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유신 Scott Park Dec 08. 2020

내게는 이름이 없다

당신이 읽다만 책의 에피소드 한 편을 찾아서 3분의 2만 읽습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의 나머지를 써보세요.


위화 저 "내게는 이름이 없다"라는 제목의 단편소설 중에서 "내게는 이름이 없다" 편을 3분의 2를 읽고 나서.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예전에 흔했던 동네 바보이다. 동네 사람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모두 그를 "어이, 이리 와, 썩 꺼져" 등으로 부른다. 그가 개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글의 도입부 일부를 이곳에 옮겨본다.

"내가 누구냐고? 나는 그들이 히히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다. 내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일단 길거리에 나섰다 하면 누구 못지않게 이름이 많다. 사람들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나를 불렀다. 재채기를 하다가 만나면 재채기라 불렀다. 막 변소에서 나왔다면 화장지라고 불렀을 것이다. 나한테 손짓할 때는 '이리 와'라고 불렀고, 나를 향해 손을 내저을 때는 '썩 꺼져'라고 불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밖에 찬 서리가 내려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모양이다. 나는 집을 뒤져서 판자 몇 개를 찾아냈다. 뚝딱뚝딱 개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땀을 연신 훔치며 망치질을 했다. 마지막 망치질을 끝낸 후 바라본 개집은 제법 그럴싸했다.  


개집 바닥에 깔 천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개가 따라나섰다. 들창코 쉬아산 패거리들을 또 마주쳤다.

"어이, 자네 부부 산보 나가는감?"

나는 대꾸했다. "우리는 부부 아니야."


아침에 내가 눈을 뜨고 기지개를 할 때면 개가 머리맡에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아버지와 천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라이파라고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는데, 너도 이름이 없구나. 오늘부터 네 이름은 라이파로 하자."

개에게 "라이파"라고 불렀다. 마치 제 이름에 답하는 듯 "컹"하고 대답했다. 더 불렀다.

"라이파" "컹"

"라이파" "컹"


라이파와 함께 산 지 삼 년의 세월이 지났다. 내 머리는 반백발이 되었다. 라이파는 걸음의 보폭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먹는 것은 예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라이파"라고 조그만 목소리로 부르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고함을 칠 정도로 큰소리로 불러야만 "컹"이라고 대답했다.


집 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라이파는 느리게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마당을 걸었다. 그러다 라이파가 갑자기 쓰러졌다. 입에서는 거품이 나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큰 돌에 얼굴이 부딪혀 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줄 몰라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 후로 라이파의 간질은 계속 되었다. 점점 더 간질의 주기가 짧아졌다. 라이파의 입에서 나오는 거품을 보며 이별을 예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서 라이파가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라이파는 머리맡에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의 옆에서 누워 있었다. 발 하나는 나를 향해 내밀어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날 저녁 나를 바라보는 라이파의 눈가가 젖어있던 것이 떠올랐다. 조그맣게 읊조렸다. "우리는 서로의 짝이었어"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디톡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