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UX 포트폴리오에도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리서처의 노트>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UX 리서처로 일하면서 얻은 영감과 경험을 조언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마케터에서 UX 리서처로 전향한 계기, 샌프란시스코에서 UX 리서처로 첫 직장을 잡은 과정, UX 디자이너와 UX 리서처의 포트폴리오의 차이점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았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UX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짚어볼까 해요. 제가 회사에서 채용 면접관이 되었을 때, 혹은 멘토링 중 포트폴리오 리뷰를 할 때 지원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가장 흔한 실수 세 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UX 포트폴리오 제작 시 발생하기 쉬운 실수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실수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설명해드릴까 해요.
일단 포트폴리오를 만드실 때 여러분들은 가장 먼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프로젝트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하실거에요. 학교에서 기말 과제로 제출했던 프로젝트, 인턴 기간 동안에 수행했던 프로젝트, 혹은 부트캠프에서 했던 팀 과제를 한 곳에 모으고, 포트폴리오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내용을 여기저기 다듬고 구조를 보완하죠. 이렇게 정리를 하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참 많이 걸리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하고 나면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겉보기에 완성되어 보이는 건 맞죠. 작업물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경력이 한층 풍성해 보이니까요. (당장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는데 나의 열정과 기술을 증명해줄 작업물이 없어서 막막해 하던 때를 우리 생각해 보아요… 진짜 먼 길을 걸어오신 거고 충분히 자랑스러워 하셔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사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진짜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에요. 지금까지는 본격 요리를 하기 전에 재료 준비를 하신 거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각 프로젝트를 만들고 발표했을 당시 환경, 상황, 그 프로젝트 발표를 검토했던 사람들과,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여러분들의 미래에 소개될 때의 환경과 상황, 그리고 여러분의 프로젝트를 리뷰할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르니까요.
즉,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당시에 ‘나’는 UX테크닉을 배우는 학생이거나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었다면, 이 포트폴리오 속 프로젝트의 ‘나’는 회사가 당장 뽑아가고 싶을 만큼 강력한 강점을 지닌 UX전문가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변화에 맞추어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스토레틸링의 재편집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작업물을 늘어 놓는 것만으로 그들이 여러분들의 능력과 잠재성을 바로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에요.
포트폴리오는 작업물의 요약본이 아닌, UX 전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쇼케이스의 현장입니다.
포트폴리오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 놨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려니 말문이 막히고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포트폴리오를 어느정도 꾸리고 나면 다양한 분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여 보완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여러분들도 잘 알고 또 실천하고 계실텐데요. 여기서 제가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포트폴리오를 취업 현장에 맞게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소개해보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교수님처럼 이미 나의 작업물과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분에게서 받는 피드백과, 처음 만나는 직장인에게서 받는 피드백이 다르고,
1:1로 만나서 차분하게 내 작업물을 설명한 뒤에 받는 피드백과, 스피드 데이팅 혹은 엘리베이터 핏치pitch 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작업물을 소개한 뒤에 받는 피드백이 다르고,
직접 만나서 같은 공기와 환경 속에서 얻어내는 피드백과, 목소리로만 나를 소개해야하는 전화로 얻는 피드백과, 줌과 같은 온라인 미팅에서 얻어내는 피드백은 다릅니다.
여러 피드백을 받으면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왜냐면 가끔 어떤 피드백들은 완전히 상반되기도 하거든요. (예컨대 어떤 분은 ‘포트폴리오가 너무 길어요’라고 하는데 또 다른 분은 ‘포트폴리오가 디테일이 빈약해요’라고 할거에요). 하지만 이 중 어떤 피드백이 더 좋고 더 나쁘다고 할 수 없어요. 리뷰어들이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이 포트폴리오를 접했던 상황, 그들의 직책이나 경력에서 비롯된 시선, 여러분들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직의 과정 자체에서도 1분만에 나의 포트폴리오를 훑어보는 리크루터, 10분짜리 전화 인터뷰, 1시간 짜리 줌 미팅, 2시간짜리 면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물을 소개해야 하는 만큼, 나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취업 현장에서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일종의 stretch test를 해보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포트폴리오 문서 뿐 아니라 내가 어떻게 구두verbal로 표현을 하는지 역시 중요해요. 작업물을 1분 안에 요약해야 할 때도 있고, 1시간 동안 설명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이 연습을 하다보면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내 포트폴리오가 너무 방대하다는 사실을 깨달을거에요. 아니, 애초에 내가 프로젝트 하나를 제대로 요약할 언변이 없다는 사실에 현타가 올거에요. 너무 자괴감에 빠지진 마세요. 오랫동안 혼자서 작업물을 요약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따라서 포트폴리오 상에서는 1분 내지 3분 안에 내가 작업물을 요약하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Above the fold 공간 안에 바로 프로젝트의 개요와 결론까지 다 보여줄 수 있는 Summary section을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 자신의 간단한 발표 후에 리뷰하고 있는 사람이 호기심에 질문을 더 던진다던지, 자기도 모르게 페이지를 스크롤 다운 해서 더 확인해보고 있다면, 그 사람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의미죠.
“Think outside the box”라는 말에 대해 잠깐 생각해봅시다. ‘the box’를 버리고 창조력을 무한대로 뻗어보자 라는 메시지로 통용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그 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작은 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를 모른다면 우리가 창조력을 얼마만큼 뻗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the box”를 꼭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he box’의 제한성이 때로는 더욱 기발한 발상을 도울 뿐더러, 우리의 결과물을 소개할 때에도 우리가 발휘했던 창조력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다시 UX 포트폴리오로 돌아가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라고 요청을 드리면,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의 주제를 설명하고(예: “이 프로젝트는 만성 당뇨병을 앓고 계신 분들의 식사 관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해결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이는 프로젝트가 담긴 ‘the box’가 얼마나 크고 어떤 모양이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채 그저 박스에 담긴 내용물만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리뷰어의 입장에서 UX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여러분이 얼마나 기발한 문제를 얼마나 탁월한 솔루션으로 해결했느냐 보다는 (What의 문제), 여러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유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Why와 How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의 프로젝트의 출발점, 즉 내가 부여 받은 ‘상자’의 크기를 초반에 설명해주는 것이 여러분이 앞으로 전개할 해결 방식에 설득력을 더하는데 필수적입니다. 프로젝트의 콘텍스트를 설명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디테일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 이 프로젝트가 누구로부터 제안되었는가 (클라이언트. 학교 수업이었다면 ‘교수님’이 클라이언트가 되었을 것이고, 자유 주제라서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면 나 스스로가 클라이언트, 그리고 회사였다면 프로젝트가 제안 당시 사업 현황)
2)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얼마만큼 이었는가
3)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동료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역할분담은 어떻게 했나
4)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무엇이었는가 (예: fidelity의 정도, user insight의 구체성)
5)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어떻게 사용할 예정이었는가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의 현장을 영화 상영에 비유해봅시다. 포트폴리오 발표자가 된 여러분은 스스로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가 된 것처럼 생각하셔야 합니다. 작품의 일부이면서도 영상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영상에 내러티브를 부여하고 어떤 관점으로 영상이 촬영된 것인지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발표를 할 때 내레이터라기보다는 영상 속 캐릭터, 즉 영화 배우처럼 행동하곤 해요. 무슨 뜻이냐구요? 글 초반에 제가 UX 포트폴리오는 ‘학생’ 혹은 ‘인턴’의 입장에서 만들었던 프로젝트를 ‘UX 전문가’의 입장으로 전환하여 재편집 하는 작업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이러한 고려가 빠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포트폴리오 속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기회에 갑자기 기말과제 발표현장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때 그 학생의 시선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나’보다, 이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넣어 인사담당자 앞에서 소개하는 ‘나’는 훨씬 더 성숙해져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되요. 그 성숙된 시선을 목소리 고운 ‘내레이터’가 되어 꼭 넣어주세요. 이를 위해서 저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꼭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을 강조 드리고 싶은데요.
하나는 리서치 방법 선택에 대한 이유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초보 UX 프로젝트에서는 리서치 단계가 UX 프로세스처럼 보이기 위해 구색을 맞추려고 억지로 껴넣은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리서치 자체가 빈약해서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왜 이 사람이 하필 이 리서치 방법을 택했는지에 대한 논리가 결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UX 스토리텔링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디자이너와 리서처 모두에게요). 리서치 방법의 선택 논리가 빠져있다면 리뷰어의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왜 설문조사를 하는 대신 인터뷰를 진행했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 다섯명의 사용자들을 모집한거지?’ 이런 질문들은 물론 자연스럽게 Q&A시간에 답할 수 있는 사항들이긴 하지만, 리뷰어가 이런 중요한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노이즈가 되어 주의산만을 유발하고, 여러분들의 전체 스토리텔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리서치가 설득력이 없으니, 리서치로 도출된 인사이트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만든 디자인 결과물까지 빈약해 보일 수 있는거죠.
두번째는 ‘레트로’를 통해 프로젝트의 보완점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UX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프로젝트가 너무 빠듯하게 진행되거나 예산이 충분치 못해서 내가 원했던 만큼 충분히 리서치를 못했을 수도 있고, 디자인 과정에서 나의 실수나 능력의 부족으로 몇가지 중요한 것들을 빼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무 현장에서는UX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참여자들끼리 모여서 ‘레트로 세션Retrospective Session’이라는 것을 합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같이 회고를 해보는 거죠. 보통 1) 이 프로젝트에서 잘 한점 2) 이 프로젝트에서 부족했던 점 3)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어 대화를 진행하는데요.
UX 포트폴리오가 나의 전문성을 뽐내는 장이기도 하지만, 무조건 뽐만 내다보면 자기성찰이 부족한 사람, 혹은 UX 관련 테크닉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주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지금 현재의 ‘성숙한 시선’을 활용해서 이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주어졌던 ‘the box’가 더 컸더라면 어떻게 다른 식으로 접근을 할 수 있었을지, 앞으로 개선할 것은 무엇인지를 결론 뒤에 따로 작은 섹션을 활용해 설명해주면 훨씬 입체적으로 자신을 소개하실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UX 포트폴리오 스토리텔링 전략>
포트폴리오 제작시 흔히 저지르는 실수 Top3 와 해결방안
1.포트폴리오를 소개하게 될 TPO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포트폴리오를 제작한다.
>> 다양한 환경과 리뷰어들에게 피드백 요청을 해서 포트폴리오가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stretch test 해본다.
>> 프로젝트 페이지 초반부에 한눈에 들어올 수 있고 3분 내로 설명할 수 있는 요약본을 만든다.
2.프로젝트가 형성된 콘텍스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 프로젝트 소개 초반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콘텍스트를 형성한다.
1) 이 프로젝트가 누구로부터 제안되었는가
2)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얼마만큼 이었는가
3)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동료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역할분담은 어떻게 했나
4)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무엇이었는가
5)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어떻게 사용할 예정이었는가
3.프로젝트 진행 당시 나의 논리 전개 과정에 대한 해설이 부족하다.
>> 리서치와 디자인의 결정 과정의 고민과 논리를 설명에 집어넣는다.
>> ‘레트로’ 섹션을 통해 프로젝트의 보완점을 공유한다.
여러분은 이 세가지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UX 포트폴리오 준비에서 가장 힘들거나 막막한 것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juwon.kt@gmail.com 으로 의견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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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보자 라는 의미로 <리서처의 노트>에 제가 UX리서처로 일하면서 얻은 교훈과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에 대한 글을 공유했는데요. 몇 편 안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메일로, 인스타그램으로, 링크드인으로 많이 연락을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엔 멘토링 해드리는걸 참 좋아했었는데 프리랜서와 양육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져서 메시지에 답변조차 드리지 못해 무척 아쉬웠어요. ㅠㅠ 그래서 제대로 커피챗과 커리어상담을 받으실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저의 글을 읽다가 UX, 해외 유학, 해외 취업, 커리어 전향, 자기계발, 글쓰기와 관련하여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연락주세요. 저도 여러분들의 사연을 듣고 더 열심히 고민해서 저의 경험담과 나름의 조언을 준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