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은 꽃이 피었을 때 그 풍성함과 화려함이 견줄 꽃이 거의 없어 ‘꽃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민화, 동양화, 서양화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데다 진한 향기도 가졌어요. 계절을 막론하고 꽃집으로 작약을 찾는 전화가 걸려 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작약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꽃인가 봅니다.
봄과 여름 사이, 5-6월에 가장 예쁘고 다양한 작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계절에는 쉽게 구할 수 없고, 운 좋게 수입 작약을 구한다 해도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1년 내내 작약을 기다렸다면 5, 6월에 놓치지 말고 국산 작약을 마음껏 즐기세요.
화이트, 핑크, 코럴, 버건디 등 의외로 다양한 컬러를 가졌고, 같은 핑크 안에서도 미묘하게 톤을 달리하는 여러 가지 작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꽃 잎에 따라 홑 잎과 겹 잎 작약이 있고, 화형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니 취향에 맞는 작약을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우아함 때문인지 작약은 프러포즈할 때나 웨딩 부케 꽃으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5월의 신부가 된다면 작약 부케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매년 5월이면 작약을 보며 결혼식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작약이 봉오리일 때에는 동그랗고 단단한 탁구공 같지만 몇 배 이상 크게 피어납니다. 봉오리가 터질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려요. 막상 꽃이 피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겉 잎이 열리고 속 꽃잎들까지 활짝 피었다가 꽃 잎을 우수수 떨굽니다.
물과 실내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고, 줄기에 열탕처리를 하면 개화기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열탕처리는 다른 꽃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으로 꽃을 자주 찾는 손님들께 ‘이쯤 되면 아실 때가 되었다’ 하는 마음으로 가이드해 드려요. 다음 순서에 따라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별 거 아니에요!
절화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줄기 끝을 잠시 끓는 물에 담갔다 빼는 방식입니다. 자른 줄기 단면을 살균해서 세균 번식을 방지하고, 줄기 조직 안에 찬 공기를 밖으로 빼내어 물 흡수가 잘 되도록 돕습니다. 열탕처리를 하면 절화 수명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국화를 포함해 많은 꽃들은 이미 도매 단계에서 열탕처리가 되어 유통됩니다. 줄기 끝 3-5cm 정도가 일정하게 갈색으로 변해 있는 꽃을 볼 수 있어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니 다음 꽃들을 대상으로 열탕처리를 해보시고, 목록에 없더라도 꽃이 물을 먹지 못하고 축축 쳐진다면 열탕처리를 해주세요.
국화, 안개꽃, 해바라기, 다알리아, 기린초, 맨드라미, 스토크, 아스틸베, 옥시페탈륨, 라넌큘러스, 델피늄, 수국, 헬레보루스 등(장미 제외)
찬 물, 끓는 물, 내열 용기 또는 컵, 신문지
1.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 바로 물에 담가놔 주세요.
2. 끓는 물을 물컵이나 그릇에 3-5cm 높이로 부어 주세요. (뜨거운 물에 깨질 수 있는 유리 화기는 피해 주세요.)
3. 줄기가 짧고 연한 꽃들은 뜨거운 수증기에 손상될 수 있어요. 물에 담글 부분을 제외하고 꽃과 줄기를 신문지로 먼저 감싸 주세요.
4. 꽃줄기 끝을 끓는 물에 5-15초 정도 담가주세요. 줄기가 단단할수록 시간을 길게 해 주세요.
줄기에서 기포가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5. 꽃을 찬 물에 담가 식혀 주세요.
6. 다시 열탕처리를 할 때에는 이전에 열탕처리한 부분을 잘라내고 진행합니다.
모란과 작약은 모양과 피는 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손님들 중에도 작약을 보고 모란이냐고 물으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둘의 차이는 나무와 풀로 구분됩니다. 모란은 나무(목본), 작약은 풀(초본) 식물입니다. 모란은 나무줄기가 겨울에도 살아있다가 봄이 되면 나뭇가지에서 꽃과 잎이 납니다. 작약은 지상부가 겨울에 모두 말라죽고 뿌리만 살아있다가 봄이 되면 땅에서 새싹이 돋아납니다. 모란이 작약보다 조금 일찍 피어나는데, 두 꽃 모두 과거에 꽃의 여왕 자리를 다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