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싱에 대한 책을 쓰려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믹싱 작업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애쓰면서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 작업이 제목으로 결정한
Phantom Image를 만드는 일이다.
최근 씁쓸한 결과들이 보인다.
다름 아닌 ‘스테레오의 몰락.
개인화, 간편화, 음악 감상의 BGM화 등의
사회적인 반응들이 겹치면서
음악을 듣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영역에 있는
나 같은 사람은
그 정점에 있는 표현법에 아직 매달리고 있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느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 부분에 접근해보려고 노력해왔고
그 영역을 파악하고
이제 겨우 만지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세상의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질서는
현재에 와서는 그렇게 흘러간다.
기술의 진보는 일반 대중들에겐
귀찮은 것일 수도 있다고 깨닫고 있다.
세상이 어찌 흘러가든
스테레오는 좌우의 귀가
소리의 가상의 위치 감을 판단하게 하는
최소 단위의 인위적인 포맷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전, 후, 좌, 우, 상, 하’의 복합적인 심상이 귀에서 해석되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형성되게 되는 감각 작용이
바로 Phantom Image 다.
스테레오 믹싱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작업
팬텀 이미지는 그래서 듣는 훈련과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인 사람들이
소리에 대한 해석력이 쌓여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이미지다.
그래서 책의 대부분의 설명은
이 팬텀 이미지를 믹싱에서 형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믹싱 방법과 장비의 이해를 돕는 이야기들이 설명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비와 기법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그전에 꼭 알아뒀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예술적 활동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는 가운데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과 활동, 그래서 얻어지는 결과가 예술이다.
나는 믹싱 엔지니어라는 기술인의 호칭보다
믹싱 아티스트로 예술가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기술을 평가절하하거나
소홀히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동안 작업을 해보니 믹싱이라는 작업은
기술의 영역보다 예술가의 감성 영역의 비중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믹싱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지난 시간 동안 공부하며 알게 된
내게 쌓여온 이런저런 기법들과 작은 노하우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에 올린 글들은
책을 만들기 전에 1차 저장의 공간으로
생각이 날 때마다, 고칠 부분이 눈에 띌 때마다
수정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단상들도 많다.
지루하지 않은 읽을거리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