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Dec 28. 2020

대학원 진학 조언: 배우기, 생활하기, 미래 디자인하기

한편의 작은 조언 

대학원 생활에 대한 글을 난생 처음 써봅니다. 대학원생활 생각하면 두렵고, 막막하게 시작하게 됩니다. 여러 좋은 글들이 있지만, 제 관점에서 써봤습니다. 참고로, 제가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일반대학원'을 기준으로 합니다. 특수대학원 생활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저는 석사와 박사과정을 합쳐서 약 6년 정도 대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수료를 했고, 이제 박사논문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쭉 정리해보겠습니다. 


1. 진학의 목적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분들은 학부에서 바로오든, 회사를 다니다 오든 간에 '무언가를 배워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조금 막연한데요.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학원은 '면허취득'이 아니라, '실력향상'이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하시고 오셔야 합니다. 학위는 사실 그 어떤 것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문적인 일로 바로 투입하시려면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등 전문 자격을 취득하실 것을 권합니다. 학위를 취득한다고 하여서, 특히 석사학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로서 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진학 한 전후에 자신의 '필드의 커리어+학위 수여'가 도움이 될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학위만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은굉장히 위험합니다. 내가 왜 진학을 하는지 목적을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2. 생활하기 

경제적인 측면 역시 반드시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사립대 대학원 등록금이 인문사회계열로 500만원 정도임으로 1년이면 약 천만원이 들게 됩니다. 공학대학은 600~700만원 선을 하는 학과들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물론 학비는 규모가 있는 대학원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보셔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지금 벌 수 있는 돈을 약 2년 간을 포기하셔야 합니다. 단순계산 하나 해보겠습니다. 월 200만원 정도 벌 수 있는 분들 기준으로만 해도, 학비를 포함하여서 연간 3400만원 가량을 손해보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직 혹은 취업난의 도피처로 오시게 되면 엄청난 피를 보게 됩니다. 후술하겠지만, 대학원 졸업했다고 하여서 바로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취직이 되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전 자신의 지출을 먼저 고려하실 것을 권고드립니다. 대학원생활동안에 수입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적은 대학원생들이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를 저는 수없이 봤습니다.  저 역시도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서 휴학하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일하다가 졸업을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프로젝트를 많이 하셔도, 그것이 졸업논문이나 자신의 연구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제법됩니다. 그러니 프로젝트가 많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학교가 집에서 멀면 더 큰일입니다. 자취비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정지출을 먼저 파악하시고,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으실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우리 나이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학원생들이 입학하고서 생활하는 시점에도 지인들 결혼식도 다니셔야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야할지도 모르고, 중간에 부모님이 은퇴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대학원 자체에서 해결안되고, 쓰는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이너스통장 혹은 학자금 대출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좋지 못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로스쿨도 아닌 석사학위를 마치고서 통장에 빚이 3~4천만원이 되는 분들도 제법 많이 봤습니다. 


저는 적어도 대학원 들어오기 전, 학비조달과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고 오실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입학하는 학교와 학과의 BK21 등 장학 현황을 꼼꼼히 보시고, 다니시는 재학생들이 어떻게 돈을 마련하는지 가능하면 빠르게 파악하시길 권고드립니다. 


3. 대인관계 

대학원 대인관계 역시 중요합니다. 랩실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분들 역시도 대학원 내의 관계도 사람 사는 곳이라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답은 없고.. 사람마다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말씀드릴 부분이 많이 없습니다. 다만, 무리할 정도로 상처받는 것 절대 참지 마세요. 부조리를 잘 참는다고 하여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는 어느 사회나 같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하여서 자기 공부 열심히 하시고, 정말 많이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하시면..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정상적인 곳에서는 말이죠. 자기일 열심히 하고, 겸손히 배우고, 적극적으로 임하고 이는데도 부조리가 있다면.. 내가 밟고 있는 조직을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4. 공부와 연구 

공부와 연구는 다릅니다. 대학원에 오시는 분들은 그나마 '공부'를 좋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대부분 배움이 있는 곳에는 배움을 즐거워 하는 분들이 가득하게 됩니다. 배움은 숭고합니다. 그러나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대학원은 연구자를 키우는 교육기관입니다. 연구와 공부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서 결과물을 내어야 합니다. 논문을 읽고, 쓰는 일에 익숙하셔야 합니다. 논문을 써서 우리 대학교 다닐 때에 과제로 나마 읽었던 논문들을 내가 직접 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수업 텍스트는 영어로 읽게 됩니다. 때로는 영어로 진행이 되는 수업들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간략한 에세이, 페이퍼, 발표가 모두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도 존재합니다. 그런 수업이야 피하면 된다고 해도, 영어로 텍스트를 읽는 부분에 시간이 많이 할애가 됩니다. 영어만으로도 어려운데, 철학이나 사학과는 제2외국어로 통독을 해서 논문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 주변 인문학 동료들은 고대 인도어를 강독한다던지.. 18세기 프랑스 어를 강독해서.. 혹은 고대 아랍어를 강독해서 쓰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런 학과들은 졸업만 석사가 4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외에 사회과학대나 자연계 모두 통계페키지 등을 사용을 능숙하게 하셔야 합니다. 공학내지 자연과학대에 계신분들은 실험에도 익숙해야 하고요. 특히 대학원 과정은 사례보다는 방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특히 논문 작성과정에서 생각이나 이론처럼 안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는 전제를 드립니다. 이론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작성하고.. 기술적인 통계나 실험단계에 시간을 쏟고 하다보면 '정말로 시간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정성을 쏟다가도 연구가 실패하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연구를 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서, 결과를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석박사는 프로가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5.  진로에 대해서 

이렇게 힘들게 마쳐진 우리 대학생활이 녹녹치 않은 이유는 진로 역시도 편치많은 않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대학이 줄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령인구 감소 때문입니다. 100만에 이르던 학령인구가 2018년을 기점으로 하여서 50만, 그 뒤로는 40만명까지 감소합니다. 반토막 난 것입니다. 대학진학률 역시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석박사학위 마친 분들에게 대학은 너무도 중요한 일자리 공급처입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석사학위를 마치고, 교수가 된 후에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박사학위 마치고도, 교수는 커녕 비정규직 연구원만 전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처: http://www.usline.kr/news/articleView.html?idxno=7915


감이 안오시니까, 조금 더 가까운 사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0대 남성 인구가 워낙 빠른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징병율은 45%, 90년에는 60% 가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90%에 가까운  남성들이 징집이 되고 있습니다. 병력도 60만에서 50만으로 감축이 됐고요. 그런데 50만 병력을 앞으로 5년 정도만 유지해도, 20~23세 정도 남성의 60%가 군대에 가 있어야 합니다. 2010년에 40만명이던 징병가능 인구가 이제 2025년 기준으로 20만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람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학계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대학이 줄었기 때문에 연구기관을 노려야 합니다만, 그 역시도 녹녹치 않습니다. 연구기관의 수도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공과대학은 기업취직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인문사회계열은 배우는 학문의 특성상 그 역시 쉽지 않습니다. 또한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학부 졸업 이후 하는 것과 연봉차이가 많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려옵니다.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취직을 위해서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인 알리오(http://www.alio.go.kr/home.do)등에서 정부출현기관에서 얼마나 사람을 뽑는지, 수요가 얼마나 되고, 내 전공이 어떤지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략적인 감을 잡습니다. 또한, 연봉정보도 공개된 곳을 최대한 활용하셔서 목표를 잡아나가시는 것을 권합니다.


6. 미래 디자인하기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진학목적, 생활, 연구, 진로까지 모두 고려하신 후에 대학원에 오시는 것 정말로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대학원도 사람 사는 곳이고.. 사실 여러 문제들이 해결이 막상 가서 해결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 내에서 인터넷을 뒤지실 수밖에 없으실 것이고, 여기 쓴 글도 그런 과정에서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대학원에 재학중인 분들도 궁금해서 눌러 보셨을 수 있고요. 


아무튼 간에 대학원 생활이 쉽지는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악당중에는 '박사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학원 다다니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망적이지 만은 않습니다. 대학원에는 생각보다 좋은 교수님, 선후배, 동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서 학위를 받는 것이, 혹은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 역시 사실입니다. 학위를 마치고 나서 한분야의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 역시도 메리트입니다. 큰 돈을 벌기 보다는, '자신의 일과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석박사 학위입니다.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 제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아주 세세한 부분은 스스로 개척하셔야 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실 때에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짧게나마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부정적인 얘기를 듬뿍했지만, 분명 자신의 미래를 디자인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어떤 미래를 그리시는지에 따라서 대학원에서의 목적, 생활, 연구, 대인관계, 진로가 모두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많이 고민하시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모든 문제가 귀족노조 탓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