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 학교의 다문화 학생들 1
흔히들 학급당 학생수가 현저하게 적은 상태라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고 뒤처지는 학생들이 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완전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내가 최근 4년간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직접 교육하고 관찰해본 결과 겉으로 보면 학급당 학생수로 인해 ‘개인 과외’ 같은 수업으로 상당한 성취를 이뤄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골학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인 예측을 빗나가게 하고 있었다.
발생적 문해력이라 불리는 기초적인 문어 사용 능력은 출생 직후부터 그 단초가 발달하기 시작하여 문자언어를 활용한 어른과의 상호작용의 질에 따라 개인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의 문해 환경은 아동의 발생적 문해력을 신장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요즘 시골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부모님들 중 한 분만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그나마 그 한분마저도 생계로 인해 가정 내에서 자녀들과 소통하는 절대적 시간이 길지 않은 환경이다. 자연스럽게 학교를 입학할 때 학생들의 발생적 문해력의 수준은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물론 1학년에 한글교육 관련 시간이 있어 교육이 진행되지만 현저하게 낮은 지점에서 시작되는 한글교육은 그 효과를 발휘하기까지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실상은 한글 해득을 적기에 완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읽기 이해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읽기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교과 교육에서 부진으로 나타난다.
실제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KOLA(Korean Language-based Reading Assessment)라는 검사도구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재학생 중 70%의 아이들의 읽기 이해지수가 자신들의 학년 평균보다 2개 학년 이상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골 작은 학교 아이들은 대부분이 학교-지역아동센터-가정 순의 일과를 보낸다. 고정된 구성원들이 공간을 옮겨가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얼핏 보면 스트레스 없이 굉장히 안전하고 안정되어 평화롭게 까지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학습된 무기력감과 떨어진 학습동기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는 큰 단점을 지니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한 학급 인원이 3-4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구성원들의 조합이 6년 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한번 정해진 사회적 위치와 인식은 쉽게 변하기가 어렵고 고착되기 쉽다. 또한 이러한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학습을 해야 할 이유와 동기 또한 찾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다수이다.
우리 학교에서 직접 교육한 경험을 통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a, b, c 그룹의 학생이 있고 학업 성취도 순도 a, b, c순이라고 친다면 a 학생은 더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첫 번째이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c학생은 항상 꼴찌라는 학습된 무기력이 성장을 방해한다. 가장 재미있는 성향을 보이는 학생은 b, 즉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그나마 a가 있을 때는 a 쪽으로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나마 a가 전학을 가버리면 급속도로 c 쪽으로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체된다. 안타까운 것은 시골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b, c에 해당된다. 또한 학생의 성장에 대한 가정의 무관심은 이러한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