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드는 생각들
91년생인 나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다. 30살의 봄은 다 지나고 이제 여름이 열리는 계절에 왔다. 돌아보면 빨리 간다. 내 일만 하고 살 뿐인다 시간이 빠르다. 30살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집 밖에 나가서다. 이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면 "30살"이라는 나이를 말한다. 사회에 나가면 신입사원에 불과한 우리가, 그 나이에 그렇게 집착을 하고 있다. 아마 "어른"이라고 믿는 나이가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젊음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에 모두가 그렇게 느끼나보다.
30살이면 나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아이도 있을 줄 알았다. 정확히는 안정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안정은 바라지도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거나, 최소한 내가 잘하는 분야로 진로정도는 확실히 잡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20대가 됐을 때부터 느꼈던 불안에서 최소한 숫자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다.
내 어린 믿음은 20대를 지나면서 나를 배신했다. 나는 30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안정이 되지 않았다. 20대에 나는 사회과학 분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20대면 끝날 줄 알았던 공부가 30살이 넘어서까지 지속됐다. 말이 좋아서 박사과정이다. 박사과정은 학생이다. 그저 책가방 메고 학교에 다닌다. 수입은 프로젝트비나 장학금에서 나온다. 직장에 안 갈 뿐 주말까지 컴퓨터를 잡고 있어야할 때가 많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조금의 부러움으로 "너 하고픈 일을 한다"고 말로 위로를 해주고는 한다. 그러나 그 위로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딱 한가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만큼은 아는 부분만큼은 안정이 됐다. 최소한 내가 누군지 알겠다. 내가 편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편한 일은 알것 같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에 이것을 알기 위해서 성인 아닌 '어른 아이'인 20대를 보낸 것만 같았다. 직장 생활이라고는 잠시 연구원 다닌 것 밖에 없지만, 최소한 나랑 안맞는 사람의 성향 정도는 알겠다. 진로나 내가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포괄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문이과' 성향으로 하면, 나는 전형적인 문과다. 내가 수학을 열심히 한들... 결국에는 문과생이었다.
바뀌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나란 사람만 조금 이해했을 뿐. 나도 많이 변화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는 나를 다르게 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무엇을 하느냐, 그것이 다시 나의 40대를 결정하겠지만, 그도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생각없이 끄적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