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 학교의 다문화 학생들 2
시골 학교는 대체적으로 교육청,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 풍부한 편이다. 이러한 지원은 크게 방과 후 학교, 체험학습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이 지리적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가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채워주니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직접 체험학습 업무를 담당하며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유명한 명소는 다 가 보았고 선생님들의 세심한 캐어와 관심으로 아이들의 마음 한편이 잘 채워져 가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몇 해가 지나고 이러한 교육활동이 반복되며 홈페이지에 쌓인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은 밝지만 아이들이 ‘재밌기만 하고 행복하면 학교교육은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란 모름지기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인데 왠지 밝은 표정 이면에 학습적 성장이 더딘 아이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유독 신경이 쓰였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학교 구성원들은 학습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 현저하게 떨어진 문해력 신장을 목표로 6개월 정도의 연구를 진행하였고 연구에 참여했던 1인으로써 그 구체적 방법과 시사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KOLA(Korean Language-based ReadingAssessment) 검사 결과 평균에 못 미치는 학생들 중 심각한 결손을 보인 4명을 선별하여 1:1 집중 지도를 실시하였다. 필자가 맡은 학생은 2학년 학생으로 전형적인 다문화 가정의 아동이었으며 사전 검사 시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인 학생이었다.
지도방법의 시작은 관찰이었다. 학생의 읽기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특이점을 모조리 적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관찰한 후 나름의 분석을 통해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내가 쓴 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낱말의 발음 소리는 알고 있으나 조합이 느림.
일단 음가 조합의 연습이 가장 시급함.
음가 조합의 연습의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기 즉 ‘음독’이라 생각이 들었고 문해력 관련 연수에서 알게 된 k-2 수준 평정 그림책을 활용하여 음독을 실시하였다. k-2 수준 평정 그림책은 유치원 수준부터 2학년까지 초기 문해력 시기의 그림책 읽기 발달 양상을 14단계로 나누어 각 수준에 해당하는 텍스트의 수준을 8가지 범주로 나누어 기술한 48권의 아주 짧은 그림책이다. 단계가 구분되어 개발된 책이기 때문에 순차적인 지도가 가능했고 읽기 발달 과정을 관찰 기록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구체적 지도 방법은 단순했다. 1주일 3회 정해진 시간에 책을 단계별로 읽히고 오류가 있고 어려워하는 단어의 특징을 파악하고 연습시키고 또 읽히고 읽는 게 조금 능숙해지면 다음 단계 책을 읽어보는 방식이었다.
대상 학생이 지속된 학습 무기력으로 참여하길 굉장히 싫어하고 성의가 없었지만 다양한 유인책과 다그침, 무관심 등을 반복하며 고뇌의 3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3개월 동안 매일 같이 유심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기재하였다. 교육이 막바지로 갈수록 나의 일지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의 빈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1. 저번보다 부드럽게 잘 읽음. 이전보다 이중 모음을 읽는 속도와 정확도가 많이 좋아짐.
2. 내용과 단어에 대한 질문이 많아짐
3.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짐.
4. 큰 오류 없이 잘 읽음.
아이들이 발생적 문해력의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자극과 지도의 절대 시간의 부족을 늦게나마 채워주니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방학중 연구 부장 선생님이 진행했던 사후 KOLA 검사 결과였다.
위 결과를 보면 읽기 이해와 관련된 검사 결과의 원점수는 변화가 없고 표준 점수는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사전 검사 시기가 1월이고 사후검사 시기가 8월 이기 때문에 각 시기에 해당되는 학생들의 평균 중 검사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 나머지 읽기 지수의 상승은 관찰 기록 속 변화의 모습에 신뢰도를 높여주는 근거자료라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1학년 평균에 미도달 되어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3개월간의 지속적 교육은 효과가 있었고 교육시간을 늘리고 지속한다면 발달적 문해력의 결손을 어느 정도 극복하여 아이들의 정상적인 수업 참여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속적인 학습결손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