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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Aug 17. 2021

UX 조직의 디자인 리서치 성숙도를 진단하는 다섯 질문

UX 디자인 리서처가 알려드려요.

사실 어떠한 조직 내에서 UX가 얼마만큼 조직 문화의 일부로서 자리 잡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디자이너인 이해관계자들이 디자인 리서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에요. 


각 조직마다 디자인 리서치는 각기 다른 형태를 띄고 있죠. 어떤 곳은 대규모의 리서치 부서가 있을 테고, 어떤 곳은 한 두명의 리서처들이 디자이너들의 리서치를 보조해가며 리서치 관행을 관리하고, 또 어떤 곳은 리서처가 없이 디자이너들이나 때로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리서치를 진행하곤 하죠. 에이전시를 고용해서 때때로 꼭 필요한 리서치 프로젝트만 할 수도 있구요. 절대적으로 무엇이 더 낫다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조직의 크기나 운영 방식, 혹은 기업 성숙도에 따라서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취하는거죠. 


그러므로 제가 여기서 말하는 '조직 문화로서의 디자인 리서치'는 리서치의 규모나 버짓의 크기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리서치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에요. 그분들이 리서치를 하자고 제안을 하기는 하나요? 리서치를 하자는 제안을 들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인상을 찌뿌리지 않나요? 리서치로 힘겹게 얻은 결과에 고개만 끄덕이고는 결국은 자기방식대로 결정을 내리지 않나요? UX 프로젝트에서 조금 더 성숙하고 영향력 있는 리서치를 팀 내에 정착시키고 싶어 고민이시라면 오늘 소개해드릴 글이 그 고민을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리라 믿습니다. 


지난 두편에 걸쳐 소개해드렸던 디자인 리서치 전략가 에리카 홀 (Erika Hall)의 서베이 시리즈를 잠시 멈추고 '디자인 리서치 성숙도'라는 개념과 그 진단을 위한 유용한 다섯가지 질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시보기: 

사용자 경험을 위한 설문조사 <1> 설문조사의 늪

사용자 경험을 위한 설문조사 <2> 만족도평가





조직의 사용자경험 역량과 이해도를 진단하여 레벨을 매기는 UX성숙도 모델 (UX Maturity Model)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디자인 리서치 성숙도 모델 (Design Research Maturity Model), 즉 조직의 사용자경험 관련 리서치 역량을 진단하는 툴을 찾고자 하는 강한 니즈가 느껴진다. ('디자인 리서치'는 '유저 리서치(혹은 사용자 리서치)'라는 용어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용어를 열심히 밀고 있다. )


특정 전문지식 분야 역량에 따라 모든 기업을 계단식으로 줄 세우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 싶다. 이런 모델은 각 기업의 미션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가진단을 했다는 자기만족만 채울 뿐 정작 진단결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량 성숙도 모델'은 우리가 흔히 듣는 '소프트 스킬'과 같은 표현처럼 충분한 검토를 받지 못한 채 사적 영역으로 전수된 국방부의 운영 프레임 중 하나다. 비록 역량 성숙도 모델이 소프트 스킬만큼이나 유해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않을지라도 한번쯤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사용할 만한 가치를 지니는지 검증해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번역노트: '소프트 스킬'이라는 개념은 미국 국방부가 군사 훈련 시 무기 및 기계 작동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술들을 일컫기 위해 편의상 분류하던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소프트 스킬'은 이후 기업이나 학교에서 '비기술적 개인역량', '직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기술'과 같이 비교적 덜 중요한 자질들을 의미하는 뉘앙스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근래 여러 연구 결과 이러한 역량들은 오히려 성공적 리더십이나 삶의 행복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구루 세스고딘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라는 단어가 마치 덜 중요하거나 쉽게 획득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신의 조직이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시스템 디자인을 위해 내부 리서치 역량을 얼마만큼 더 발달시키고 활용할 수 있을지 그 잠재력을 진단해보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여기 내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탐색질문을 활용해보길 바란다. (아마 이 다섯가지 탐색질문들도 언젠가는 각 질문에 대한 조직의 진전 상황과 그 의미까지 시각화해 줄 수 있는 그럴싸한 오각형 별모양 모델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


UX 조직의 디자인 리서치 성숙도를 진단하는 다섯 가지 탐색질문

다음의 질문들은 당신의 조직이 공동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디자인 리서치를 하고자 할 때 얼만큼 잘 해낼 수 있을지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번역노트: 각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단순 Yes or No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과연 어느 정도까지 그 대답이 유효할지 나름의 기준을 세워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1. 나의 팀원들은 그 누구라도 거리낌없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시인할 수 있는가?

다른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 지식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배움을 얻는 것이 불가능 하다. '저는 이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조직을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는 팀원들이 많을 수록 조직 전체가 지속적이고 수월하게 인사이트를 습득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리서치 요청이 들어오면 연구방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질문을 분명하게 밝히는 과정을 거치는가?

많은 조직들이 양적 자료(quantitative data)가 질적 자료(qualitative data)에 비해 본질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리서치 요청이 들어오면 질문의 종류와 무관하게 반사적으로 사용자를 인터뷰하러 가거나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질문, 즉 리서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문제 의식 속에는 기존 연구조사 리포트를 읽어보는 것이 나은지, 새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게 나은지, 아니면 인터뷰 시리즈를 여는게 좋을지 연구방법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데이터를 모으려 하기 전에 찾으려는 데이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븐이 뜨거운지 아닌지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는 오직 줄자 뿐이라면, 더 많은 줄자를 갖고 온다고 해서 오븐의 온도를 더 정확하게 잴 수 없지 않겠는가.


3. 다양한 부서와 포지션 간에 리서치 질문을 분명히 하고 공유하는 작업은 나의 조직에서 우선순위로 취급받는가?

대체적으로 리서치 결과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법이라던가 인사이트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절차에 대한 관심은 많은 반면, 우리 조직이 애초에 어떤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왜 그 지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바로 이럴 때 부서 간 지식의 사일로 현상(번역노트: Silo, 부서 간 의사소통의 부재로 지식이 한 곳에만 쌓이고 공유되지 않는 것을 일컬음)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끈질기게 계속되는 것이다. (애초에 왜 마켓 리서치와 프로덕트 리서치가 부서별로 분리되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본 적 있는가?)

조직이 함께 만들어 내는 리서치 요청은 다양한 전문지식 분야간의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효율적 경영의 원천이 된다. 또한 조직이 탐색하고픈 문제들에 의해 조직의 자원을 구성하고 배분하면, 개인끼리나 부서끼리 뜬구름 잡는  것과 같은 모호한 목표를 놓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콜레보레이션을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4. 각 직급 별 의사 결정에서 의사결정의 준거는 얼마나 명확한가?

리서치 요청을 해 놓고는 막상 그 리서치의 결과로 알게 된 현실은 제멋대로 무시해버리는 이들이 있다. 조직은 의사결정에 대한 사회적 공간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을 위한 인풋과 인풋에 따른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 간에 의사결정 작동방식이 명백하게 공유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5. 위의 사항들이 체계화되어 도출된 리서치 요청으로부터 얻은 리서치 인사이트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최종관문이다. 아무리 리서치가 탄탄하게 실행되고 있다고 해도 만약 결과물인 인사이트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에 의해 쉽게 무시된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성숙한 디자인 리서치 문화를 꿈꾸는 조직이라면 목표에서 질문, 질문에서 인사이트로 향하는 리서치 과정에 있어 분명한 증거를 기준으로 실용적인 피드백이 공유되는 환경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본 번역시리즈는 Erika Hall 님의 동의 하에 그녀의 Medium Blog의 포스트들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Cover Image: Multicolored Abstract Painting by Steve Johnson (2018)

원작: Design Research Maturity in Five Questions by Erika Hall

번역: 주원 테일러

번역 문의 및 제안은 juwon.kt@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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