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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Dec 02. 2020

나를 설명하는 물건?

당신이 쓰는 물건 중에서 당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물건?

내가 쓰는 물건 중에서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내가 몇 개의 물건을 사용하는지 수도 셀 수 없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이러면 어떨까? 개인, 가족, 회사, 사회 각각에서의 내가 사용하는 물건을 하나씩 골라보자.


개인으로서의 내가 쓰는 물건은 선글라스이다. 차 운전할 때 쓰는 선글라스는 차 안에 따로 있다. 하지만 하이킹을 하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할 때는 스포츠용 선글라스를 쓴다. 선글라스를 쓰는 순간 뇌가 몸에게 지령을 내린다. '운동을 시작하라고.' 기분 좋은 지령이다. 귀에 착 감기는 구조 때문에 뛰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운동을 하고 나면 안경대를 펼쳐서 자전거 옆에 놓아둔다. 땀이 마르도록.     


가족 일원으로서의 내 물건은 나무 가지치기할 때 쓰는 프루너이다. 점점 내가 하는 집안일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지만 (예: 요리), 정원 가지치기는 오롯이 내 몫이다. 집에는 앞 정원과 뒷 정원을 포함해서 대략 20그루의 나무가 있다. 지붕 바로 옆에 있는 나무들은 가지를 제때에 잘라주지 않으면 나뭇잎이 집 지붕에 떨어져서 홈통을 막아버린다. 


눈높이까지는 조그만 프루너를 이용해서 가지치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위에 있는 가지를 정리하는 것은 대책이 필요했다. 정말로 없는 게 없는 공구샵인 버닝스에 들렀다. 최대 6 m 높이 까지 사용할 수 있는 프루너 제품을 찾았다. 근데 가격이 무려 약 $250 (원화 20만 원)이었다. '아니, 고작 나무 가지 자르는 공구가 이렇게 비싸다니.' 그러나 정원사를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구매했다. 역시 비싼 만큼 효과가 있었다. 엄청 높은 곳에 있는 나무 가지도 숭덩숭덩 자를 수 있었다. 


그 프루너가 망가졌었기에 한동안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망가져서 가지치기를 할 수 없다고. 이제는 꼼짝없다. 수리를 마쳤기에.


회사원으로서의 내 물건은 노트북이다. 예전에는 아주 신형이었지만 지금은 고물이 되어버린 HP Probook 650이다. 모니터는 15.6 인치이다. 이 노트북을 들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다 보면 바벨을 들고 운동하는 느낌이다. 회사 일하는 많은 시간을 이 노트북 앞에서 보낸다. 아웃룩으로 메일 확인하고 답장하고, 엑셀로 프로젝트 경비 관리, 파워포인트로 회의 발표 자료 작성을 한다. 


코로나 이후 새로 사용하기 시작해서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를 함께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직원들과 영상/음성 회의를 할 때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Teams이다. 회의할 때 뿐만 아니라 전화할 때도 휴대폰을 꺼내는 게 아니라 그냥 Teams에서 사람을 클릭해서 전화를 건다. 편하긴 한데 점점 노트북 앞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사회원(?)으로서의 내 물건은 묵주이다. 거의 매일 묵주기도를 바친다. 묵주는 아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사다 준 금속 재질의 묵주를 한동안 쓰다가 지금은 외방선교회 신부님이 주신 나무 묵주를 사용한다. 동그란 나무 묵주 알을 하나씩 만지며 기도에 빠져든다.


5년 후의 내 물건 목록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10년 후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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