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시선
풍수원 성당
설악을 향할 때는
늘 횡성가는 국도를 탄다
젊은 날부터
마음의 위안이 되어 왔던 곳
마을 입구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청국장 내음이 흐른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성당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꽃 장식된 다리
숲에 묻힌 작은 지붕들
밭일 중에 숨을 고르는 아낙의 자취
200여년전 신유박해
모르는 이들은 외진 곳을 찾았고
세윌이 흘러 그들만의 성을 올렸다
성당 곁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뒤뜰로 거닐면 늘 그 자리
변치않는 웃음
가슴에 담기는 그 말
성모 마리아를 만난다
산등성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
계절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고
작은 언덕을 오르면
바람만이 홀로 머무는 곳
슬픈 그리스도를 나는 본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일찍 핀 보라색 들꽃무리
지난 해 만난 그들의 후예
맺힌 것들을 두고
그리운 것들을 보내고
풍수원 성당을 뒤로 하는 시간
누구인가 떠날 때
생활이 어깨를 무겁게 누를 때
삶의 외로움이 안개로 밀려올 때
풍수원 성당에 들르기 위해
나는 설악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