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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Jul 30. 2023

문해력(시리즈1. 지금 왜 문해력인가?)

지금 왜 문해력인가?

문해력이란 말이 언제부터 유행어처럼 우리사회에 만연하게 되었을까? 예스24에 따르면 ‘문해력 키워드’를 달고 나온 도서는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문해력 키워드로 검색되는 550종 중 466종이 지난해 이후 출간된 도서라고 한다. ‘심심한 사과’, ‘사흘’ ‘금일’과 같은 단어의 곡해로 인해 불거진 문해력 논란은 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공백과 학력저하의 우려가 맞물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정말 심각한 걸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테스트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2006년 556점(OECD평균 492점)으로 OECD 가입국 중 1위였지만, 2009년 539점, 2012년 536점, 2015년 517점, 2018년에는 514점으로 5위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OECD 평균으로 보면 여전히 상위권이다. 

(최근 데이터가 없는 이유는 2021년 예정되었던 평가가 코로나로 인해 미루어져 아직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어휘력이 아니다.

단어의 곡해로 인해 불거진 문해력 논란은 어휘력을 문해력으로 잘못 규정하며 엉뚱하게 세대 간 갈등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1956년부터 문해력을 ‘최소 문해력’과 ‘기능적 문해력’으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는데, 최소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기초 능력을, 기능적 문해력은 글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과 관련된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창작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기능적 문해력이고 따라서 우리가 목표로 두어야  것은 어휘력이 아니라 기능적 문해력이 되어야 한다. 어휘력은 ‘최소 문해력’의 일부에 불과하며 단어의 뜻은 모르면 사전을 찾아보거나 물어보면 된다. 사실 이 논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잘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거나 물어보는 등 실생활의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서 언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덮어두고 비난과 질타부터 한 양측의 태도이다. 이는 소통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포용의 결여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freepik

문해력이 강조되는 사회지만 역설적으로 문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지식의 반감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지금 문해력이 강조되는 진짜 이유는 이전 세대보다 현세대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다루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해력은 앞으로 더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고 한 가지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정보의 양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지식들과 거짓정보가 넘쳐나 자신이 접한 정보의 진위여부를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늘어난 정보의 양만큼 할 일도 많아진 현대인들은 자신이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믿지만, MIT 신경과학자 얼 밀러(Earl Miller)를 비롯한 다수의 뇌과학자들은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과제 사이에서 주의를 끊임없이 전환시킬 뿐이며 이는 뇌를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인지적 수행능력  아니라 신체적 수행능력까지 떨어뜨리게 만든다. 또한 반복된 과제의 전환은 불안을 야기시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과 투쟁-도피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생산을 증가시켜 공격성과 충동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뇌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치가 있어 정보가  많아질수록 형편없는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뇌는 우리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모량은 전체 20%를 넘는다.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당 11kcal의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책을 읽을 때와 같이 집중할 때 42kcal의 열량을 소모한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때는 무려 65kcal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과도한 정보유입은 뇌의 연료를 금방 바닥나게 하고 뇌를 쉽게 피로하게 만들어  많은 인지적 오류를 만들어 내는 이다. 

출처: freepik

10대의 뇌는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인간의 뇌에는 뉴런이라는 독특한 유형의 신경세포가 있다. 출생 시 대략 천억 개(일렬로 늘여 놓으면 지구 네 바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뉴런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뉴런간 연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바로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 이다. 뇌의 연결성은 뒤쪽에서 앞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이동하고 마지막으로 연결이 일어나는 부위가 바로 전두엽이다. 특히 논리, 분석, 문제해결, 계획, 의사결정, 통찰, 판단력을 발휘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우리 뇌의 중앙관리자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피질(전두엽 중에서도 이마쪽)의 발달이 가장 늦다. 연구에 따르면 무려  20 이후가 되야 발달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전전두엽피질은 새로움 편향이 있어 새로운 것에 쉽게 주의를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런던 그레셤칼리지의 글렌 윌슨(Glenn Wilson)의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과제에 집중하려는  확인하지 않는 메일 1통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의 유효 IQ 10점이나 낮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정제되지 않고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와 통제되지 않은 학습환경, 수시로 울려 대는 SNS 알림은 전전두엽피질의 발달과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학습환경과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해 관여하고 통제해야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10대의 뇌]저자 프랜시스 젠슨 박사는 10 자녀를  부모에게 10 자녀의 뇌가 완전히 배선과 연결을 마치고 스스로 작동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자녀의 전두엽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처: freepik


참고자료 

도서 :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래비틴/ 와이즈베리

       10대의 뇌/ 프랜시스 젠슨,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참고사이트: 교육부 공식 블로그=>문해력의 씨앗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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