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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n 05. 2022

‘어떻게 UX 리서처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1> 한국의 마케팅 전공생이 미국의 UX 리서처로 변신한 과정

링크드인이나 브런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저에게 멘토링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UX 리서처로서 저의 경력은 그리 길지도, 화려하지도 않음에 멘토를 자처하기가 부끄럽지만, 몇 년 전 같은 질문을 누군가에게 던져본 적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길을 잃은 것 같은 막막한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기에 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연락주시는 분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은 ‘어떻게 UX 리서처로 전향하게 되셨나요?’입니다. 학부 전공 중 UX를 접하고 전공과 다르게 UX로 방향을 틀어 취업을 하고 싶으신 분이라던지, 다른 분야에서 1-5년 정도 근무하시다가 UX로 전향하시고 싶어하시는 직장인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저는 여기에 대한 답을 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1> 제가 어떤 커리어 트랙을 거쳐 UX에 다다랐는지,
그리고 <2> 어떻게 ‘UX 리서처’라는 포지션을 갖게 되었는지 입니다.




<1> 마케팅에서 UX로


사용자 경험(UX)는 확실히 매력적인 분야이긴 합니다. 이과쪽 배경이나 엔지니어링과 같은 과학적 스킬을 갖추지 않았지만 테크 분야에 발을 들이고 싶다 할 때 굉장히 좋은 엔트리 루트입니다. 실제 프로덕트 개발 현장에서 디자인(디자이너), 리서치(리서처), 경영(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링(엔지니어)이 긴밀하게 협업을 하므로 기업 내에 다른 비개발자 포지션에 비해서 기술 개발에 더 많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혁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테크나 혁신에 굉장한 관심이 많아서 UX로 전향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애초에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하게 된 것 역시 실리콘밸리와는 무관했구요. 본래 한국에서 언어(스페인어)와 경영(마케팅)을 전공한 전형적인 문과생이었고, 사실 테크에는 큰 흥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학부를 졸업할 즈음엔 ‘소비자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인사이트를 발굴해서 창의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라는 막연한 목표만 있었죠. 당시에는 ‘마케팅'이 가까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서울의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잠시 근무를 했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서는 온라인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것이 2013년 경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오늘날 우리 디지털 세상을 지배하는 공룡기업들이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있던 때였어요. 아직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이전이고, 구글은 구글글라스를 길거리에서 열심히 실험중이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우버와 리프트는 차에 올라타면 기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리추얼이 있을 만큼 로컬스럽고 친근했죠. 저의 포지션은 클라이언트들의 온라인 브랜드 노출을 위한 구글 애드워즈와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컨버전 플로우를 분석하거나 사이트 Audit을 하는 작업들을 하면서 디지털 세계의 매커니즘과 동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훗날 UX 리서치 작업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구요.


브랜드 마케팅 일을 할 때에는 철학적이고도 장기적인 고민을 (이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하는가?), 온라인 마케팅을 할 때에는 아주 현실적이고도 단기적인 고민을 (클릭을 증대시키려면 어디에 버튼을 놓아야 더 효과적일까? 어떤 광고 문구가 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까?) 했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끝과 끝을 경험했던 시간이었죠.




샌프란시스코의 예술학교 아카데미 오브 아트(Academy of Art University)의 광고석사 프로그램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제가 여태껏 경험했던 철학적 고민과 현실적 고민 중간 지점에 서서 각 영역에서 느꼈던 갈증을 해결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철학’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창의적이고도 ‘효과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죠.


전반적으로 석사 공부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가지 치명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알고보니 저라는 사람은 광고라는 결과물 자체에 흥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표적소비자를 연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기획을 하는 것 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 광고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바로 흥미가 하락하더라구요. 다른 학우들처럼 부지런히 공모전에 참가하는 대신, 저는 반 떠돌이가 되어 전공 외 수업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술학교라는 환경을 십분 활용해서 예술 철학 같은 교양수업도 듣고, 사진이나 영상 촬영, 드로잉 클래스도 수강했어요.


돌이켜보건대, 사실 광고던, UX던, 마케팅이던, 예술창작 활동이던, 어떤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안을 도출하는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뼈대는 매한가지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때 저의 떠돌이 수업 경험은 디지털 프로덕트에 한정된 것이 아닌 예술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제작, 스토리텔링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미디엄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를 실험해보고 연구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UX는 아무래도 디지털 프로덕트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활발해진 분야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모바일 앱, 웹사이트 이 둘로 좁혀지는 한정적인 프레임에서만 UX에 접근을 하시게 되는 것 같은데, UX가 더 성숙해져서 다른 산업 분야로 확장되어 활용되고 메타버스나 몰입형 미디어가 출현하는 시대에서는 UX의 활용 범위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하는 연습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전공을 뛰어넘어 이 수업 저 수업 참 많이 기웃거린 나의 흔적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모든 경험이 훗날에 도움이 될거라는 것을 당시에 저는 알지 못했죠. 지적 욕구는 채우고 있었지만 취업의 항로는 여전히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함에 시달렸죠. 그래서 전공 학과장 교수님과 면담을 신청해 대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과장 교수님, 저는 광고물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전과를 해야할까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당시 새로 부임한 학과장 교수님은 웹미디어/디자인 과에서 오신 분이었고, 그분은 이렇게 답하셨죠. “그럼 이제부터 UX쪽 공부를 해보는건 어때요. 학생 포트폴리오를 보니 리서치하고 전략 세우는 것에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UX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는 이제 절반이나 왔는데 뭐하러 등록금 아깝게 전과를 하냐면서, 만약 UX 쪽으로 쭉 나아가고 싶다면 앞으로는 웹 디자인과의 UX 관련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채워나가도 된다는 인자한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뉴스에 지역적으로 자연스럽게 노출되어있는 상태였기에 UX가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게 나의 것일까?’라고 고민해 본 적은 없었죠. 하지만 막연한 대상을 향해있는 책이나 유튜브의 조언이 아니라 나의 작업물과 나의 고민을 이해하는 어떤 교육자가 나에게 직접 해주는 제안이었던 만큼 이 순간의 UX라는 단어는 정말 운명처럼 느껴졌었어요. 누군가 저에게 언제 UX가 내게 다가왔느냐 라고 묻는다면 바로 그 면담 장소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저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저는 ‘다른 분야에서 UX로 전향하게 된 프로페셔널’과 ‘전공 공부 중 UX를 발견하고 방향을 튼 학생’ 이 두 가지 케이스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에요. 그리고 그 전향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을요.


UX는 마케팅, 콘텐츠, 디자인, 심리학,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학문의 교차점에 서 있는 분야에요. 현재 본인이 어떤 분야에 속하고 계시건 간에 그곳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관점이나 경험을 버리거나 포기할 필요 없이 하나의 훌륭한 자산으로서 UX에 잘 활용해 보실 수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UX는 아직도 그 역할과 정의를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고, 실제로 현업에 계신 분들 중에도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건축 디자인을 하다가 UX 디자이너가 되었던 제 옛 동료는 남들보다 빼어난 구조적인 사고 덕분에 세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잘 맡아 진행하였고,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UX 디자이너로 전향한 다른 동료는 UX 부서와 마케팅 부서의 협업 프로젝트 혹은 Growth team에서 활약을 하고 있죠.


제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은 이렇게 질문할 거에요.

“결심은 다 했어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UX에 진짜로 발을 들일 수 있느냐고요. 부트캠프를 가야할까요? 지금 당장 사이드 프로젝트로 UX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까요?”


다음 <2> 편에서 저는 다시 한 번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살려 답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제가 어떻게 광고학 석사 프로그램 졸업과 동시에 익스피디아의 UX 리서처로 취업할 수 있었는지를요.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보자 라는 의미로 <리서처의 노트>에 제가 UX리서처로 일하면서 얻은 교훈과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에 대한 글을 공유했는데요. 몇 편 안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메일로, 인스타그램으로, 링크드인으로 많이 연락을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엔 멘토링 해드리는걸 참 좋아했었는데 프리랜서와 양육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져서 메시지에 답변조차 드리지 못해 무척 아쉬웠어요. ㅠㅠ 그래서 제대로 커피챗과 커리어상담을 받으실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저의 글을 읽다가 UX, 해외 유학, 해외 취업, 커리어 전향, 자기계발, 글쓰기와 관련하여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연락주세요. 저도 여러분들의 사연을 듣고 더 열심히 고민해서 저의 경험담과 나름의 조언을 준비해보겠습니다. 


커피챗 및 커리어상담 신청하기: https://www.hithere.co/ju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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