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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Jul 30. 2023

교사 학부모의 조언(시리즈2. 학습 습관)

자기 주도적 학습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서점에 가면 자기 주도적 학습에 관한 책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꼭 심어주고 싶은 평생공부습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자기 주도적 학습을 잘하는 어른들도 흔치 않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작심삼일을 무수히 많이 경험하지 않으셨나요? 


1. 자발적 학습(스스로 학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려면 자발적 학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 현재 자신의 공부 수준과 위치,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채워 나가는 과정입니다. 메타인지가 잘 형성되어야 자기 주도적 학습도 가능하게 됩니다. 즉,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등에서는 중고등학교 시기에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자발적 학습관을 들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지요.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의 결정 없이 자동적으로 행동하도록 길들여진 단순한 반응이 습관입니다.  이때는 가능한 예외를 두지 않고 간단한 과정을 반복해야 하며, 아이가 성취감을 맛보게 하면 더 좋습니다. 욕심을 부리고 처음부터 너무 많은 과제를 주면 아이가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으니, 저학년은 20분, 고학년은 40분 이내에 끝낼 수 있을 만큼의 과제로 시작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이후 아이가 잘 따라오고 습관이 잘 형성되어 가면 서서히 시간을 늘리면 됩니다.

출처: freepik

습관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87일

‘성공의 법칙’ 저자인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 맥스웰 몰츠는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을 21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환자의 다수가 환각지(절단된 팔다리가 아직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현상)에서 벗어나는데, 약 21일이 걸린다는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이후 런던 대학의 제인 워들 교수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완전히 익히는데 66일이 걸린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정리해 보면 뇌가 새로운 행동을 받아들이는데 21일, 받아들인 새로운 행동을 완전히 익히는데 66일로, 적어도 어떤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려면 87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 무조건 자리에 앉아 책을 읽도록 ‘아침독서’를 운영합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이나 이전 학년에서 아침시간에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학생(요즘은 각반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특색 있게 반을 운영함)은 처음에 매우 힘들어하고 아주 불평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세 달 정도 지나면 차차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시간 때우기 용으로 아무 책이나 읽지만, 서서히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책으로 옮겨 갑니다. 힘들어도 3개월만 참고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가능한 예외를 두지 말고 실천해 보세요.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주말까지 실천하는 것을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주중에 열심히 하고 주말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 어른도 주중에 열심히 일했는데, 주말까지 일하라고 하면 너무 싫잖아요. 


2. 적절한 보상은 공부습관형성에 매우 효과적입니다(저학년).

하기 힘든 행동이나 즐기지 않는 행동을 지속시켜 습관으로 만들려면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때 저는 적절한 보상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읽기 싫은 책을 참고 읽어서 스티커 판을 다 채워 선물을 받게 되면 아이들은 선물을 받는 즐거움도 있지만, 빈 판을 다 채웠다는 성취감이 더 큽니다. 그 기쁨을 느낀 아이는 또 열심히 하고 그 과정에서 습관도 형성되고 실력도 향상됩니다. 아이들은 자신감이 있을 때 수업에 적극적입니다. 따라서 ‘나는 잘해! 잘 알고 있어!’라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감이 있어야 자발적 학습도 이루어지고 이후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가는 긴 여정에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실력이 향상되어야 자신감이 올라가고 실력이 향상되려면 힘들어도 공부하는 습관을 잡는 것은 꼭 선행되어야 합니다. 학습보상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보상에 대해 매우 부정적 견해를 가진 분도 있지만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제 아이를 키우며 적용해 보니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고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마이쭈’ 하나에도 열광하는 저학년에게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제 생각에 아이들에게 칭찬스티커나 ‘마이쭈’가 효과적인 이유는 보상 그 자체보다 아이들의 인정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적절하게 건드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 다양하고 예쁜 칭찬 스티커가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제 아이들만을 위한 쿠폰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해야 할 공부와 운동을 마무리하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고, 도장을 모두 채우면 현금으로 바꾸어줍니다. 이는 칼비테 교육법에서 얻는 아이디어입니다. 페스탈로치의 절친이며, 발달 장애를 보이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을 19세기 독일의 천재적인 법학자로 길러낸 아버지 칼비테는 아이에게 공부는 정신노동으로, 어른들이 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 듯 아이에게도 대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 칭찬쿠폰 제도를 아이의 경제교육과도 연계시키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출처 : 교사 D.K

3. 롤모델이 있으면 목표를 높게 설정합니다(고학년).

5학년 1학기 정도가 되면 슬슬 칭찬스티커의 효력이 예전 같지 않은 시기가 옵니다. 제 큰 아이가 그랬습니다. 저학년은 호기심도 많고 적극적이며 무엇이든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고학년이 되면 그 많던 열정들이 타고 남은 재처럼 사그라들어  다 귀찮아하고 물가에 억지로 끌려온 말처럼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부터 시키려는 부모와 안 하려는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기도 하지요.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여 자녀의 의지나 의견을 무시하고 억지로 시키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이와 관계만 망쳐 이후 사춘기 내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잘 넘기는 방법은 아이에게 롤모델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목표를 충분히 높게 잡지 않고 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리학자 페넬로페 록우드와 지바 쿤타가 학생들에게 또래의 뛰어난 학생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게 한 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나열하게 하였더니 이전보다 훨씬 더 목표를 높게 세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롤모델이 있으면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이루려는 내적동기가 커지게 됩니다.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그랜트는 자녀의 독창성을 길러주고 성취동기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각기 다른 여러 명의 롤모델을 자녀에게 소개해줌으로써 자녀들이 목표를 높이 설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롤모델이 꼭 현실의 인물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성장기에 읽은 소설 속 가상의 인물들이 때로는 훨씬 훌륭한 롤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냅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고난이 닥쳤을 때 쉽게 포기하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제 큰 아이는 ‘해리포터’의 엄청난 덕후입니다.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 2학년 때는 호그와트에서 입학통지서를 받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떤 기숙사에 배정될지 궁금해 해리포터 공식 사이트를 찾아 테스트를 해보곤 했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는 사이트라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4학년부터는 조앤 롤링처럼 판타지 소설의 작가가 되어 해리포터 같은 인생 역작을 남기는 것이 꿈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소설이 해리포터처럼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영어로 소설을 써야 될 것 같다며 영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합니다. 영어공부에 막 고비가 왔을 때, 아이가 설정한 목표는 그 고비를 스스로 이겨내고 학습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Wizarding World


4. 자기 주도적 학습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볼 시기, 6학년을 준비하며.

제 큰 아이도 내년이면 6학년이 됩니다. 초등 1학년부터 아이가 자발적 학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는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확인하고 피드백 주는 과정을 잘 지켜야 아이의 공부습관도 잘 형성된다는 사실을 학교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죠.

이제 큰 아이는 5년 동안 이어온 노력 덕분에 자발적 학습관이 잘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계획을 짜기도 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부족한 공부를 더 하기도 합니다. 힘들고 때로는 하기 싫을 때가 있어도 이겨내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이 스스로 정한 공부량을 채우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잘 준비해 왔기에 저도 아이도 6학년과 중학교 입학이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저에게는 초등 2학년인 둘째가 남아있네요. 이제 첫째는 스스로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둘째가 6학년이 되는 그날까지 또 열심히 달려야겠죠?

오은영 박사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이 양육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과 자립이 되어야 한다고요. 자기 주도적 학습도 결국은 아이의 독립과 자립의 한 영역입니다. 학습은 아이들의 생활영역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습에서 독립과 자립이 성공한다며 다른 영역도 분명 독립과 자립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초등 5-6년만 파이팅 하세요! 저도 다시 시작입니다. 


참고도서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 맥스웰 몰츠/비즈니스북스

칼비테교육법/칼비테 원저/차이정원

                     오리지널스/애덤그랜트/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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