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으로 부서지게 된 어느 날
이별에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건강한 이별을 위해서는.
나는 그동안 애도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거 같아.
애도하기를 외면했었지.
그리고 네 애도의 시간 역시 외면했었어.
네가 힘들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나에겐 애도의 시간이 너무 낯설어.
이별은 내게 현실이 아니었거든.
이제 눈앞에 이별이 파도처럼 들이닥쳐
속수무책으로 삼켜져 버리게 되어
역시 또한 애도의 시간 없이 바다 속으로 잠겨버리게 되었네.
애도의 시간을 급하게 만들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파도 속에서 이리 저리 부서지며
인연이라 생각했던 너에 대한 그리움을
부서지게 두는 건
내가 부서지는 것보다 더 아파
그렇지만 부서지고 또 부서져
파도의 끝자락처럼 아름답고 하얗게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게
이 시간의 끝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다시 바다에서 만나자 우리
애도의 끝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