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시선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갈 무렵
갱도 속을 향하는 탄차처럼
어둠이 되어 북악을 오른다
그림자보다 빛이 두렵다 말한 이는
어둠의 아늑함을 진즉 알았을 터이다
석양을 뒤로 하고 오르는 산은
어둠이다
긴 고요 속에
숲과 나무는 광합성을 멈추고
둥지 속 산새와 함께
침잠한다
어쩌다 오가는 인적이라도
스치는 인연이라 감히 일컫지 못한다
모두가 내려가 버린 산을 찾는 이는
빛이 두려워, 인연이 두려워
어둠을 찾아온 사연일 터
그늘 속에서 홀로
남 모를 아픔을 캐어 내는
그림자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