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손질하기, 장미 가시 다듬기
컨디셔닝
꽃의 줄기를 다듬고 물에 담가 물을 올리고, 물을 갈아주는 등 꽃을 손질하고 관리하는 작업을 컨디셔닝(Conditioning)이라고 해요. 꽃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업무 중 하나입니다. 화병을 깨끗이 닦고 시든 꽃을 제거하고, 꽃이 놓여 있던 자리를 쓸고 닦는 일도 포함돼요. 제대로 된 컨디셔닝이 꽃의 수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래 내용을 한 번은 읽고나면 반드시 도움이 될 거예요.
꽃집에서 산 꽃은 이미 손질이 되어 있어 잎을 떼어내는 과정은 생략해도 됩니다. 손질되지 않은 꽃을 샀다면 물에 잠기게 될 줄기 부분에 달린 잎을 모두 떼어내주세요. 잎을 하나 하나 떼어내도 되고, 저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한 손으로 줄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잎을 훑어내셔도 됩니다.
거칠고 세게 떼어내면 줄기 껍질이 벗겨질 수 있어요. 줄기에 난 상처나 남아 있는 잎들이 물속에서 상하면 세균이 번식해 물이 빠르게 탁해져요. 상한 물을 먹은 꽃은 빨리 시들기 때문에 줄기를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해요.
장미 가시는 가시 제거기를 사용해 제거하고, 가시 제거기가 없으면 손으로 떼거나 가위로 잘라 주세요. 줄기가 꺾이거나 상했으면 그 부분 위로 줄기를 잘라 주세요.
줄기와 잎 전체에 깜짝 놀랄 만큼 잔가시가 많은 장미도 있어요. 그럴 때엔 잎과 큰 가시를 먼저 제거한 후 꽃가위나 가시제거기의 등 부분으로 줄기를 문질러 잔가시를 제거해 주세요.
가시제거기를 너무 꽉 잡으면 장미 줄기 껍질까지 벗겨질 수 있습니다. 역시 줄기가 다치면 손상 부위가 썩고 물이 빨리 탁해지기 때문에 가시제거기를 사용할 때 가시만 떨어져 나가도록 손의 힘을 푸는 것이 중요해요. 여담이지만 꽃집 막내 시절에는 장미 가시를 다듬는 업무는 맡겨지지 않았어요. 초보 플로리스트가 귀한 새 장미 줄기를 다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줄기에 마디가 있는 꽃은 마디 위에서 잘라주는 것이 물 흡수를 더 잘합니다.
꽃가위나 꽃 칼로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줄기를 자르자마자 물에 담가 주세요. 절단면이 공기 중에 노출돼 마르면 물관이 닫히고, 물에 담가도 물을 흡수하지 못해요. 잠깐이라도 물에서 꺼냈다면 다시 줄기를 자르고 물에 꽂아 주어야 합니다. ‘물속 자르기’라고 해서 물속에서 줄기를 자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번거롭다면 공기 중에서 자르고 바로 물에 넣는 것으로 충분해요. 공기 중에서 잘랐다면 줄기를 물에 담그고 나서 줄기 단면에 남아 있는 공기가 빠져나가도록 화병을 2-3번 톡톡 쳐주면 더 좋아요.
꽃을 물에 꽂고 나서 1-3시간이 지나면 꽃잎과 줄기가 물을 먹고 단단해집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 데도 축 쳐져 있다면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니, 줄기를 아주 짧게 자르거나 열탕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열탕처리 방법은 아래 링크(작약 편)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물의 양은 화병 높이의 1/3 정도를 추천합니다. 모든 줄기 끝이 물에 잠기도록 하되 너무 많은 양을 넣지는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꽃들은(리시안셔스, 카네이션, 라넌큘러스, 카라 등) 줄기가 물에 쉽게 상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녹아내리기도 합니다. 특히 마디 부분이 쉽게 무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물을 많이 담으면, 한 번에 줄기를 많이 잘라내야 해요. 물을 조금만 담고, 자주 줄기 끝과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길이를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관리하면 꽃을 더 오래 볼 수 있어요.
화병 입구에 꽉 낄 정도로 꽃을 많이 꽂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화병이 줄기로 꽉 차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화병 안에 습기가 차고 물과 공기 온도가 올라갑니다. 물과 줄기가 빠르게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꽃도 빨리 시들게 돼요. 꽃들을 화병에서 쉽게 넣고 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에 여유가 있게 꽂아 주세요. 화병 안에만 습기가 자꾸 찬다면 꽃을 너무 많이 꽂은 것일 수도 있으니 여러 개의 화병에 꽃을 나누어 꽂아 주세요.
이번 편에서는 꽃을 손질하는 방법을 소개했고, 다음에는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하도록 할게요. 꼭 이대로 다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눈으로 한 번 읽고 나면 어느 한 부분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