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는 2가지 교육 원칙이 있어
1호에게.
아들.
오늘 너의 하루를 돌이켜 보며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엄마에게는 딱 2가지의 교육 원칙이 있단다.
교육 철학 이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고. 철학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약속 같은 거거든.
1번은 '학원 뺑뺑이 돌리지 않기', 2번은 '운동화가 소모품이 되게 하기'.
원래는 1번 뿐이었는데, 유학간 지인들을 보며 2번이 생겼지.
미국에 살면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낸 지인들이 그러더라.
"한국에서는 지우개가 소모품인데 여기서는 운동화가 소모품이더라"고 말이지.
생각해보면, 지우개는 한달에 1개도 쓰는데, 운동화는 사이즈가 작아져서 바꾸지 밑창이 뚫리거나 앞뒤가 마모되어 버리진 않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면 엄마가 어릴 때에는 그랬던 것 같거든.
지우개도 운동화도 같은 고무인데 말이야.
이건 엄마의 깨달음이었지. 그래서 마음 먹었어.
운동화를 소모품처럼 만들어야지- 하고 말이야.
이것이 바로 니가 하루 4시간씩 자전거 타기와 축구와 놀이터를 필두로 한 동네 탐험을 떠날 수 있는 이유야.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학습을 충분히 챙겨주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학원에 가면서도 뭘 배울지 얼마나 다닐지 처음부터 결정하되 주기적으로 계속 다닐지 이 다음에는 뭘 배울지 목표를 잡으며 점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런데 말이지, 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을 차지하는 교육 목표 중 하나는 '해야 할 공부의 때를 놓쳐서, 해야 할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미래의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거든.
결국엔 '공부는 한다'인 건데, 이렇게 놓고 보면 엄마의 교육 원칙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잖아?
다시 말하면, 엄마는 이 기본 교육 목표 위에서 저 2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내고 한다는 의미란다.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1번과 2번을 지키면서 너의 미래를 방치하지 않기 위한 전략과 균형을 고민하지.
엄마는 니가 하루 4시간씩 축구를 해도 되고, 헬스장 가서 운동을 해도 되고, 골프 연습을 해도 돼.
주말 내내 도시락이라도 싸줘야 할만큼 나가서 놀다가 먼지 번벅이 되어서 들어와도 돼.
그런데 우리가 학원 뺑뺑이를 하지 말자고 했지, 공부를 하지 말자고 한건 아니잖니.
실컷 놀아도 상관 없으니까, 집에 오면 숙제와 국영수 루틴부터 돌고 놀면 안될까?
국영수 루틴을 돌아야 하는 너를 누군가가 본다면, 엄마가 엄청난 공부라도 시키는 줄 알거야.
사실은 그저 '복습'이란다, 아들.
너는 수학 선행학습도 방학 때 고작 1학기 먼저 살펴 볼 뿐이지. 그것도 엄마랑.
국어는 책 읽는 걸로 퉁 치려고 하고, 영어는 하... 너도 알잖니.
애석하게도 너는 '언어'인 영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학문의 기초 단계'로서 영어를 배우는 중이란다.
의사소통 된다고 영어를 잘하는거면 국어를 못하는 한국인이 왜 존재하겠니.
잊지 마렴.
엄마는 앞으로도 학원에 다니지 않고 운동화 닳아지도록 뛰어 다니는 너의 일상을 지지한단다.
(조금만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