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통 머리를 쓰는 것 같지 않다. 분명히 일을 할 때는 뭔가에 엄청나게 골몰했었는데. 그 골몰했던 주제들은 '컴파일 성공', '테스트 성공'의 연쇄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고. 아무튼 인스턴트적이고 지극히 업무적인 두뇌 활동이기 때문인지 내 본질적인 두뇌는 '그걸로는 부족해!' 하고 끊임없이 난동을 부린다.
하지만 참 이상하지. 막상 '그래, 그럼 뭔가 생각해 볼까' 하고 각을 잡으면 머리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아니, 그냥 그러지 말고 저기 유튜브 쇼츠나 눌러봐' 하는 것이다. 머리를 쓰고 싶은 건지, 쓰고 싶지 않은 건지.
아무튼 인스턴트적이고 지극히 업무적인 두뇌 활동이라도 지속하고 있으므로 그 와중에 익어서 떨어지는 열매 같은 것들만 주워 모아도 뭔가 한 아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각 잡고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더라도, 개발하면서 생긴 부산물들은 어떻게든 기록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개발 기록을 토이 프로젝트 삼아 개발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간만에 또다시 키보드에 손을 얹은 이유.
시작하기 전에는 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큰 부담감 없이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다짐은 역시 다짐일 뿐. 결국에는 부담감 때문에 키보드 쪽으로는 시선을 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지곤 했다. 그와 비례해서 의욕은 물속에 담근 솜사탕처럼 사르르르.
이번에는 정말로 잘해봐야지. 아무리 작고 못생긴 열매라도 아무렇지 않게 가판대에 늘어놓고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는 장사치의 마음으로 열매들을 닦아봐야지. 그런 다짐을 해봤다.
근데, 다짐은 역시 다짐일 뿐이려나. 과연 어떨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