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아스틸베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폭죽 같은 모양으로 꽃이 피어요. 솜털처럼 보송보송하게 핀 꽃이 반짝거리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솟아오르는 라인, 은은한 컬러 등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탐스러운 꽃들 사이에 아스틸베를 두, 세대만 섞어도 리듬감이 살아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뀝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꽃으로만 알고 있던 아스틸베를 대관령 산길에서 본 일이 있어요. 아스틸베는 우리나라 지역 전반에 걸친 산에서 자랍니다. 물기가 많고 그늘진 환경을 좋아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이름은 ‘노루오줌’이에요. 처음 들었을 때에는 노루오줌이 이런 모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이름이 붙여진 유래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뿌리에서 오줌 냄새가 나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아스틸베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는 개인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이에요. 수입이 많이 되어서 거의 1년 내내 시장에서 아스틸베를 만날 수 있지만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에요. 개화기간도 짧아 꽃 수명을 생각하면 더욱 비싸게 느껴집니다. 웨딩 부케 주문이 있을 때에만 수입 아스틸베를 구매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껴 쓰게 됩니다. 장미처럼 얼굴이 탐스럽게 크고 또렷하지도 않은데 고객에게 가격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6-7월 초여름은 예외예요. 짧은 기간 동안 튼튼하고 질 좋은 국산 아스틸베가 시장에 넘쳐납니다. 가격은 수입 아스틸베의 4-5분의 1까지 떨어지니 이때를 절대 놓칠 수 없어요. 아스틸베 앞에서 여러 번 고민하고 돌아서던 '나'를 잊고 "3단 주세요!"를 당당히 외쳐보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꽃 맨 위가 아래쪽을 향해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면 물 올림이 잘 되지 않은 것입니다. '작약' 편에 소개된 방법에 따라 열탕처리를 해주면 다시 꼿꼿하게 고개를 세울 거예요. 꽃이 지고 나면 뚜렷한 변화가 있다기보다 색이 누렇게 변합니다. 제철 아스틸베는 크기와 싱싱함이 남다르고 수명도 깁니다.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꼭 그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