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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22. 2018

신세계가 먹힐까? 쿠팡이 먹힐까?

소비자에게 '먹힐' 이커머스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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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28


    지난 20일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 약 2조 원대의 투자를 밝혔다. 지난 2015년에 약 1조 1천억 원을 받은 후, 두 번째로 받은 대규모 투자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


    쿠팡은 2010년 5월에 설립한 이후로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에도 약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이번 투자를 받기 전 '자본 잠식'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대구에 설립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물류센터 착공도 답보상태였다. 이런 적자 상황에서도 쿠팡은 이번에 받은 투자금을 재무상태 개선보다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동안 적자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쿠팡은 왜 이렇게 투자금 유치와 투자에 사활을 걸었을까?




오프라인 최강자 '신세계'의 본격적인 이커머스 진출


    '신세계'라는 기업명을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그리고 '노브랜드' 등이다. 신세계는 지금까지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는 구조였다. 소비자의 쇼핑 방식 트렌드는 '오프라인 -> PC -> 모바일'로 바뀌었는데, 그동안 PC나 모바일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 대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은 분야였다. 그러나 신세계를 시작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최근에 신세계가 홍보를 많이 하는 SSG.COM에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신세계가 가지고 있는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사이트 하나에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브랜드가 하나의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편리하고 간편한 UX와 UI인데, 신세계는 사이트 하나에 이것을 녹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무리 대기업이 오프라인에서 개별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것이 고객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각 기업이 가진 모든 유통 브랜드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롯데도 개별로 운영하는 온라인몰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쿠팡은 이런 유통 대기업의 움직임을 당연히 인지했고 그래서 이번에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물류창고 확대와 신기술 개발 쪽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소비자에게 신세계와 쿠팡 중 어디가 먹힐까?


    그렇다면 신세계와 쿠팡 중에서 소비자에게 '먹힐 곳'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는 두 곳 모두 장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쿠팡이다. 쿠팡은 현재 이커머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도 경쟁사인 티몬이나 위메프와 비교하면 6배 이상 높다. 그만큼 충성 고객층이 많아서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는데, 이는 신세계에 비해 쿠팡이 가진 큰 강점이다. 이미 쿠팡의 '플랫폼' 안으로 들어간 소비자를 끌어와야 하는 신세계가 크게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그리고 쿠팡하면 많은 사람이 2014년에 시작한 '로켓배송'을 떠올린다. 자정(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은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개인적으로 쿠팡이 전국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리는 이유가 로켓배송과 관계있다고 본다. 전국 주요 거점에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으면, 로켓배송이 가능한 품목이 늘어나고 이는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켓배송을 해주는 '쿠팡맨'도 하나의 무기로 자리 잡았다.



    이런 쿠팡의 강점 이외에 취약점은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쿠팡맨이다. 쿠팡맨을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은 이유는 과거 쿠팡맨들의 강도 높은 업무환경과 처우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근로자에게 갑질을 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제공하여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 굉장한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아직은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쿠팡에게 이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쿠팡맨의 대우와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쿠팡맨은 쿠팡에게 '양날의 검'으로 존재하고 있다.


출처: 조선비즈 '적자 6400억 쿠팡 "몸집 키우기에 올해도 투자"


    두 번째는 지속되는 적자이다. 이번에 받은 대규모 투자는 쿠팡에게 '산소호흡기'와 같다고 본다. 올해 초까지 자본 잠식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이번 투자는 더욱 소중한 것이다. 쿠팡은 스타트업이라 아직은 투자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런 주장도 곧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프라인 커머스 및 택배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못 한 여러 이유 중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도 꼽힐 정도다. 쿠팡은 분명히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번 투자금으로 물류센터 확장 및 신기술 투자를 하여 향후 개선되는 재무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무리 오프라인 최강자로 불리는 신세계도 장단은 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노브랜드, 이마트 트레이더스 그리고 스타필드 등 누구나 들어본 이름들이다. 신세계의 첫 번째 강점은 이런 폭넓은 브랜드 이미지이다. PB 상품 매장인 노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매장인 신세계 백화점 그리고 이를 모두 합쳐놓은 스타필드까지 다양하다. 이는 엄청난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쿠팡을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연상시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강점은 대규모 자본으로 이미 확보한 물류센터다. 쿠팡은 투자비 중 상당 부분을 전국에 물류센터를 늘리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미 전국 주요 거점에 물류센터를 확보하여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을 공급했다. 물론 쿠팡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므로 물류센터도 이커머스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신세계가 불리한 점도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류센터를 쿠팡처럼 이커머스 중심으로 개조만 해도 쿠팡과 비교하면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 경기도 하남시 지역주민들과 마찰로 취소됐지만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를 신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세계의 단점은 '독자적인 이커머스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적인 콘텐츠는 쿠팡처럼 '로켓배송'이나 '쿠팡맨' 같은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사람이 신세계를 처음 들으면 떠올리는 것이 똑같을 것이다. 백화점이나 이마트 등……. 최근에 'SSG 페이'를 비롯하여 많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쿠팡이 이미 가지고 있는 '로켓페이'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신세계를 들으면 기존 오프라인 커머스 이미지가 아닌 이커머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독자적 콘텐츠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대기업의 의사구조 시스템을 말할 수 있다. 신세계와 쿠팡을 규모만 두고 본다면 신세계가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의사구조 결정 과정이 쿠팡과 비교하면 분명히 느리다. 쿠팡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당장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빠른 결정으로 앞서나갈 수 있지만, 신세계는 주식 상장까지 한 기업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목소리와 여론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쿠팡이 이번 투자를 받고 대구를 비롯하여 다른 지역에도 첨단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한 이상 신세계는 쿠팡만큼은 아니어도 최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최소화해야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오프라인만큼 인정받을 것이다.




소비자는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된다.


    이렇게 쿠팡과 신세계는 서로 다른 강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쿠팡이라고 신세계에 고객을 뺏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신세계도 쿠팡의 고객을 뺏어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각 회사가 보유한 강점을 어떻게 더 부각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로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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