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병권 Nov 04. 2018

풍수원 성당

우정 시선



풍수원 성당


설악을 향할 때는

늘 횡성가는 국도를 탄다


젊은 날부터

마음의 위안이 되어 왔던 곳


마을 입구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청국장 내음이 흐른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성당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꽃 장식된 다리

숲에 묻힌 작은 지붕들

밭일 중에 숨을 고르는 아낙의 자취


200여년전 신유박해

모르는 이들은 외진 곳을 찾았고

세윌이 흘러 그들만의 성을 올렸다


성당 곁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뒤뜰로 거닐면 늘 그 자리


변치않는 웃음

가슴에 담기는 그 말

성모 마리아를 만난다


산등성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

계절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고


작은 언덕을 오르면

바람만이 홀로 머무는 곳

슬픈 그리스도를 나는 본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일찍 핀 보라색 들꽃무리

지난 해 만난 그들의 후예


맺힌 것들을 두고

그리운 것들을 보내고

풍수원 성당을 뒤로 하는 시간


누구인가 떠날 때

생활이 어깨를 무겁게 누를 때

삶의 외로움이 안개로 밀려올 때


풍수원 성당에 들르기 위해

나는 설악을 향한다

작가의 이전글 콘스탄티노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