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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Aug 26. 2018

친구 2

우정 시선



친구 2


출근길

문득 안부가 궁금하여

친구 사무실에 들렀다


1년여전 개업한 사무실은

그대로였고

그 때 보내 준 축하 화분만

훌쩍 커 있었다


자기가 잘 키웠다고

굳이 사진 한 컷을 찍으란다

자세를 잡는다

서로 키득거리면서


대기업 임원으로

세계가 일터였던 그의 무대는

다섯 평 남짓 사무실

여직원 1명


수십 년간 습관처럼 던진 질문

'좀 어때?'

습관처럼 돌아오는 대답

'그럭저럭'


한 때는

세계 반도체 경기가 그럭저럭

지금은

여직원 급여는 나오나 보다 그럭저럭


50대 아저씨의 레시피가 들어 간

냉커피 한 잔

'언제 대포 한 잔 하자'

습관이 된 인사말


혼자 내려가기도 비좁은

계단을 내려오는데

뒷모습을 배웅하는

그의 얼굴이

잿빛 형광등 아래 슬프다


거리에는

비를 예고하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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