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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키친테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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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Aug 09. 2023

키친테왁의 시작

Chapter 1


2019년 8월 15일 키친테왁 오픈 


그 여자가 처음 가게를 낸다고 했을 때 그 남자는 운전중이었는데 조수석의 그녀에게 제주어사전을 들춰보라고 했다. 생소한 단어들이 나열되었고 그러다 그냥 한 단어 '테왁'에 꽂힌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키친테왁'이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가게 이름이 '키친테왁'이 된 것은 제주어사전 덕이다.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 개업 축하화분 달랑 하나로 시작한 처음 키친테왁은 2019년 8월 15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어느 후미진, 바다도 보이지 않는 골목에 자리 잡았다. 12명이 들어오면 꽉 차는 작고 아담한 가게. 장사가 될 턱이 없을 위치였지만 음식맛만 좋다면 반드시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그 자리를 선택한 것은 가게 임대료가 저렴한 면이 더 컸을 것이다. 

     

처음엔 깁밥도 팔고 파스타도 팔았는데 가게 이름에 걸맞는 그런 메뉴가 사실은 없었다. 뭔가 제주스러운 메뉴에 대한 갈망이 깊어져갈 무렵 '뿔소라 게우장밥'이란 시그니쳐 메뉴가 탄생되었다. 장사는 조금씩 탄력을 받아 나름 함덕권에서는 맛집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키친테왁이라는 나무 간판은 한쪽 팔을 쓸 수 없는 작가 공민식 선생의 작품이다.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 참 많은 사람들이 키친테왁의 개업을 도와줬다. 무슨 일을 벌이든 타인들의 도움이 없이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모든 일을 쳐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그에 사람들은 반응한다. 고맙고 참 감사한 일이다.  


지금은 김밥을 팔지 않지만 사실 김밥을 그대로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그 여자가 처음 키친테왁을 시작할 때 가장 자신있다는 음식이 바로 김밥이었으니까. 김밥이 아무리 비싸져도 다른 음식에 비하면 그나마 싸다. 게다가 불황이면 김밥은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먹거리다. 

   

뿔소라게우장밥은 개업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시작된 뿔소라버터덮밥을 개선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그 여자가 김녕 바닷가에 잠깐 살 때 동네 할머니에게서 얻은 게우장에 밥을 비며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뿔소라의 식감과 게우에서 나오는 향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단다. 아무튼 게우장밥은 키친테왁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았다. 


영업을 시작해 보니 함덕은 어쨌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아무리 골목에 숨어 있다해도 맛만 보장되면 장사 망할 일은 없는 동네였다. 다행히 구글 평점이 상위권을 유지해 나름 함덕의 숨은 맛집으로 키친테왁은 알려지기 시작했고 동네 사랑방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나갔다. 하지만 개업 6개월 만에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몰려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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