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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마크 Jan 27. 2016

육아휴직은 '법'이 보장해준다면서…

왜 가야한다고 말을 못해! 왜!  ( 사진: Pixabay)

20대 후반에 차라리 다시 수능보고 교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중소기업에 다니는 내 지인(여성)이 2년간 교제 중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다가 내뱉은 말이다.

20대 후반의 그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주변에서 이미 결혼을 한 여성 대리나 과장을 보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최대 6개월을 보내고 허둥지둥 회사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예전과 회사 분위기가 달라져 육아휴직 갔다와서 내 책상이 없어지는 일은 없지만 육아가 막막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쓰는 회사에서만 쓰는 육아휴직

    10년 전, 육아휴직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에서도 육아휴직을 다녀오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긴 하다. 

    대기업이 전체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50.2%였지만 2014년에는 35.8%까지 떨어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10~99인)의 육아휴직 사용자 비중은 2004년 13.4%에서 2014년 상반기 23%로 늘었다. 100~299인 중소기업도 2011년(10.4%) 이후 지속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늘어났다. 2014년 상반기에는 12.2%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가 보여주는 사실은 육아휴직이 ‘쓰는 데서만 쓴다’는 것. 애초에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가 단 한명도 없거나 극소수인 기업도 여전히 많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그렇다.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4곳에서만 육아휴직 사용자가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법에 따라 여성 근로자는 만 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경우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일반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남녀 7만6000여명으로 2003년 이후 10여년 간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4년 기준으로 5인 이상 기업 1000개사 중 41.2%는 육아휴직을 도입했다.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한다면서 도입은 무슨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출산전후로 3개월을 휴가로 쓸 수 있는 ‘출산전후휴가’는 의무지만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신청할 경우 거부할 수 없다’라고 돼있다. 따라서 ‘애초에 신청하는 근로자가 없으면’ 아무도 육아휴직을 다녀오지 않고, 기업도 위법행위를 하지 않는 셈이 된다. 이렇다보니 영세한 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에게 “네가 없으면 그 업무는 누가 대신 해주냐”며 신청 철회를 종용하거나 퇴사를 부추기기도 한다. 아니면 대놓고 육아휴직을 거부하며 위법행위를 당당히 하기도 한다. 그러다 정부 조사에서 걸리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조사는 1년에 열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 정도로 적게 이뤄지고 있다. 한 번쯤 도박하는 기업이 있을 법하다. 500만원이면 크게 타격 입을 금액도 아니지 않나…. (더 빡세게 매겨야 한다!)

사진: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
5명 일하는 회사에서 1명만 육아휴직 가도 업무에 '구멍'

    소규모 기업에서는 10곳 중 8~9곳에서 '아무도' 육아휴직 다녀온 적이 없다. 10~99인 규모 중소기업에서는 10곳 중 3곳(36%)에서만 육아휴직이 이뤄지고 있었다. (표본 486개) 5~9인 규모의 영세 기업은 육아휴직 시행 비율이 16.7%에 그쳤다. (표본 282개)  반면 100~299인 규모 중소기업은 71.3%에서 육아휴직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실 이건 돈의 문제는 아니다. 육아휴직 중에 근로자의 급여는 고용보험에서 지급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5명이 일하는 기업에서 1명이 빠지면 그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 전문가는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이지만 ‘인력뱅크제’를 운영한다면 좀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 대체인력을 마련한 ‘인력뱅크’에서 필요할 때마다 기업들이 인력을 수급받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남자들도 육아휴직 많이 써서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 서도록 해줘야 할 듯”이라고도 한다. 여성이 '잠재적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이기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는 암묵적 관행도 해소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남성들 역시 "육아휴직 보내주시오"라고 당당히 회사에 말 못한다고 한다. 해답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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