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단상
존재만으로도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어머니와 아이는 그럴 수 있다. 4살까지는.
4살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이 그 때문에 나왔을까.
무조건적인 귀여움 외에 그들이 부모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 유일무이한 사랑.
반려견, 반려묘들이 주인과 집사에게 주는 눈빛.
사랑하는 이가 있는 이들의 눈빛은 강렬히 빛이 난다.
사랑은 어마무시한 동력이며, 무한한 에너지다.
사랑하는 마음은 주는만큼 커지고 강해지는 것.
사랑을 무한히 주는 존재의 내면은 그저 강인해질 것이다.
다만 그 사랑이 대가 없는 사랑일 때에만.
사랑은 대가 없이 희생하는 마음이다.
나를 희생하여 상대를 빛내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곧장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러니 사랑은 상태가 아닌 동태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 사랑했으니, 당신도 이만큼 사랑하라는 법은 없다.
이 때문에 사랑은 어렵다. 어려워진다.
대가를 바라는 순간,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래가 된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는 거래를 한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것도, 먹고 싸는 것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거래다. 주었으면 받는 것이 있고,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 그렇게 자연도 삶도 흘러간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그 결과가 또다른 원인이 되기도 하면서.
그 속에서 단 하나, 사랑하는 행위 만큼은 한방향이다. 겉으로 보기에 쌍방향으로 볼 수 있겠으나, 아니다.
쌍방향을 기대하는 순간 사랑에는 균열이 일어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으로 치유되었는가? 더 들여다보면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치유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니 온전한 사랑이란, 주고 또 주고도 내가 온전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주고 또 주다가 내가 지쳤다면, 그 사랑은 멈춰야 한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를 다시 채워야 한다.
다시, 존재만으로도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온전할수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