준다(눈빛은 나를 반기는 것보다 경계한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내방의 창문을 열자 덥고 특유의 습한 기운이 훅 방안으로 들어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텔이 따뜻한 물도 안나오고 가격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곳이다. 짐을 정리하고 나니, 새벽 4시가 다 되어간다. 일단 배가 고파 근처 편의점으로 향해 간식거리를 사고 대충 배를 채운다. 억지로 눈을 붙이면서 내일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본다.


일단... 환전부터 하자..


여행의 첫날은 기대와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혼재되어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런 느낌이 참 좋다. 잠시나마 내 주변을 삭제하고 세상 한 가운데 나를 훅 던져놓은 느낌이다. 늘 똑같은 일상에서 게임속 주인공처럼 이세계의 퀘스트를 받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에는 '나'라는 하얀 도화지에 여행 기간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여행이 끝나고 글로 정리하면서 나의 그림에 나의 서명을 세겨 마음속 한 곳에 보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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