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만사천사백다섯번째 어른 날

2020.09.04



그런게 즐거웠다.


잘먹지 않는다는 당신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되는 일


아침부터 피자를 먹게 되고 남은 치킨을 다 먹는 일.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슈크림빵이 맛있다고 좋아하는 맛이라고 하는 일.



빵 하나를 사는데 꽤나 한참을 골랐었다.


매번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이 됐고


워낙 즉흥적인 나에게 그건 생각보다 지치는 일인데


다 먹었어 하는 그게 좋았다.



어째서 당신은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것


하나를 챙김받지 못했을까


나에게는 이렇게 다 해주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게 속상해서


내가 알고 있는 맛있는 것들을 모두 맛보여주고 싶어


애써 시간을 들여 맛을 고르고 멀리 사러 가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맛있다는 당신의 글이나 목소리를 들었을 뿐


표정을 본 일이 없었네.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보낸 시간이 합쳐진 것뿐이더라.



그래서 이제와서 이런게 참 궁금하다.


빵을 베어 문 당신의 볼이나


어떤 초콜렛을 먹어볼까 고르는 눈빛 같은 거.


쓴초콜렛을 씹은 당신의 미간같은거.




보고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만사천사백네번째 어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