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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원 Nov 16. 2022

인간 정신의 표상의 주체성과 한계를 인지하고 변화하라.

스파노자 에티카 3부 전반부를 읽고나서 (2) 

스피노자는 에티카 2부부터 ‘표상’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번 에티카 3장 정리26까지 핵심을 꼽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표상’이라는 단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표상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표상이란 보통 감각적으로 외적 대상을 의식상에 나타내는 심상(心象)을 말한다. 이 점에서 사고에 의한 논리적, 추상적인 개념과 구별된다. 표상은 지각에 입각하여 형성되지만, 이 경우, 지각의 대상이 지금 거기에 있을 때에는 지각 표상이라고 말해지며, 과거에 지각된 대상이 기억에 의해 재생(再生)될 때에는 기억 표상, 또 과거의 지각의 여러 요소가 주관에 의해 조합되어 나온 것은 상상 표상이라고 한다.

스피노자는 표상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였는가?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표상이라는 단어는 정리 17 주석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스피노자는 표석에 대해서 에티카 2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다음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인 ‘심상’과 ‘표상하다’를 우리 맥락에 맞게 사용할 것이다. 먼저, 비록 인간 신체 변용이 외부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더라도, 인간 신체 변용을 외부 사물에 대한 ‘심상’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정신이 사물을 이러한 방식으로 바라볼 때 정신이‘표상한다’라고 말할 것이다”

“...표상하기 그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오류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신이 표상한다는 이유로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신이 현존하지 않는 사물을 표상할 때 이 사물의 실존을 배제하는 관념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만 오류가 발생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습관이 사물의 표상을 신체에 질서 잡아 놓은 대로 어떤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옮겨간다. 예컨대, 백사장에서 말의 흔적을 자주 보아 왔던 군인은 말의 생각에서 기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서 전쟁에 대한 생각 등으로 옮겨간다. 한편 농부는 말의 생각에서 쟁기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서 밭에 대한 생각 등으로 옮겨간다. 이와 같이 각자는 자신의 

습관에 따라 사물의 표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결합하고 연결시켜놓은 대로 어떤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옮겨간다.”

“- 따름정리) 인간 정신이 외부 물체를 표상하는 한에서는 외부 물체에 대해 적합한 인식을 가질 수 없다. 

- 증명) 인간 정신이 신체 변용 관념을 통해 외부 물체를 떠올릴 때, 정신이 외부물체를 표상한다고 말한다(2P17S). 그리고 정신은 신체 변용 관념을 통하는 방식 외에 어떠한 다른 방식으로도 외부 물체를 현실에 실존하는 것으로 표상할 수 없다(2P26). 따라서(2P25), 정신이 외부 물체를 표상하는 한, 외부 물체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다. (증명 끝)”

스피노자가 이야기하는 표상이란, 인간의 정신이 어떠한 물체를 인식하는 방법, 인간정신의 변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핵심은 스피노자가 보기에 모든 표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위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스피노자는 인간 정신이 외부 물체를 표상하는 한에서는 외부 물체에 대해서 적합한 인식을 가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적합하다’라는 것 또한 에티카 3부 정의 1에서 얼추 정의를 내리는데, ‘명석판명하게 지각할수 있는 것’이라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즉, 스피노자는 인간 정신이 외부 물체를 표상하는 한에서는 외부 물체를 명석판명하게 지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표상의 한계 – 물체를 명석판명하게 지각할 수 없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은 자신의 신체의 활동능력을 증가시키거나 촉진하는 사물을 가능한 한 표상하려고 노력한다.(정리 12) 또한 정신은 신체의 활동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억제하는 사물을 표상할 때, 그 사물의 실존을 배제시키는 것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정리13)

더욱 문제는 한계를 내재하고 있는 인간 정신의 표상이 인간의 기쁨과 슬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사랑의 상대가 파괴되는 것을 표상하는 사람은 슬퍼지고 사랑의 상대가 보존되는 것을 표상하는 사람은 기뻐한다.(정리 19) 증오의 상대가 파괴되는 것을 표상하는 사람은 기뻐한다.(정리 20) 만일 어떤 사람이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기쁨으로 변용시킨다고 우리가 표상하면 우리는 그를 사랑할 것이고, 반대로 그 사람이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슬픔으로 변용시킨다고 우리가 표상하면, 우리는 그를 증오할 것이다.(정리 22)

우리가 이러한 스피노자의 ‘표상’의 개념에서 도출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표상의 핵심적인 요소>


1) 인간 정신의 표상의 주체는 ‘나’이다. : 정리 22에서 ‘우리’를 스피노자가 강조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2) 인간 정신의 표상은 한계를 지닌다 : 그것은 인간 정신이 물체를 명석판명하게 지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3) 그럼에도 인간 정신의 표상은 증오와 사랑, 그에 따른 슬픔과 기쁨의 확산에 영향을 준다.

다음과 같은 3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통해 우리는 또 다시 우리의 기쁨을 높이고 슬픔을 줄이는 방법을 알 수 있다.


<표상의 핵심적인 요소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내용>


1) + 2) : 내가 어떻게 해당 사물을 표상하는지는 나의 정신이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나는 표상의 주체이다. 동시에 인간 정신의 표상은 물체를 명석판명하게 지각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이지가 않다. 만약 표상을 변화시킨다면 그 주체는 나이다. 그러므로 나의 정신은 외부사물에 대한 표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변화가능성)

<1) + 2)> + 3) : 나는 증오와 사랑, 슬픔과 기쁨의 확산에 영향을 주는 표상을 주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그것이 명석판명한 진리이든 아니든) 그러므로 나의 정신은 주체적으로 증오와 사랑, 슬픔과 기쁨의 정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주체성)

그렇다면 나의 정신은 외부 사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상해야 나의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겠는가? 정리 21, 22에 따라 그 답은 어느정도 나와았다고 볼 수 있다.


1) 첫 번째로, 내 주변에 사랑하는 상대를 늘리고, 증오하는 상대를 줄이는 것이다.


2) 두 번째로, 어떠한 사람/사물을 사랑과 기쁨의 방식으로 변용하여 표상하려는 경향을 늘리고, 증오와 슬픔의 방식으로 변용하여 표상하려는 경향을 주체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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