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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Jul 30. 2023

문해력(시리즈3. 어휘력)

요즘 아이들의 낮아진 어휘력,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요?


시사프로부터 예능방송까지 요즘 세대의 심각한 어휘력 문제에 대해 연일 꼬집고 있다. 지난 문해력 주제에서 다루었듯이 어휘력이 곧 문해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휘력은 문해력의 가장 기본요소라 할 수 있고,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문해력 이슈를 몰고 왔던 ‘심심한 사과’ 논란을 떠올려보자.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자신도 모르게 많이 들었거나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뜻이겠지’라고 짐작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대화상황이나 대화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꼭 필요하다. 사실 그 말이 오고 간 상황과 맥락을 살펴보면 말한 사람이 일부러 듣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요량이 아니라면 절대 그런 의도(자신이 잘못 이해한 의동)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먼저 하고, 상황과 앞뒷말을 되짚어 보면 자신이 모르는 다른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반복이 누적되어 어휘력을 만드는 것이다. 영어 독해 문제를 풀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앞뒤 문맥을 살펴보고 짐작하는 것처럼 모국어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사용하며 배우는 것이다. 모국어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더 수월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영어 단어보다 한글 어휘를 더 어려워하는 것 같다. 영어교육을 워낙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영어 단어는 많은 시간을 들여 암기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한글 어휘 습득을 위한 투입 시간은 그보다 덜 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일각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미디어에 빠져 있어서’라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학교에서 경험해 본 바로는 요즘 아이들이 필자가 어린 시절보다 책을 읽는 아이도 더 많고 그들이 읽는 절대적 양도 더 많다. 문체부에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이 낮을수록 독서율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인보다 학생의 독서율이 월등히 높고, 성인 독서율도 자세히 살펴보면 20대 독서율이 가장 높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요즘 세대가 책을 읽지 않아서 어휘력이 낮다고 결론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학습을 돕고 있는 현세대의 부모는 우리 세대 부모보다 평균 학력 압도적으로 높다.

출처: 데이터펀드 리서치 자료사용(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국민도서실태조사 참조)

그렇다면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우리 아이들의 어휘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심각해진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 글의 출발점이 되었다. 미리 밝혀 두지만 학자들의 전문적인 견해가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고 생각한 끝에 다다랐던 개인적 의견이니 ‘이러한 관점도 있구나’하고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어휘력이 낮아진 뜻밖의 원인들

1) 어른과의 상호작용이 적어졌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부모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핵가족의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대부분 조부모, 심지어 결혼하지 않은 삼촌, 고모까지 함께 사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어른과의 상호작용 기회가 많았다. 잠자리 들기 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옛날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삼촌이나 고모와 놀기도 하고 그들이 숙제를 봐주며 학습을 돕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의 구성원들이 육아에 함께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언어적 자극을 받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연령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어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출처: freepik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잠깐 부모의 얼굴을 보게 되고, 일에 치인 부모와 학원을 돌며 지친 자녀는 함께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한 공간에 있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언어적/ 정서적 상호작용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2) 앞선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적어졌다.

어린 시절을 더듬어 생각해 보면 동네 놀이터와 놀 공간이 매우 부족했지만 놀이 친구는 참 많았다. 지금 아이들은 놀이터와 다양한 놀 공간이 넘쳐 나지만 정작 함께 놀 친구가 없다. 어린 시절 놀이터가 없어도 동네 어딘가에 나름의 놀이 공간 아지트를 만들어 함께 놀던 친구를 생각해 보면 나와 같은 나이의 놀이 친구는 많지 않았다. 한두 살 혹은 서너 살 많거나 적은 동네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놀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놀이 친구들의 나이 터울은 2-3살에서 많게는 5-6살까지 나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이 규칙을 만들고, 서로에게 설명해 주고 형, 누나는 동생들을 도와주고 ‘깍두기 제도’를 두어 모두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놀았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로 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러시아의 인지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에 의하면 아이들의 인지발달 수준은 자신보다 앞선 또래나 성인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높아진다고 했다. 즉 발달이 같은 수준에 있다 하더라도 자신보다 유능한 타인의 협력이나 도움으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이를 근접발달영역(ZPD: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라고 한다. 근접발달영역은 자신보다 앞선 또래나 성인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상위의 발달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출처: freepik

또한 비고츠키는 언어가 인지발달을 주도한다고도 주장했는데, 앞선 또래나 성인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경험은 단순히 언어의 발달을 넘어 문해력의 근간이 되는 인지발달을 촉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근접발달영역을 실제적 발달영역으로 도약시켜 줄 앞선 또래와의 상호작용 기회와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휘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적 제안

1) [가정에서] 부모와 상호작용의 양과 질을 늘려야 한다.

어휘력 향상에는 언어발달과 인지발달이 함께 맞물려 작동한다. 그리고 언어발달과 인지발달을 촉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호작용이다. 특히 부모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이 충분히 이루 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수십조의 세금이 양육수당으로 지급되었지만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수당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과 사회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으며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매일매일의 대화가 쌓이면 아주 큰 인지적, 정서적, 언어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어휘력 향상을 위한 좀 더 효과적인 작은 팁을 알려주자면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함께 대화하는 어른이 아이의 말로 쉽게 바꾸어 사용하지 말고 그냥 어른의 말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복된 대화 속에서 아이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며 어휘의 뜻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될 것이다.

출처: freepik

2) [학교에서] 앞선 또래에게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야 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놀이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지금의 놀이교육은 흥미와 관심 유발이라는 한 방향에 편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필자는 우려의 마음도 있다. ‘뭐든 쉽고 재미있는 것만 찾게 하고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때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얻게 되는 깊은 재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놀이에 교육을 붙이지 말고 ‘놀이’ 자체로 놔두고 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길 바란다.

또한 우리가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에서 흔히 할 수 있었던 경험을 이제는 절대 해볼 수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학년으로 연계하여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이 함께 놀며 거기에서 생기는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놀이 규칙을 만들고 서로 설명해 주고 동생들을 챙기며, 나이 많은 놀이친구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나이 어린 놀이친구를 배려하고 이끌어가는 경험을, 나이 어린 놀이친구들은 나이 많은 놀이친구들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적, 인지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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