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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성 Aug 20. 2019

Phantom Image Maker 3

1. 듣기 좋게 vs 그렇게 들리게 (좋은 소리 vs 메시지 전달)

먼저
'듣기 좋게'라는 생각은

믹싱 작업을 하면서

가장 하기 쉬운 접근 방법이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그리고 기준도 정할 수 없는

'좋은 소리'라는 환상으로

맹목적인 작업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닫는다.

아티스트의 속성에는

'자각'이라는 영역이 있다 ...
 
스스로의 표현에 대해서
능력이 되는 한계까지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하고
스스로 확인하고
그리고 자기표현에 대해

확신을 갖게

그 경험.

그래서

그 자각 이후에
정말 중요해지는 부분이
바로 '메시지 전달'이다.

메시지 전달에는 분명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스스로의 작품에서 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은 이렇게 듣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이해해줬으면 하는
아티스트의 의도가
작품에 그대로 스며든다.

믹싱 작업은
그래서 더 '왜?'라는 이유가 필요하고

예술적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야기가

뒤에는 기술적이고

복잡한 구조의 단어들로 가득 차게 될

시작이 된다.

아티스트가 1차 녹음 작업을 마친

(믹싱 작업을 하면서 아무리 아쉬워도

아티스트의 최선을 의심하지 말자.

최종적인 소스는 아티스트도

개인적인 스스로의 한계점을 충분히 느낀

그런 결과물이다.)

그 재료들로
믹싱 아티스트는 다음으로 이어서

무엇을 하게 되는가?

'노래의 목적과 작업 목표의 설정'이
그 시작인 이유이다.

믹싱 작업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앞에 있는 것은
엔지니어의 맹목적인 업무 영역

(듣기 좋게, 좋은 소리)에서

'아티스트의 영역'

(그렇게 들리도록 만드는)으로
몇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장의 내용을 충분하게 숙고해보고
계속 다시 생각해봤으면 하는 의미에서다.

이 장에서는 아래의 내용들이 이어진다.

- 믹싱의 목적
- 왜? 에 대한 응답
- 당위와 역설
-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차이
- 곡 분석과 믹싱
- 믹싱 작업의 분기점

    (과거 믹싱과 현대적 믹싱의 차이)
- 아티스트 vs 엔지니어
- 표현법에 대한 단상
- 믹싱 접근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생각으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제일 밑바탕이 되는 영역의 이야기들이다.

이 일을 20여 년 해오면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믹싱 아티스트'
이 영역의 사람들이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예술성에는 예술가 고유의

철학적인 바탕이 있어야 한다.

공부할게 엄청나게 많다는 걸

이미 충분히 겪을 만큼 겪어서 잘 알고 있다.

신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기법을 공부하고 연습해야 하고

새로 출시된 장비 매뉴얼을 공부하고

몸이 바로 반응하도록 익을 때까지 연습해야 된다.


현장에서 듣는 기사님

(이 소리를 듣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최악의 호칭이라고 생각한다.)이라는 호칭은 

같은 예술 영역에 있으면서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다.

(요즘엔 엔지니어님이라고도 불린다.

더 적응안된다.)

그보다 작업에서 예술성을 인정받는

'동료 아티스트'로 이름이 불리거나

형, 동생의 위치가

오히려 더 좋겠다는 이야기다.


믹싱 아티스트는 솔직히 기사님으로 불릴 기술자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사님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 같긴 하다.)

믹싱 아티스트는

음악가의 연주를

청자들에게 최상의 상태로 전달하기 위해

가공, 재생산, 최종적으로 고정하는

음악 분야에서 또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이다.

녹음된 원 소스와

믹싱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친

작업 후의 소리를 비교해 볼 기회가 있다면
예술가로 충분히 수긍할만한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확인을 허용할 아티스트는 없다.

그리고 그 확인에 동의할 믹싱 아티스트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비밀을 공유한 동료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의 공동작업이 음반, 음원 작업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갖게 되는'

그 이상적인 상황이 된다면

그 작품은 채 1%가 되지 않는

대중적 성공과는  별개로

그 작업에 참여한 모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결과가 될 수 있

다음 작업을 기약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는
'믹싱의 목적'이다.

아티스트의 작품 의도에 부합되면서
추가로 어떤 부분들이 더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용은

페이스북에 책으로 출간되었으면 하고 써 놓았던

짧은 단상들과 에피소드, 부연설명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술적인 내용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모두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첨부할 예정이다.)

단상이나 에피소드, 부연 설명까지는

이 분야의 문외한이더라도

믹싱 아티스트의 생각이나 작업을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래는 약간 딱딱한 느낌으로 설명한 믹싱에 대한 부분이다.


믹싱(Mixing or Mixdown) 정의는 사실 딱히 규정이 되어 있는 것이 없다. 마이크로폰 ·레코드 플레이어 ·테이프 리코더   개의 출력 전기신호를 조정하여 에코(echo:메아리) 잔향 등의 특수효과를 가하여 완성한 프로그램 음성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모두의 네이버가 설명하는 믹싱의 설명 요약 글이다. 이해가 되는가?

 

일반적으로는 혼합하는 것을 뜻하며, 음성 관계에서는 둘 이상의 음원으로부터의 입력을 혼합 회로로 혼합하는 것. 그 후 증폭하여 레벨을 조정해서 여러 가지 효과를 내는 데 사용한다. 또 영상 관계에서는 둘 이상의 영상을 혼합 합성하여, 예를 들면 화면 중에 흰 문자를 넣는 다든지(super impose), 오케스트라의 원경(遠景)에 지휘자의 클로즈업을 겹친 다든지 하는 영상 특수 효과 장치에 이용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믹싱  [mixing] (전자용어사전, 1995. 3. 1., 월간전자기술 편집위원회)

 

 역시 네이버의 지식백과 전자용어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믹싱에 대한 글이다.

 

지난 20여 년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하면서 살아온 나는 이런 글을 찾아 읽으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내가 원하는 대답에 가장 가까운 답은 책에 있었다.

 

장인석 교수님의  ‘ 레코딩 이렇게 쓰여 있다. 콘솔 페이더와 팬 포트, 컴프레서와 이퀄라이저 등의 시그널 프로세서 그리고 리버브와 딜레이 시스템, 코러스, 플랜저, 피치 시프터 등의 타임 베이스 이펙터로 곡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창의적인 음향 처리 과정이다,’ [ 레코딩 p.468 장인석]

 

말을 풀이하자면  뒤의 문장이 믹싱이라는 단어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곡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창의적인 음향 처리과정

 

 책을 읽기 시작하는 여러분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바로  말이다.




* 에피소드 1-1


[연주의 본질과 목적의 선명성에 대한 단상]


연주자의 행위는 연주하는 악기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극히 단순한 동작에 감성이 연결될 때 비로소 연주가 된다.

드럼은 때리고 밟는다.
기타는 누르고 튕기고 훑는다.
피아노는 밟고 누른다.

대부분의 악기는 두세 가지 정도의 동작이 전부이다.
(말로 하니 진짜 쉽고 간단하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그 동작이 어려워지면
(많이 움직이고, 난해하게 움직이면)
연주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연습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왜 연주를 하고
왜 연습을 하는지 잊어버리기 정말 쉬운 상태가 된다.
제일 원하는 최종 목적은 그렇게 잊는다.


당신은 왜 연주를 하는가?
더 근본적으로
왜 음악을 하는가?

이 부분의 고민이 필요하다.

------------ * -----------

모든 연주의 목적은 단 하나다.

'노래가 갖는 느낌을 소리로 전달(표현)하려고'

그렇다. 목적은 단 하나다.
노래에 딱 맞는 울림을 만들려고
두세 가지 동작으로 그걸 표현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변할 수 없는 목적을 잊는 경우
연주가 아니고 알량한 자기 자랑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어렵게 때리고, 이렇게 복잡하게 밟을 수 있어'
'이렇게 빠르게 누를 수 있고, 줄을 튕길 수 있어'...

녹음 일을 20년 즈음하게 되니
이제 본질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거 같다.

자랑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보이는 게 너무 단순해서 재미없다)
감성이 녹아있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그 소리에 공감하고 싶다.

제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주를 하고 있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어렵게 움직이거나, 빠르게 누르는 게 아니다.
그 행위로 만들어진 소리가 지금 연주하는 곡에서
어떤 울림으로 표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연주의 목적에 이보다 선명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 -------------


연주를 잘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한 소리는
미숙하더라도 충분히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연주는 잘하면서 목적 없는 소리는
오히려 소음에 가깝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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