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임금체계 봤을 때 너무 과한 비판
몇 개의 보수언론과 여론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을 어렵게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이고, 두 번째는 고용을 사업장별로 갉아먹는 '귀족노조'다. 고임금 귀족노조들의 기득권 때문에 한국이 살기 어렵다는 것이 보수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이다. 고용세습과 귀족노조로 인해서 한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 논하고는 한다. 최근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불참하는 것을 놓고서 더욱 떠들석해졌다.
보수 언론은 이 모든 것이 '귀족노조' 때문에 한국의 고용과 비정규직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연일 보도했다. 귀족노조의 이기심 때문에 한국 노동시장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과한 부분이 있다. 귀족노조가 한국 노동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은 너무 무리하다.
임금지불능력 정말 귀족노조 탓인가?
그렇다면, 한국에서 '귀족노조'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서는 매년 임금 조정 실태조사를 한다. 최근에 나온 2015년 임금조정실태조사 결과를 통해서 100이상 사업장에서 임금조정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부분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한구경영자총회 임금조정 변수/ 출처: 2015 한국경영자총회임금실태조사 ⓒ 한국경영자총회
1. 기업 지불 능력(30.2%)
2. 최저임금 인상률(20.1%)
3. 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15.2%)
4. 물가상승률(10.6%)
5. 경영계 임금 조정 권고(8.1%)
6. 노조의 요구(6.4%)
7. 통상임금 범위 조정(5.9%)
8. 60세 정년 의무화(3.4%)
이러한 점을 놓고서 봤을 때, 임금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불능력이다. 그러니 나의 연봉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를 볼때, 해당 기업의 비전이나 지불능력, 경영상태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가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한다. 다음이 타기업 임금의 조정결과, 물가상승이다. 임금조정의 변수로서 노동조합 변수는 6.4%정도다. 결국, 노동조합 임금조정에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악날한 노조의 1억연봉'의 70%는 수당
한국노동조합에게 있어서 가장 큰 비판은 '연봉 1억원'이다. 연봉 1억원을 가져가면서 너무 양심없다는 비판이다. 노동조합 중에서 연봉 1억을 가져갈 수 있는 사업장 자체가 몇 개 되지 않는다. 2016년 기준으로 노동조합원 수는 193만8745명으로, 전체 노조 조직대상 노동자수(1902만7000명)의 10.2%이다. 회사원 중 10명 중 1명만이 노동조합 조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이 중 대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수는 4.2% 가량이다(고용부, 2016).
한국 임금체계를 고려했을 때, 노동조합의 1억원 비판은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금속노조가 펴낸 '금속산업의 임금구조와 임금체계 분석 보고서(2009)'에 나와 있는 임금체계를 살펴봤다.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임금체계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임금의 73%가량이 시간 외 수당이었다. 시간외 수당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는 '일을 많이 해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외 수당이라는 말은 '회사사정에 따라서 못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영자총회의 임금실태 보고서에서 1위로 꼽은 회사지불능력이 임금조정의 중요한 변수라는 것과 겹친다.
▲ 현대자동차 임금변화 추이/ 출처: 금속노조연구원. 2009. 금속산업의 임금구조와 임금체계 분석 보고서ⓒ 금속노조연구소
실제로 현대차에 임금 상승을 보면, 기본급이나 통상급에 비해서 월급여는 빠르게 올라갔다. 현대자동차는 대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귀족노조'는 소수이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시간외 수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중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귀족노조'마저도 회사사정이 나빠지면, 몰락한다. 귀족이라고 불릴 정도면 '평생 놀고 먹어야' 한다.
'귀족'으로 불리려면 최소한 재벌은 되어야 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회장 작년 연봉 80억원이고, 정의선 부회장 18억원이다. 회장과 부회장의 연봉은 '귀족노조' 100여명의 연봉과 맞먹는다.
정말 모든 것이 노동조합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대기업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을 단일 사업장에 배제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한국에서 이루어진 불법파견과 사내하청 등의 편법에 노동조합이 동조하고 있다. 그 외에 노동조합이 보여주는 행태 중 비판받아야할 측면이 있다. 특히 개별사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은 비판받아야 하고, 노조 역시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과 여론에서 국민스포츠마냥 하고 있는 노동조합 비판은 분명히 과한 측면이 있다. 앞선 임금체계에서 보면 알겠지만,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권력은 여론에서 때리는 만큼은 강하지를 못하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고용체계는 '기업별'로 이루어진 체계다. 고용체계가 산업단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교섭, 기업별 격차 등이 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만큼이나,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도 크게 난다. 산별 대신에 이루어진 기업별 고용체계이기 때문에 개별단위노조가 산업을 쥐락펴락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노동시장을 뒤흔들고 있을 만큼 노동조합이 강한 사회인지부터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 오마이뉴스 기고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