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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인 Jun 05. 2023

3주년 회고 - 소셜미디어 매니저에서 브랜드 매니저까지

2020년 6월 1일, 소셜미디어 매니저로 헤이그라운드에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헤이그라운드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뭔 일이 있었나 돌아보기 위해 글을 시작한다. 

 


1. 헤이그라운드 소셜 미디어 매니저 (2020.6~12)

입사를 하자 마자 맡게된 업무는 헤이그라운드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외부 방문객들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였다. 당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은 오피스 외에도 몇몇 리테일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외부 고객들도 언제든 방문할 수 있었다. 또한 내외부 멤버들이 주최한 팝업 전시들도 공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었기에 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게 만들어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입점 브랜드나 팝업 전시를 경험하게 해야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진짜 목적은 더 많은 외부인들이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한 임팩트 지향 조직들의 멋짐을 알아길 바랬다. 그리고 헤이그라운드와 임팩트 생태계에 대해서도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외부 고객'을 세분화 했다. 헤이그라운드에 기꺼이 오려는 사람들을 핵심 타겟으로 설정했다. 헤이그라운드 멤버가 아닌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고 있는 팔로워들을 분석하면서, '사회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더 끌어모으자는 나름의 전략을 세워 SNS를 운영했다. 기본적으로 멋진 공간 소개와 입점 브랜드들 소개를 하기도 했고, 헤이그라운드 서가라운지에 큐레이션 된 책들 중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임팩트를 지향하는 팝업 전시는 더 적극적으로 알렸다. 입주 멤버 인터뷰도 시도했다. '일할 만 하세요?'라는 타이틀로 멤버들의 회사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당시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 방문객을 공격적으로 모으자는 큰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헤이그라운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천명 대에서 5천명 대로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다.


당시 했던 업무 중 또 하나 재미있게 했던 건, 인터뷰 팟캐스트 콘텐츠 '헤이리슨' 이었다. 헤이그라운드 입주 회사 대표님들을 초대해 창업 스토리를 담은 음성 콘텐츠였다. 글로 요약해 뉴스레터로도 발행했다. 나는 직접 MC 역할을 하진 않았지만, 기획을 함께 하거나 송출 후 SNS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발행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당시에 했던 일들 덕분에 헤이그라운드와 임팩트 생태계에 대해 하드랜딩(?)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를 하고,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서 밀도 높게 듣다보니 창업가들의 스토리가 마음에 새겨지는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 


헤이리슨 인터뷰이 포스터. 한땀 한땀 붙였던 기억이 난다


2. 헤이그라운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2021.1~2021.12)

2021년도엔 헤이그라운드 팀이 모두 함께 '커뮤니티'에 방점을 찍고 힘을 모아 키워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헤이그라운드를 설명하는 수식어이자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다. 이곳에 입주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헤이그라운드라는 커뮤니티 속해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면 개인의 성장은 물론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것이다는 가설을 세웠다. 


함께 일했던 브랜드 라이터님과 헤이그라운드 내부 커뮤니티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 발행했다. '헤이리슨'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계승했고, 대표님들만 인터뷰 하는 것이 아닌 실무자들도 인터뷰이로 초대해 재미있는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 많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위주의 서베이 코너를 만들기도 했고, 스페이스 매니저님과 함께 공간과 연계하여 더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공간이 주는 힘을 이때 더 많이 느끼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간이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믿게 되었던 경험.)


공간에 붙은 콘텐츠. 내가 모델인 사진 써야지..


MBTI 투표라던가, 회사라면 빠질 수 없는 맛집 추천이라던가 하는 일상적인 주제들을 다루다가도 임팩트 지향 조직이 모여있는 만큼 사회 문제에 대한 주제도 종종 다뤘다.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 깊은 답변을 작성해주는 멤버들이 참 멋지다 생각도 했었다. 커뮤니티 매니저분들이 만드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 콘텐츠도 함께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독려도 했다. 


당시 일주일에 한번씩, 일년동안 인터뷰를 하다보니 총 44명을 인터뷰했다. 그때 만난 인터뷰이들과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고민을 나누고 반갑게 연락하는 조직 밖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나야말로 이 커뮤니티의 최대 수혜자 아닌가 싶다..) 뉴스레터 제작 발행도 손에 익어서, 제목 A/B 테스트와 직무별 타겟 메일링을 통해 오픈율과 클릭율을 높이는 실험을 해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연말에는 여러가지 각도로 성공과 실패에 대해 회고를 나누긴 했지만, 일년동안 하나의 목표를 두고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하며 달려나갔던 그 에너지가 좋았다고 회상해본다.


사실 한창 코로나가 너무 심했던 시절이라, 업무의 20% 정도는 코로나 대응에 할애하기도 했다. 물리적인 오피스를 운영하는 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보니 업무의 영역과 상관 없이 함께 코로나 대응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일 제대로 하는 법'을 가장 집약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코로나19 속 ‘안녕(Hey)한 일터(ground)’를 지키는 일' 에서 읽어볼 수 있다. 동료가 쓴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웅장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3.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2021.11~2022.7)

입사 후 처음으로 팀 이동을 했다. 루트임팩트 전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으로 옮겨 조직 브랜딩을 함께 하게 됐다. 당시 가장 큰 과제는 회사의 '10주년 캠페인'을 어떻게 하느냐였고, 수차례의 기획 회의를 통해 회사의 지난 10년 성과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웹사이트와 영상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했다. 창립 기념일인 7월에 맞춰 릴리즈를 목표했기에 연초부터 외부 에이전시와 내부 사업팀 사이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결과물을 만들었다. 기획 회의에서 정말 몇번을 엎었는지 기억도 안 날정도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 과정 덕분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결과물에 대한 집착과, 브랜드 매니저로써 우리 브랜드를 위해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할 마지노선을 지키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이전부터 꾸준히 운영해오던 매거진 루트임팩트 뉴스레터를 리뉴얼하기도 했다. 임팩트 생태계를 다루는 매거진으로, 매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전하는 뉴스레터다. 업계 뉴스레터를 표방하며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했기에 한번 보낼때마다 여러번의 회의를 거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담으면서 '더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도전했다. 


매거진 루트임팩트 뉴스레터 10주년 특별판


나는 위 뉴스레터 업무를 포함해 기업 SNS, 특히 인스타그램은 전담으로 맡아 운영했는데, 이 때 디자인 기획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재미를 느꼈다. 기업의 이름으로 내보내는 콘텐츠에는 주로 실제 존재하는 무언가보다는 무형의 개념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디자인의 힘을 많이 빌려, 그래픽이나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보았다. 그렇게 인스타그램 피드에 차곡 차곡 쌓였을때 아름다운 비주얼 톤앤매너가 완성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열일해주신 기환님 잘 지내실지..)


루트임팩트 인스타그램


개인적으로 애정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루트임팩트에서 일하는 사람들' 시리즈다. 홈페이지 저널에 풀 버전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는 카드뉴스로 재작업해 업로드했다. 이 회사에 재직하며 느낀 바로는, 이 곳 만큼 '인터널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회사가 없다는 것. 내부 브랜딩이라고도 하는데, 구성원들이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얼마나 공감하고 내재화 하는가를 뜻한다. 그 강점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인터뷰 역시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넓고 깊게 답변들을 해주셔서, 조금은 벅찬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특히 재밌었던 포인트는 스냅 사진을 촬영했던 것과, 영상을 촬영해 디자인팀과 움직이는 카드뉴스도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던 것. 인스타그램에서는 가장 많은 반응과 저장 수를 달성하는 시리즈가 되기도 했다.



4. 헤이그라운드 브랜드 매니저 (2022.7~현재)

하반기부터는 다시 사업팀에 돌아와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게 되었다. 전사적으로 사업팀에 직접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붙어 고객과 더 가까이서 붙어 일해보자는 결정이었다. 처음으로 사수 없이 팀의 1인 브랜드 매니저가 된 것이다. 그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가장 큰 업무는 신규 대관 공간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 작업이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브랜딩 관련 아티클, 강의, 전공 서적까지 굉장히 많은 자료들을 찾아 읽었다. 관련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직접 가르쳐달라고 찾아가기도 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계속 매달렸다. 그렇게 브릭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찾아가고, 브랜드 디자이너님과 함께 로고를 포함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도출하고, 공간 사이니지도 제작해 설치했다. 이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힘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디자이너님도 이 정도 스케일의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어려워했고, 둘 다 진짜 뿌연 안개 속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업무 중에서 이정도로 몰입해서 달렸던 기억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고, 재미와 흥미를 많이 느꼈기에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브릭스 성수점 리셉션. 휠체어 사용자도 불편하지 않게 높이를 낮췄다
브릭스 서울숲점 그래픽 포스터 작업. 헤그 멤버들이 해결하는 사회 문제를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브랜딩 외에 콘텐츠 업무도 했다. 먼저, 헤이리더스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있었다. 헤이리더스 라운지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런칭하고, 주로 대표님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디자인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은정님과 함께했고, 그 결과 헤이리더스의 브랜드를 닮은 뉴스레터가 탄생했다. 진중하지만 위트있는, 편안하지만 세련된 느낌이 잘 담겨 만족스러웠다. 

헤이리더스 뉴스레터


비슷하지만 또 다른 프로젝트로는 헤이그라운드 뉴스레터 리뉴얼. '헤그 타운' 이라는 이름으로, 헤이그라운드 입주 멤버들을 위한 월간 소식지 레터를 기획했다. '타운' 이라는 단어는 종종 멤버들이 옆 사무실 멤버들을 '이웃 입주사' 라고 표현하는 데서, 옹기 종기 모여 사는 마을을 떠올렸다. 이제 시작이니 쭉쭉 순항하기를!

헤그 타운 뉴스레터


공간에 브랜드를 담는 업무도 하고 있다. 유휴 공간을 새롭게 팝업 용도의 공간으로 리뉴얼 한다거나, 비어있던 선반에 '포레스트 라이브러리'와 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생기를 불어 넣는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최근엔 브랜드의 자산 관리를 위해 외부 작가님과 사진, 영상 촬영을 하며 비주얼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고 있다. 사실 1인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보니, 그 외에도 SNS 운영 관리, 광고, 행사 기획, 보도자료 기획 등 많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데 일단 큰 품을 들여서 했던 일들 위주로만 정리하는 걸로 마무리 해야겠다.. 


공간에서 자꾸 고객에게 말걸기


3년 동안 일 하며 그래도 대부분의 일에 재미를 느꼈다. 어떤 포인트가 나에게 재미를 주는가 생각해보면, 처음엔 발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이 업무의 특성을 좋아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고 실험해보고 개선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평소에 내가 '사람은 왜 살까' 늘 궁금해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브랜드 일에 재미를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서 '왜 살까'는 왜사냐, 와 같은 부정적 의미도 포함한 '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라며 낙담하고 포기하는것도 인간이고, 아주 작은 희망에도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게 인간이니까. 다시말해 브랜드를 만나고 경험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인간이라서 인생에는 희노애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주의하지 않으면 붕 뜬다. 공허해진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주의깊게 살피고 파악하기도 하고, 동시에 무엇이 사람들을 하루라도 더 살고싶게 하는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그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고객에게 말을 건다. 다시말해 '고객'이라는 그룹으로 묶여있지만 사실 그 안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 하고 있다.


솔직히 아직도 부족하고 잘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매일 일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는다. (실제로 모니터앞에서 머리카락을 쥐고 있다)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을 달고 산다. 여전히 배워야할게 너무 많아서 막연할 때도 있었고 그래서 다 하기 싫어질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써보면서 느낀건..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10년 뒤에는 쪼렙을 벗어나서 큰일 촥촥 해내는 멋쟁이 기획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일 하고 있다! (그래도 얼른 여름 휴가 가고싶다.) 



* 그래서 헤이그라운드 뭐하는 곳인데..? 가 궁금하다면 '루트임팩트에서 일하고요, 헤이그라운드 팀입니다' 글을 읽어봐주길. 

* 링크드인을 시작했습니다. 일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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